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와 경쟁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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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나와 경쟁하는 나
  • 정진숙 조용만
  • 승인 2017.09.05 0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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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인문학네트워크 축제] (6) 드로잉 숨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최하는 ‘2017 인문학네트워크축제’가 9월16일 인천아트플랫폼과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에서 열린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단체와 예술활동을 하는 그룹이 참여하여 인문학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번 축제를 주관한다. 철학, 문학, 도시농업, 교육, 춤, 영화, 연극, 기타, 밴드, 사진, 누드크로키, 캘리그라피, 재즈, 인조이아시아, 도서전시 등 다양한 내용을 펼친다.
<인천in>은 ‘인문아카데미 시민기자단’과 공동으로 이번 축제에 참가하는 각 단체와 사람을 소개한다. 그들의 목적과 현재하고 있는 활동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한다. 각 참여단체들이 한 자리에서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은 우리에게 다종다양한 그들의 ‘차이’를 통해 다른 세계들을 알게 할 기회를 제공한다. 9월16일 축제일까지 매주 1~2회‘인문아카데미 시민기자단’의 취재를 통해 소식을 전한다.




정운자 회원 이연주 대표(우)


<취재 = 정진숙 조용만 ‘인문아카데미 시민기자단’>

8월의 마지막 날 남구 주안동에 있는 ‘드로잉 숨’의 화실에서 이연주 대표와 정운자, 이충승 회원을 만났다. ‘드로잉 숨’의 활동과 ‘누드 크로키’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인문학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따뜻함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유쾌한 인터뷰였다.


- ‘드로잉 숨’은 어떤 동아리인가요?

‘드로잉 숨’은 2009년에 오병진 선생님이 만드셔서 1회 전시를 시작으로 매년 전시회를 해서 올해 8회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2-3명으로 시작했지만 해가 지날수록 활성화되면서 현재는 20명 정도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령층도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합니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빠지지만 콩나물은 자라듯이 지금 남아있는 회원 분들은 그런 분들입니다. 매주 목요일 7시30분부터 9시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중에서 삶의 쉼표 같은 활동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난 뒤 회원들끼리 모여서 대화하는 시간이 우리를 더 끈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서로의 작품에 대해서 격려와 폭풍 같은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하루 종일 힘들게 지내다 이곳에 와서 ‘그림을 그리며 편안하게 숨을 쉰다.’ 라는 의미로 ‘숨 드로잉’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전시회를 할 때 ‘드로잉 숨’으로 바뀌었습니다. 크로키도 하고 대화도 하고 시원하게 숨을 쉬어보자는 의미입니다.


‘누드 크로키’가 가지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살아있는 것, 정체된 물건이 아니라 숨 쉬는 어떤 대상이 살아서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해서 그리는 맛이 매력적입니다. 같은 모델이지만 그리는 사람에 따라 그림이 다 다릅니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어서 회원들이 많지 않습니다. 움직이는 대상을 5분, 3분, 2분, 1분30초로 나누어 그립니다. 순간순간의 느낌을 잡아서 그리는 것이 들끓는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간혹 힘들 때 빠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 마음을 이기고 나와서 그리면 말로 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낍니다. 마약처럼 중독인 것 같습니다. 그림에 집중하면 모델이 틀어놓은 음악도 들리지 않습니다. 물아일체와 무아지경의 경지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가는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누드 크로키는 환상입니다.

어떤 장르를 하던지 모든 작업의 기본입니다. 접하기 어렵고 그리기 어려워서, 뜻대로 되지 않아 포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오래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는 시간이 즐겁고 오늘은 얼마나 신나게 내가 잘 그릴까? 하는 생각에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끝나고 나서 보면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닌 겁니다. 많이 버리기도 했습니다. 경쟁이라고 표현하자면 다른 사람이 아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경쟁한다는 겁니다.



정진숙 시민기자(좌) 정운자 이충승 회원 이연주 대표(우)


- ‘2017 인문학네트워크축제’에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나요?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9월 7일 오픈식 때 크로키 시연 체험을 합니다. 관람을 하시면 안되고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오셔서 그림을 그리셔야 합니다. 그림을 안 그리시는 분들은 소중하고 귀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16일까지 북앤커피(신포동)라는 카페에서 40여점을 전시합니다. 전시회를 하는 장소가 카페인 것은 처음입니다. 공간이 협소해서 그림을 지그재그 식으로 자유롭게 전시를 하려고 합니다. 갤러리는 그림을 하는 사람들만 오는 경우가 많은데 카페는 열린 공간이라 그림과 관련 없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보는 것이 좋고 전문인이 아니라도 여러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좋게 느껴집니다.

‘인문학네트워크축제’에서는 함께 한다는 즐거움을 느끼려 합니다. 내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즐기자는 느낌으로 그리는 사람, 보는 불특정다수의 사람들도 같이 축제에 참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즐긴다는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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