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 급식지원, "돈만 주면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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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중 급식지원, "돈만 주면 끝나나?"
  • 이병기
  • 승인 2010.08.0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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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마땅


방학중 급식을 지원받는 아이들은 일부 편의점에서 3500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지만, 균형잡힌 식사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취재: 이병기 기자

방학중 실시하는 '급식지원'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
 
인천시는 여름방학을 맞아 결식아동들에게 급식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 끼 식사도 해결하지 못하는 적은 금액일 뿐더러. 이 돈을 아이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돈만 전달하는 게 아닌 더 '포괄적인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한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7월1일까지 약 3만명의 아이들이 방학중 급식지원을 신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153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아이들에게 한 끼당 3500원씩 1일 1회에서 최대 3회까지 지원하고 있다.

급식지원을 받는 아이들은 급식카드나 식권 등을 이용해 지정된 음식점과 편의점 등에서 음식을 구입할 수 있다. 또 배달 도시락을 이용하거나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인천시와 기초단체에서 지원하는 3500원이라는 금액이 아이들의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급식지원에 참여하는 업소는 주로 중국집과 분식점, 제과점이다. 일반적으로 자장면 한 그릇이 3500~4000원이고, 분식점의 경우도 라면과 김밥을 제외하면 최소 4000원 이상이 기본이다.

아이들은 부족한 금액을 자신의 돈으로 충당해야 하는 실정. 형제가 있는 가정이라면 부담해야 하는 돈이 두 배 이상 들어간다. 식당 외에 일부 편의점에서도 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이 돈으로 균형에 맞는 식사를 하기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장동수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은 "3500원으로는 중국집 자장면이나 동네 분식점, 편의점을 이용해야 하는데 한창 성장기인 아이들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없다"라며 "또 어떤 아이들은 금액이 낮다 보니 두 끼분을 한 번에 사용하고 굶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아동급식지원 참여업소인 연수동 모 돈가스집의 가격은 5500원. 그나마 연수구의 경우 구 자체적으로 500원을 추가로 지원하고 있어 돈가스를 주문하는 아이들은 카드로 4000원을 주고 다시 1500원을 현금으로 내야 한다.

연수구는 자체 예산 1억8천여만원을 편성해 3천여명의 아이들에게 500원을 더한 4천원을 지원하고 있다.

식당 관계자는 "돈가스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라 요즘에는 하루에 40~50 그릇이 판매된다"라며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이라 가격을 맞춰주고 싶어도 운영 여건상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보통 가정마다 2명 이상 아이들이 있어 돈까스를 먹기 위해서는 부모에게 3천원이 넘는 돈을 타야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결식을 하는 아이들에게 이 돈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인천시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급식 지원의 취지는 전체 비용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부족분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라며 "일부 식당에서는 4천원짜리 음식을 3500원에 주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또한 카드 사용에 대한 관리나 점검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기초단체의 경우 통장으로 구성된 '급식아동지킴이'가 있지만, 가끔씩 식당 위생점검을 실시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활동이 없다.

장동수 집행위원장은 "일부 아이들은 급식카드를 사용하는 게 창피해 끼니를 굶는 경우도 있고, 귀찮아서 먹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며 "인천시나 기초단체가 행정편의적으로 아이들에게 카드만 맡겨놓지 말고 성장 단계에 맞는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카드 사용을 창피해 하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도시락 배달로 바꿔달라는 민원도 접수되고 있어 아이들을 배려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장 집행위원장은 "일단 급식지원에 대한 예산을 늘려야 하고, 지역아동센터나 복지시설 등과 연계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총체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라며 "더불어 시와 구청에 나뉘어 있는 복지 담당 부서를 통합하면 중복되는 낭비를 줄이고 더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다른 시·도의 경우 급식비용으로 3천원만 지원하는 곳도 있다"라며 "아이들이 카드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것은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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