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60%’ 인상... 비정상적인 신포동의 임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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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60%’ 인상... 비정상적인 신포동의 임대료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12.13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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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부동산업자들의 도 넘은 가격담합... 지역을 망친다
헤비메탈 밴드 ‘블랙 신드롬’이 신포동 클럽 ‘글래스톤베리’에서 공연하는 모습. ⓒ 배영수
 
지난 7일, 신포동의 음악 클럽 ‘글래스톤베리’는 홍대의 유명 인디 뮤지션들을 포함한 공연 일정표를 올려 놓고 “인천의 마지막 공연일정입니다, 널리 알려주시고 많이 찾아주세요”라며 SNS 공지를 올렸다. 신포동과 동인천 일대에서 버텀라인, 콘서트하우스현 등과 함께 클럽 공연의 인프라 구축에 공헌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이 곳이 ‘인천의 마지막 공연일정’이라는 발표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글래스톤베리의 이진우 사장은 집주인이 “월세를 60% 정도 상향 요구했다”며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됐음을 전했다. 재계약을 하게 되면 월세만 100만원 넘게 내야 한다는 것.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의 횡포에 이곳도 결국 버티지 못한 것이다.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사람이 많지 않은 이른바 ‘골목상권’에 60% 이상 월세 상향을 요구했다면 100~120만 원 정도를 왔다 갔다 하는 금액을 요구했다는 얘기다. 왜 신포동은 집주인들이 갑자기 60% 이상의 월세를 당당히 요구하는 곳이 됐을까.

 
‘글래스톤베리’가 소재한 신포동 골목. 최근 1~2년 사이 100만 원을 넘는 월세가 당연하다는 듯 형성돼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상권이 없어 점포 교체가 잦다. ⓒ배영수
 

◆ 지역서는 이미 꾸준히 ‘대응하자’ 목소리 있었다
 
사실 글래스톤베리가 영업종료 공지를 하기 이전부터 상인과 공인중개사 등 몇몇 지인들은 이 동네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해 줬다. 2년 전 정도만 하더라도 평당 매매가가 1천만 원도 하지 못했던 곳이 이 기간 내에 올라가다가 올해 초를 즈음으로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 전언에 따르면 구역 별 혹은 건물 상태에 따라 매매가 혹은 임대료는 천차만별이지만, 평당 거래가가 이미 2천만 원을 넘기 시작해 지금은 ‘목’이 약간 더 좋은 곳은 3천만 원을 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실제 지난 6월 인천문화재단 주최, 그리고 10월 <인천in>과 인천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한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토론회에서도 이 내용이 전해졌었다. 두 번의 토론회에 모두 참여한 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는 “건물 거래가 대부분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평당 3천만 원을 넘기는 곳도 있었다”며 “싼값에 건물과 땅을 구입한 사람들이 몇 년 후 비싸게 팔아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바 없이 모든 이익을 갖고 나가버리는 것이 문제”라며 이같은 사실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집주인 및 이들과 연계된 공인중개사들이 말하는 매매가 및 임대료 상승의 요인은 뭘까. 지난 5월 이를 취재했던 기자는 다시 며칠 간 이 동네를 직접 돌아다녔다. 기자는 공인중개사들 몇몇, 그리고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상인들에게 직접 물어 파악했다.
 
'문화인들의 집결지가 됐다', 혹은 '남아있는 고택들의 분위기가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지며 핫 플레이스가 됐다' 등등 전언해준 개인의 의견별로 다소 차이는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수인선’이었다.

 

업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사람이 북적대야 할 신포역은, 이렇게 텅 빈 모습이 일상적이다. ⓒ 배영수
 

◆ 부동산업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수인선’의 실체
 
지난 2012년 오이도역과 송도역까지 약 13km 구간을 개통하며 운행을 시작된 수인선은 올해 2월 인천역까지 7.3km를 연장했다. 이 수인선이 내년 약 20km를 추가 개통해 수원까지 이어지면 상당한 교통호재로 작용해 유동인구도 많아지고 집값도 상승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수인선이 결정적”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수인선의 2월 이후 현재까지 승하차 실적을 보면 집주인과 공인중개사들이 ‘집값 상승의 요인’이라는 그 실체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자는 지난달 말 코레일에 정보요청을 해 약 1주일 뒤 수인선의 10월까지의 승하차 실적 현황을 받아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람 한 명이 전철을 한 번 이용하는 데에 승차와 하차를 1번씩 하는 만큼 승하차 모든 실적을 더해 이를 60(한 달이 30일이고 이용객은 전철 이용 시 승차와 하차를 한 번씩 하게 돼 있으므로)으로 나눈다면 하루 수인선의 이용객수를 ‘대략적’으로는 뽑아낼 수 있다. (승차와 하차는 일반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나는데 이것은 수인선 외 다른 노선에서 승하차를 해서 유입 및 유출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10월의 수인선 전체 승하차 실적 자료 중 수인선 각 역의 승하차실적을 모두 더해 나온 수치는 303만 2,383번. 이를 60으로 나누면 5만 539명이 하루 수인선을 이용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얼마 전 개통한 ‘미니 열차’인 인천2호선이 하루 10만 2천여 명의 이용 실적을 보였음을 파악한다면 현재의 수인선은 인천2호선의 ‘반타작 운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정도 이용객수로는 상권 언급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된다는 것.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되고 있는 신포역과 인천역은 더 심각하다. 이용객이 거의 없는 달월역을 제외하고 가장 이용횟수가 낮은 상황. 같은 수치로 이 두 역의 하루 이용객 수는 2천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상권이 이어지는 두 역을 합해봤자 하루에 4천 명도 이용을 안 하고 있는 것이다. “집값이 오르는 이유”로 수인선을 언급하기가 사실은 ‘상당히 민망한’ 수준.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입점한 신포동의 로데오 거리지만, 아직 ‘스타벅스’는 이곳을 선택하지 않았다. 모두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배영수
 
 
◆ 스타벅스는 왜 신포동을 ‘간택’하지 않았을까?
 
신포동 로데오거리에는 최근 몇 년 사이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하나 둘 입점하기 시작해, 지금은 이들 카페들이 주도적으로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잘 알려진 브랜드들이 입점해 외연상으로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는 인상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 자리를 잡지 않은 유명 카페 브랜드가 있다. 바로 ‘스타벅스’다.
 
이 대목에서 스타벅스를 언급하는 것은 스타벅스의 체인점 출점 및 임대료 정산 방식 그리고 영업전략까지의 전반적인 운영방식이 일반적인 가맹점 혹은 체인점 형태로 진행되는 타 브랜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전국의 스타벅스는 개인이 운영하는 체인점이 아닌 본사의 직영으로만 운영된다. 가맹이든 직영이든 사실 이용을 하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별다를 게 없지만, 직영을 하게 되면 어디에 어떻게 입점해야 하는지의 모든 제반 내용이 ‘전략화’가 된다.
 
스타벅스의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출점하는 건물의 건물주에게 납부하는 임대료 방식이다. 물론 일반적인 보증금 및 일정 월세 방식도 없는 건 아니지만, 보증금 및 수수료 방식(매출의 일정 비율을 건물주에게 임대료 대신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만약 어느 한 곳의 매장이 건물주와 10%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고 가정하고, 이 매장이 월 매출을 1억 원을 기록하게 되면 건물주에게는 1천만 원을 임대료 대신 지급하게 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직영점의 매출 실적 향상을 목표하고 이를 통해 임대계약한 건물주들에게도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는 전략에 스타벅스는 회사 힘을 집중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스타벅스의 전략담당 부서에는 국내 정상급의 재원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입점 자체를 스타벅스 측은 신중하게 판단하고 접근할 것”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신포동에 적용해 보면 스타벅스가 신포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바로 나온다. 아직 신포동이 ‘그럴 듯한 상권’으로 올라오지 못했다는 얘기다.
 
신포동 일대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지난해 4/4분기 정도부터 장사가 잘 안 되기 시작할 때만 해도 계절이 따뜻해지면 좀 괜찮겠지 했는데, 올해의 경우 연초부터 실적이 너무 좋지 않고 지난 4.13 총선 즈음부터는 파리만 날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역경제 자체가 바닥인 판에 임대료만 솟구치는 상황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이런 비슷한 반응을 다른 상인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신포사거리에서 사진을 촬영한 방향으로의 방면 지역은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상이 가장 극에 달하고 있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배영수
 

◆ 상권을 담보하지 않은 ‘담합’의 젠트리피케이션, 폐해는 너무 크다
 
몇몇 상인들은 “가격이 폭등한 건물들을 매입해 되파는 사람들은 대부분 최근 몇 년 사이 유입된 부동산업자들”이라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비교적 최근 몇 년 사이에 지역에 들어온 이들 업자들이 외부 투자자들과 은밀히 만나면서 이곳에 대한 임대료를 자기들 임의대로 사실상 ‘조작’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의 말을 종합한 단계는 대략 이렇다. 먼저 이 업자들이 인근에 건물을 매입해 들어오거나 한 뒤 임차인과 초기 계약을 맺는다. 이후 타 지역의 자본가들에게 접근해 수인선의 개통 및 연장, 그리고 지역 문화 활동 및 분위기 등 온갖 이유들을 다 갖다 붙이면서 건물을 사게끔 한다. 건물주가 바뀐 상태에서 이전 건물주(업자)와 현 건물주(자본가 및 집주인)의 관계가 지속이 되고 다음 계약 시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부동산업자는 자신과 거래하는 다른 자본가들에게도 같은 방법을 취하고, 이런 식으로 다수의 부동산업자들이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평균 거래가를 형성하게 해 지역적으로도 임대료 인상 인상을 가시화시킨다. 그렇게 되면 다른 건물주들도 임대료를 그 수준 혹은 상당폭을 인상시키면서 ‘가격 담합’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미 그러한 현상은 신포동 일대에 가시화돼 있다. 최근 1~2년 사이 이 지역 일대에서 문을 연 모던한 분위기의 '이자카야 선술집' 혹은 '로스팅 카페', '신흥 먹거리집' 등이 건물주와 계약한 월세 수준은 120~150만원 혹은 그 이상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 100만 원 이내의 월세계약을 하고 영업하던 상인들의 경우 상권이 올라오지 못한 상황에서 급작스레 수십만 원의 월세가 추가되면 버티지 못하는 것은 자명하다. 일시적으로 프랜차이즈가 비싼 월세를 감수하고 들어올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글래스톤베리 역시, 같은 이유로 임대차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내년 1월 초 영업종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진우 사장은 “공연기획 관련 일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지역사회는 전반적으로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인천 출신의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글래스톤베리는 IMF 이후 완전히 신(Scene)이 죽은 인천의 음악 팬들에게 ‘가뭄 속 단비’같은 존재로 7년을 있어 왔다”면서 “지역 부동산업자들이 만들어놓은 담합의 판에 어느덧 소중한 문화공간이 사라져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인근 재즈 클럽인 ‘버텀라인’과 인천문화재단 등 관계자들도 “지역의 소중한 파트너가 사라지는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지난 10월 5일 <인천in>이 주최했던 젠트리피케이션 토론회 현장. 시민사회와 지역 정치권, 상인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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