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 김인자의 '할머니 꼬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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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 김인자의 '할머니 꼬시기'
  • 김인자
  • 승인 2015.12.08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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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어르신들의 송년대잔치

<인천in>은 그림책 작가이자 그림책스토리텔러로 잘 알려진 김인자님의 '할머니 꼬시기'를 연재합니다
김 작가는 지난 30년동안 '온 세상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준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마당21 월간좋은엄마 등 잡지및 일간신문 집필과 EBS,KBS 등 방송출연 통해 그림책작가로 그림책스토리텔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책 읽어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기쁘게하는 12가지방법>은 중국과 대만, 맥시코에도 출간되었고 <책읽어주는 할머니><아빠몰래 할머니몰래><엄마 왜그래 ><할머니는 1학년>은  문화관광부 교양우수도서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그 외 <비밀상자><김인자의 그림책을 통한 유쾌한 소통>< 라쌤껌딱지><누꼬> 등의 저자인 김 작가는 전국의 학교와 도서관에서 그림책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천in> 연재에서는 그림책으로 할머니들과 소통하는 김 작가의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르신들의 송년대잔치와 작품한마당

매년 이맘때면 치매 할무니 하부지들이 구청 대강당에 모여 악기도 연주하고 춤도 추고 체조도 하고 1년동안 치매센터에서 열심히 배우신 것들을 자식들에게 보여주신다.
작년엔 우리 심계옥 엄니는 무대위에 오르는 계단을 올라가지 못해 참석을 못했는데 올해는  빤짝이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춤을 추셨다.
계단 아닌 반대쪽 경사로로 부축해서 올라가는 그 짧은 길을 오르는 동안도 무서워 발 걸음을 못 떼는 울어메
"괜찮아 엄니 내가 꼭 잡고 있으니 걱정말고 자 오른발 왼발.."
등짝에서 땀이 줄줄났다.

드디어 음악이 시작되고 울 심계옥 어메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첨 본다 ..
울 어메가 춤추는거..
여든 여섯살 늙은 어메가 딸 앞에서  춤을춘다.
여든 여섯 살 애기가 된 울 어메가 반짝이 치마를 입고 요양사 샘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바짝 얼어서 춤을 춘다.
"엄니 춤추다가 휘청거리면 내가 바로 조기 있다가 뛰어올라갈거니까 아무 걱정말고 맘껏 추소.
나 어릴 때도 그랬을까.
울 어메 눈에 나만 보였을까.

내가 좋아하는 할무니들이 저렇게 많이 춤을 추는데 내 눈에는 울 어메만 보였다.
혹시라도 넘어질까봐 갑자기 쓰러질까봐 마음 졸이며 울 어메 춤추는 걸  보고 있으니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났다.
치매 할무니 하부지들의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가족 편지 낭독시간...
큰 화면속에서 편지를 읽는 내가 이상한 지
울 심계옥 엄니 나 한번 쳐다보고 화면 한 번 쳐다 보고 그러더니 내 손을 끌어다 가슴에 꼬옥 품는다.

"엄마 센터에서 아주 잘한다 똥도 안 싸고 걱정하지마라 울지마 다들 선상님 땜에 울잖아"
순재할무니가 고개 숙여 울고있는 나를 꼭 안아주셨다.
"참 착하다 선상님 참 고맙다 우덜한테도 잘하고"
"제가 더 고맙습니다.
친구 없는 울 어메 친구해주셔서
제가 더 고맙습니다, 할무니 "





1학년 2반 음악 시간입니다.
간난할머니가 소고를 치며 '새 쫒기'노래를 배웁니다.
어린시절 누런 들판에서 새를 쫒았던 간난할머니.
옛 생각에 저절로 신이 납니다.
하지만 시름을 달래던 노래도 막상 배우려고 하니 어렵습니다.
할머니는 소고를 책상위에 엎어놓고 손바닥으로 신나게 두드립니다.
"얼씨구절씨구 좋다 새가 다 날아가 버렸다"
할머니는 소고치랴 노래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박자도 엉망 노래도 엉망이지만 할머니는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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