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음의 상처도 치유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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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의 상처도 치유되기를…
  • 문경숙
  • 승인 2010.08.25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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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은 '누나의 소망'


방학이어도 방과후 교실 아이들은 학교에 나온다.

방과후 교실 아이들에겐 따로 방학이 없다.

하루종일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벌써 개학이 다가오고 있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장래의 '꿈' 이야기를 했다.

항상 명랑하고 밝은 아인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생님! 제 꿈은 가수인데, 동생 때문에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왜? 무슨 이유로?"

궁금해서 물어보니 이런 사연을 이야기했다.


초등학교에 들어오기 전 삼촌이 담배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게 무척 재미 있어 보였다고 한다.

어느 날 삼촌이 회사에 간 사이 라이터로 휴지에 불을 붙였다.

후~~하고 불면 날아가면서 팔랑팔랑 사라지는 모습이 재미 있어서 동생 앞에서 신기한 걸 보여준다고 휴지에 불을 붙였다.

그런데 잘 날아가면서 재로 변해 사라지던 휴지가 그대로 동생 무릎에 달라붙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동생 무릎에 씻을 수 없는 흉터가 생겨버렸다.

할머니, 할아버지께 죽을 만큼 혼이 났다고 하면서 아인이는 눈물을 글썽였다.


"제가 잘못해서 동생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간호사가 돼서 좋은 의사 선생님께 동생 흉터를 없애 달라고…. 그래서 간호사가 돼야 해요. 전 수술 하는 게 무서워서 의사 선생님은 될 수 없지만 간호사가 되면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는 있잖아요. 꼭 간호사가 돼서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 동생 흉터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할 거예요."

눈물을 글썽이는 아인이를 꼭 안아주었다.


나에게도 아픈 상처가 있다.

IMF가 터지면서 남편의 사업은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 빈 몸으로 시댁이 있는 인천으로 왔다.

그해 막내(중1)가 태어났다.

모두 힘겨운 시절이었듯이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식당일을 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날들이었다.

 

어느 날 늦은 밤일을 마치고 와서 아이 젖을 먹이고 밀린 빨래를 하려는데 너무 졸렸다.

커피 한잔 마시고 빨래를 하려고 커피를 타려 뜨거운 물을 부은 커피잔을 싱크대 위에 올려 놓았다.

이제 막 뭔가를 짚고 걷기 시작하던 막내가 "엄마! 무~" 하면서 싱크대 위에 있던 커피잔을 건드렸다.

커피잔에 있던 뜨거운 물이 순식간에 어린 막내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자지러지듯 울어대는 아이를 안고 못난 엄마라 탓하며 울부짖으며 119를 부르고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다행히도 물에 데인 상처라 큰 흉터 없이 깨끗이 나았지만 막내를 볼 때마다 엄마의 눈엔 지금도 그 선명했던  자국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입술은 퉁퉁 부어올라 젖을 먹일 수도 없었고, 오른쪽 가슴과 팔에 희뿌연 상처가 한동안 가슴을 아프게 짓눌렀다.


벌써 10여년이 지난 일인데도, 지금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은데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어린 아인이의 마음은 오죽할까?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조금이라도 위로를 줄까 선생님의 사연을 이야기해 주었다.


"선생님도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네요. 저도 동생의 상처를 볼 때마다 가슴이 콕콕 아파요!"

그렇게 말하는 아인이를 한참 그냥 안아주었다.

"어린것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생각하니 주르르 눈물이 흘렀다.

 

그 이야기 후 모 제약회사에서 흉터를 제거하는 연고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약국으로 달려가서 그 연고를 사들고 왔다.

깨끗하게 다 나을지는 모르지만 아인이 마음에 남은 상처라도 조금이라도 치유되길 바라면서 연고를 건네주었다.


"아인아! 이 연고를 발라주면 동생 상처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아인이가 매일 밤 동생에게 잘 발라줄 수 있지?"


"네, 선생님! 이 은혜 정말 감사합니다."


마침 어린이집 방학이어서 누나 따라 방과후 교실에 놀러온 동생에게 약을 발라 주었다.

아인의 마음에 남겨진 상처가 조금이라도 치유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연고를 계속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자신의 실수로 동생에게 상처가 생겼다며 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가수의 꿈을 포기하고 간호사가 되겠다는 아인이의 고운 마음에 마음이 아팠다.

아인이의 정성으로 동생의 상처도 치유되고, 아인이 마음의 상처도 말끔히 치유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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