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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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 장현정
  • 승인 2017.08.01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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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매일 아침

 
아침 7시 15분에 아이를 깨워서 함께 아빠를 배웅했다. 아이가 보고 싶다는 영상을 보여주며 잠시 짬을 내어 냉동 죽을 꺼내 끓인다. 아침은 간단하게 뎁혀 빨리 먹일 수 있는 죽이나 카레, 짜장, 누릉지 등이다. 3분짜리 동영상을 다 보고 온 아들이 다리에 매달리며 놀자고 한다. 죽이 다 끓기도 전에 마루에 가서 아들과 잠시 놀다가 다시 부엌으로 와서 휘휘 저어 불을 끈다. 그릇에 옮겨 닮는 동안도 계속 와서 ‘책을 읽어 달라, 애벌레 놀이를 하자, 놀자, 놀자’ 하는 아들을 달랜다. 죽이 식는 동안 아들과 놀이를 하고 책을 몇 권 읽는다. 책을 읽자고 하면 엄마를 붙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꾀돌이가 여섯 권을 들고 온다.
 
7시 40분경 죽이 식었을 것 같아 식탁에 앉자고 한다. 내 분량의 죽은 순식간에 먹어버리고 아들을 떠먹인다. 죽을 먹다가도 몇 번씩 내려가 책을 가져온다. 누가 밥 먹을 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던가. 남편인가? 이 인간을 그냥! 밥 먹을 때 TV와 장난감을 금했는데 책은 차마 금하기 전에 아이가 길이 들어버렸다. 책을 열 권 들고 온다.
 
간단한 죽을 먹은 덕분에 밥을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 옷을 입기 전 의자를 가져와 다리를 만들고 노래를 듣는다. 그 사이에 잠시 머리를 감고 온다고 이야기 한다. 아들은 화장실 앞에 와서 기다리며 ‘엄마야 나와, 빨리 나와’한다. 칭얼대는 아들에게 대꾸를 해주며 화장을 한다. 옷은 나중에 나가기 전에 입어야 한다. 지금 입었다간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쉰내를 풀풀 풍기며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8시 30분이다. 오늘은 아들이 일찍 일어났고 밥도 빨리 먹은 편이었기 때문에 9시가 전후에 출발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본다.
 
아들은 밥을 먹고 난 뒤에야 먹을 수 있는 곰 젤리 두 개와 양파링 3개를 먹었다. 곰젤리를 먹는 아들을 달래어 옷을 입힌다. 자기가 옷을 고르고 싶어 하는 날이면 옷을 입는데 실갱이를 하느라 시간이 꽤 걸린다. 오늘처럼 그냥 엄마가 입혀주는 곳을 적당히 입는 날은 완전 땡큐다. 오늘은 제법 속도가 빠르다. 이제 나도 옷을 입고 아들을 씻겨서 나가기만 하면 된다. 야호!!!
 
마지막 관문, 양치를 하려고 화장실에 들어섰는데 응가가 마렵 댄다. 최근에 새로 산 변기커버가 마음에 들어 앉아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무리 봐도 안 마려운 것 같은데 자기가 마렵다니 어쩔 수가 없다.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변기커버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아이를 채근하기 시작한다.

9시 20분이되었다. 나는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오늘도 어린이집에 일찍 보내고 여유 있게 출근하기는 틀렸다. “이제 나가자”라고 털고 일어났다. 아이는 갑자기 정말로 응가를 했다. 아... 정말 마렵긴 했었나? 엄청 힘을 주며 응가를 한다. 엄마가 채근하니 급히 힘을 주는 것 같았다. 저러다 치질이 생기면 어쩌나, 그냥 맘 편히 놀도록 보채지 말 것을 그랬나? 하지만 마음이 급한 나는 계속 묻는다. “다했니?” “아직이야. 아직 안했어” “다했어? 다했지?” 바지를 벗기고 엉덩이를 씻긴다.
 
아!! 아직 양치를 못했다. 그냥 가기엔 오늘 아침에 먹은 것이 너무 많다. 애 아빠도 치아가 좋지 않은 편이라 신경이 쓰인다. 양치를 시작한다. 물을 뱉고... 드디어 화장실을 나왔다. 화장실에서만 30분을 넘게 있었더니 이미 온몸은 땀범벅이다.
 
아들에게 신발을 신으라고 하고 나도 급히 양치질을 한다. 현관으로 가자 이 녀석은 무엇을 신을지 고르고 있다. 샌들을 신겠다며 찍찍이를 떼었다가 붙였다가 하고 있다. 마음 급한 나는 먼저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연다. 차를 타고 가며 아들에게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빨리 가야 돼”라고 말한다. ‘네가 뮝기적 거려서 늦었잖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려고 한다. 이미 내 태도와 표정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어린이집을 겨우겨우 들여보내고 인사를 한 뒤 뒤돌아 나오는데 한숨이 나온다. 바쁜 아침이었다. 나를 기다리며 저 곳에서 하루를 보낼 아들에게 아침부터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오늘은 무언가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금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내일은 좀 더 나은 아침을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급히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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