인천예술인 허리띠 졸라매는데, 비밥 공연은 10억 예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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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예술인 허리띠 졸라매는데, 비밥 공연은 10억 예산지원?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5.26 17:4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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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중구청 주최 '비밥' 공연 특혜지원 논란 (1)
비밥인천 공연 장면(비밥 인천 홈페이지 http://www.bibapin.com)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와 인천광역시 중구(구청장 김홍섭)가 해외 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예산지원을 통해 공연하고 있는 “상설공연장-비밥” 공연이 특혜시비 논란에 휩싸였다. 

<기호일보>는 지난 15일 보도를 통해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는 인천시가 지역성 없는 공연에 수십억 원의 ‘혈세’를 주는 것에 대해 지역 예술계가 비판적이라는 기사를 내보내자 인천시 관광진흥과가 이례적으로 25일 통계자료까지 포함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관광객 유치에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기호일보>, "형평성 없는 과도한 지원" 보도

<기호일보>는 넌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 ‘비밥’에 대해 사업을 유치한 시와 공연 지역인 중구가 50%씩 분담해 올해 10억 6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면서, 지난해에는 시와 중구가 각각 4억6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가 추경에서 5억2천만 원으로 증액한 사실을 보도했다.

<기호일보>는 또 중구가 비밥 측에 중구문화회관을 2년째 무상 지원하고 있으며 중구문화회관 내의 무대, 공연장비, 운영사무실, 기타 부대시설을 2년 내내 비밥 측만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업비로 비밥 공연사는 지난해 2월 2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총 225회(주 5회) 공연했으며, 올해는 지난 2월 20일부터 오는 12월 20일까지 총 313회(수시공연 43회 포함·주 6회) 공연 중이다.

<기호일보>는 이러한 지원을 놓고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형평성 없는 과도한 지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가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에는 1천만 원 내외의 금액을 지원하면서 지역성도 없는 비밥에 수십억 원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중구민을 위해 지은 문화회관이 1년 내내 이어지는 비밥 공연 때문에 정작 중구 주민은 사용할 수 없으며, 볼거리의 다양성도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호일보>는 “시가 예산 부족으로 꼭 필요한 민생 예산도 꼬리를 자르는 상황에서 한 공연에 편중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예산을 지원한 만큼의 효과가 나올지도 의문”이라는 조계자(계양2·문화복지위원회) 인천시의원의 의견도 전했다.

인천시, 중국 관광객 유치 위해 상설공연 필요하다

이에 대해 시는 인천지역 관광진흥 차원에서 꼭 필요한 공연이라는 입장이다. 관광자원이 부족한 인천에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수준 높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시 관계자는 “시는 문화예술 활성화 차원이 아닌 관광 진흥 차원에서 중앙무대에서 검증받은 비밥을 유치한 것”이라며 “중구 차이나타운의 누들을 공연 내용에 포함해 지역성이 없는 공연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인천시 관광진흥과가 25일자로 배포한 보도자료는 이러한 시의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배포한 것으로 보인다.  시는 비밥 공연이 2014년 2월부터 4월까지 1,059명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2~4월)에는 8,673명으로 대폭 상승했고 특히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해외관람객 수는 10,879명으로 이미 작년 한해 동안의 전체 해외관람객 수(14,600명)에 근접하고 있다며 도표까지 제시했다.

<비밥 연도별 해외관람객 현황> 자료출처:인천광역시

 
인천시는 이같은 해외관람객 증가가 작년 1년간 인바운드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마케팅이 올해 들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작년에는 인바운드 여행사들에 대한 사전 마케팅 기간이 너무 짧았고, 관광상품을 해외 여행 상품으로 구성하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기간이 필요했던 관계로 상반기 해외관람객이 다소 적었으나, 하반기부터 조금씩 증가했으며, 작년부터 꾸준히 진행해 온 마케팅으로 인해 올해 해외관람객이 대폭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는 또 한 공연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관광시장에서 상설공연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에서 3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꾸준한 마케팅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인천의 대표음식인 짜장면을 공연에 접목함으로써 인천의 이미지도 창출해 나갈 예정”이라고 공연 주최측의 입장을 전했다.

인천시는 또 상설공연이 인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며, 4월까지 해외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설문응답자 7,847명 중 인천관광지를 방문한 관람객은 5,133명으로 65.4%를 차지했고, 인천에서 숙박한 관람객이 7,397명으로 94.3%가 인천 관내에서 숙박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비밥 공연과는 직접 관련 없는 통계자료를 잔뜩 열거했다.

시는 또한 올해 우리나라의 중국관광객 유치목표는 800만명이라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국 ‘유커’들을 유치하기 위해 상설공연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인천시는 인천이 서울과 가깝고 공항과 항만이 있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상설공연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추상적인 전망까지 곁들였다.

인천시는 보도자료 끝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공연 2015년 비밥은 12월 20일까지 매주 화~토요일 20:00, 일요일 18:00 중구 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고 홍보하기를 잊지 않았다.

인천 문화예술계, 인천문화예산 1%도 안 되는데...

<경일방송>은 지난 해 뮤지컬 '비밥'은 230여 차례에 걸쳐 5만여 명의 관람객을 유치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 관람객수는 1만 4천여 명, 1회 공연에 50명 남짓 외국인이 공연을 봤다는 것이다. 어떤 자료가 제공됐는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거니와 투입된 예산에 비해 관광 효가가 그 만큼 산출됐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다.  

지난 해 공연의 주관은 인천관광협회가 맡았으나 인천관광협회는 올해 비밥 공연기획사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지원 예산과 공연 관람료가 협회로 들어왔지만 이득은 고스란히 기획사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올해는 (사)한중우호교류협의회가 주관을 맡고 있다.

비밥 기획사 측은 기획사 측은 연간 20억 원 가량의 경비가 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20억원에 대한 정확한 산출 근거가 무엇인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공연이 한류 콘텐츠를 담아냈다고 하지만 인천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는 것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비밥> 공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08년도에 '한식세계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0짜리 공연물인 '비밥코리아'로 탄생했다. 스시와 피자, 치킨누들, 비빕밥을 메일 소제로 한 가운데, 차이니스치킨누들을 다루면서 일부 자장면이 소재로 등장하는 정도다.

'비밥'을 처음 기획, 창작한 CJ E&M 공연사업부(대표 김병석)에서는 현재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시네코아 비밥전용관을 개설하고 일주일 내내 매일 2회공연(월요일만 1회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은 별도의 기획사가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논란은 재정이 어려운 인천시가 중구관광객 유치라는 명복으로 외부에서 창안된 뮤지컬을 과도하게 편중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재정위기 속에 예산을 편성하면서 인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지원기관인 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김윤식)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한때 최대 30억원에 달했던 시 출연 사업비는 올해 8억 원 남짓이다. 

재단 측은 사업비가 재단 전체 예산 중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비나 중앙정부부처 사업비 지원만으로는 지역 문화와 관련한 기획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전체 예산에서 문화예술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천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문화재단의 예산이 비밥 지원예산보다 적은 상황이다. 그러니 인천에서 터전을 잡고 창작활동에 나서고 있는 예술인들은 얼마 되지 않은 예산지원을 받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중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외부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특정 공연에 10억 이상을 지원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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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2015-05-27 17:05:29
문화예술지원은 문화관광의 차원이 아니라 지역예술창작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아닌가? 예술은 죽고 관광은 살고... 짝퉁들만 설처되는 문화예술의 변방? 인천예술 잘될수가 없지~

김현일 2015-05-27 10:05:40
맞는 말이다. 인천 예술인들의 소외감은 이런데서 나타난다. 지역 문화 상품을 개발하기위해 노력하는 극단들에게 기회를 주어 자생할수 있는 행정이 필요할텐데.,, 안타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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