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마을’은 신포동의 상권 활성화에 긍정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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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마을’은 신포동의 상권 활성화에 긍정적이었을까?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10.2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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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신포동 청년몰, ‘방송의 힘’은 이미 사라지고 있었다



신포동 눈꽃마을 청년몰 전경. ⓒ인천중구청

 

지난 7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신포동 청년몰인 ‘눈꽃마을’을 다녀간 후로 이곳을 찾는 외부 유입객이 늘어나는 현상이 있었다. 방송 때마다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하는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첫 회 방송 직후 끝날 때까지 매주 주말 신포동 청년몰이 그야말로 ‘미어터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 것은 애써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인위적’인 현상을 만들기 위해 중구청은 방송사인 SBS에 무려 2억 원의 예산을 협찬비 명목으로 안겨줬고, 이를 석연찮게 본 지역 시민단체와 상인들이 문제 제기를 한 끝에 최근 경찰이 이 내역에 대해 중구청 수사를 내부 검토하는 단계까지 왔다. 지자체가 방송사에 직접 협찬금을 내어주는 데에 대한 조례 등 근거나 예산 책정 논거 등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가 경찰도 수사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시민들의 관심은 ‘수사의 여부’보다, 사실 ‘2억 원을 퍼준 것으로 효과를 봤냐’로 보인다. 주민들 입장에서야 예산을 준 것이 적법한지의 여부보다, 자신들이 낸 세금의 효과에 대한 여부가 아무래도 더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기자의 주변에도 시민운동을 하는 활동가들 소수는 2억 원의 예산 투입에 대한 적법성을 먼저 따졌지만, 대다수 시민들이나 상인들, 예술인 등은 ‘효과의 여부’를 먼저 물었다.
 

◆ 방송의 힘은 일시적... 유동인구 감소는 이제 ‘눈’에도 보인다
 
기자는 중구청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시점 이후 총 한 달 반 정도를 평일에 평균 2회 정도씩 지나가 봤다. 물론, 기자의 생활 패턴 상 주말에는 종종 이곳을 지나가기도 하는 만큼 주말 모니터링도 자연스럽게 됐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유동인구의 수가 줄어가는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다. 방송을 타고 한달 여 기간 동안에는 분명 이곳을 지나는 시민이나 외지인들의 수가 제법 있었지만 지금 그 분위기가 빠지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럴까? 이곳을 직접 찾았다는 사람 중 ‘외지인’에 해당하는 몇몇을 붙들고 “여길 어떻게 오게 됐고 와 보니 어떻느냐”고 물어봤다. 대부분 “다시 올 일이 없다”는 식의,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됐던 답이었다.
 
지난 9월 7일 이곳을 찾아온 서울 시민 한모씨(26)는 “방송을 본 후 한번 가봐야겠다 해서 왔는데, 방송에 나온 가게 한두 군데 들러보고 그냥 인증샷 하나 남기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어서 다시 올 생각은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초에 방문한, 파워블로거 및 유튜버로 활동한다는 강모씨(33)의 경우 “우리 같은 유튜버들은 방송에서 진득히 소개된 곳들은 어떻든 찾아가는데, 사실은 방송의 ‘인위적인 붐업’이라는 것을 알고 가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명소라는 건 한 번 갔어도 또 오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그 반열에 오르는 법이지만, 안타깝게도 청년몰과 그 인근 환경에 그런 마음까진 먹진 않을 것 같다”고 평했다.
 
그 외 만나본 많은 외지인들이 기자의 질문에 앞선 두 외지인과 비슷한 답을 했다. 방송 직후 궁금함에 찾아오는 현상으로 일시적인 문전성시가 이루어지는 건 전국 어디라도 얼마든 가능하지만, 탄탄한 콘텐츠가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금세 그 열기가 식는다는 건 ‘시간문제’임을 이들의 답은 너무나 명쾌히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여 모니터링을 하는 기간 동안 체감이 될 정도의 유동인구 수 감소세는 방송의 힘이 이제 빠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 통계에도 반영이 될 수 있을 부분이다. 물론, 중구청도 최근에는 이 감소세를 체감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중구 청년몰 조성사업단 측 관계자는 “9월까지만 해도 계속 유동인구 수가 늘고 있었는데, 이달부터 그 수가 줄어드는 것은 내부에서도 파악을 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가 “감소 비율 등을 면밀히 따진 자료를 볼 수 있느냐”고 묻자 “현재 정리 중에 있다”고만 밝혔다.

 



지난 9월 7일 오후 8시 경 기자가 청년몰 안쪽에 조성된 파라솔 의자들을 중심으로 촬영한 사진(위)에서는 제법 시민이나 외지인들이 이곳을 찾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산해져, 지난 25일 같은 시각 촬영한 사진(아래)에는 이렇게까지 사람이 빠져 있었다. ⓒ배영수

 

◆ ‘평일 평균 수’에 ‘20배 증가’ 언급은 과연 타당할까? 
 
신포동 청년몰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7월 내내 이슈가 된 이후였던 지난 9월 6일, 중구청 산하 신포청년몰 조성사업단은 ‘눈꽃마을 입점으로 관광객 20배 증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눈꽃마을 조성 후로 신포동을 찾는 유동인구가 ‘평일 평균 2천여 명’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보도자료는 약간의 석연찮은 점을 안고 있었다. 20배 증가를 해서 2천여 명이었다면 그 전까지 유동인구는 1백여 명이었다는 얘기인데, ‘거의 다니지 않는다’고 표현해도 무방한 수준에서 ‘이제 약간 다닌다’는 표현 정도가 된 거리를 단순히 이전 수치와 비교해 ‘20배 증가!’라는 타이틀의 보도자료를 내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는 의문이 있었던 것이다.
 
실제 수인선 신포역은 좋은 비교가 된다. 차이나타운을 찾는 사람들 일부가 이용하는 주말 낮 두세 시간 정도는 어느정도 사람을 싣고 움직이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시간을 사람이 텅텅 비어 운행하고 있는 수인선 신포역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2천여 명이다. 신포동 인근 상인들 중 신포역으로 인한 ‘프리미엄 효과’를 이야기하는 상인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2천 명이 다닌다고 20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지나친 비약으로 지적해도 될 만한 수준이다.





중구청이 지난 9월 6일자로 낸 보도자료 내용 일부(위)와 첨부사진(아래). 사진은 중구 관계자가
평일 낮에 촬영했다고 밝혀왔는데, 이에 기자가 “정확한 촬영날 및 시분 내용과 사진 원본을 전송해 달라”고 재차 요구하자 확인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 신포동을 살린 사람들은 ‘방송사’가 아니라 ‘예술인’들이다
 
인천지역에 오래 거주한 사람들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겠지만, 현 중구청사는 지난 1980년대 초반까지 인천시청사로 쓰였던 곳이었다. 그전까지는 신포동과 동인천 일대가 ‘인천의 명동’으로 불리며 역사 깊은 상권이 형성돼 있었고, 어디 할 것 없이 평일과 주말이 붐볐다. 굳이 자료를 들이밀지 않아도 ‘기자의 삼촌 세대 정도 되는 오래 거주한 인천 시민들’이면 모두가 이를 인정한다.
 
1985년 시청의 이전 직후로도 부평역과 구월동 등에 상권을 넘겨주며 급격한 침체기를 겪은 신포동과 동인천 일대는 지난 1999년 라이브 호프집 화재 사고로 수많은 10대 청소년들의 목숨을 앗아간 직후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인천문화재단이 인천아트플랫폼을 조성하던 2009년을 전후로, 도시 공동화로 인해 집값이 바닥을 치던 상황에서 싼 월세의 작업실을 찾던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실제 올해 하반기에 인천대 인천학연구원이 김준우·김용구 경영학부 교수와 전동진 연구원 세 명의 이름으로 발간한 ‘신포동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연구’에서도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신포동 내 창작예술업종 종사자 수가 늘어났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인천문화재단이 신포동과 인접한 해안동으로 이전한 뒤 신포동 내 창작예술업종 종사자 수가 2008년 14명, 2010년 29명에서 2012년 46명으로 크게 증가했고, 예술인들이 경제적 수입을 위해 카페 등 휴게음식점을 등록한 수 역시 2008년 16명에서 2012년 28명으로 상당수 늘어났다고 한다.
 


청년몰의 유동인구 감소는 바로 옆 신포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배영수

 

◆ 상인들 “방송 핑계로 또 얼마나 임대료 올릴까 걱정”
 
예술인들을 통한 지역경제도 활성화됐지만 정작 덕을 본 건 예술인들이 아니라 이곳에 건물을 지닌 건물주들이었다. 지난 2013년 혹은 2014년 경을 기준으로 건물 임대료가 오르는 현상은 수인선 개통 등을 이유로 급격히 올랐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신포동 내 지상 1층 상가 1㎡당 월평균 임대료는 2014년 12월 기준 1만 9,335원에서 2015년 9월 기준 1만 9,625원으로 290원 올랐고, 중구 전체 평균은 같은 기간 1만 5,172원에서 1만 5,336원으로 164원, 인천시 전체 평균은 1만 8,591원에서 1만 8,859원으로 268원 오른 것으로 나타나 평균치를 웃돌았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재차 오르는 임대료를 견디다 못한 예술인들이 다시 신포동을 이탈하는 현상도 이젠 서서리 가시화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인천대 인천학연구원의 연구 결과에는 단면적으로 창작예술업종 인구 수가 2012년 46명에서 2015년 45명, 2016년 41명으로 점차 줄어들었던 반면, 부동산업자 수는 2012년 113명에서 2016년 213명으로 4년 사이 두 배가 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임대료가 오르는 만큼 (일시적이지만) 실질적인 ‘방송의 힘’을 체감한 상인들이 청년몰 내 상인 외에 더 많이 있을까도 의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는 평가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촬영현장을 계속 지켜보던 인근 상인은 “나도 사실 임차인인데, 심지어는 저 프로가 방송되는 상황에서도 외지인들이 청년가게 외 다른 곳을 찾는 경우가 많지 않다”면서 “사실상 청년몰 전후가 비슷한 상황에서 건물 임대료가 안 그래도 오르는데, 저 방송 프로를 운운하며 건물주들이 또 얼마나 가격을 올릴까 벌써부터 겁이 난다”
 
장사를 잘 하고 있다는 한 고깃집 사장 역시 “청년몰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업소 매출은 거의 변동이 없다”면서 “구청이 청년몰 조성 이후 이 지역 상권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길 했는데 여기서 오래 장사한 사람으로서 그게 사실인 지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이 집값을 올리고 상권을 만드는 데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중구의 한 예술가는 “방송사에 준 2억을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 써서 특정 구역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 일시적인 붐업만 시키고 사실상 예산을 날렸다는 기분이 드니 마음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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