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도서관 정책, '눈 가리고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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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도서관 정책, '눈 가리고 아웅'
  • 이병기
  • 승인 2010.12.20 18:0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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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협회' 설립 추진 … 타 지자체 '직영' 노력과 대조


인천시 대표 도서관인 미추홀도서관. 인천시가 '도서관협회'를 설립할 경우
도서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중복이 우려되고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사단법인에 공무원 내보내서 운영하는 게 도서관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겁니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겁니다. 정부가 전국에 1년 동안 50개 도서관을 만듭니다. 인천처럼 하면 다른 지자체들도 다 위탁해야 하지만, 대부분 직영으로 운영합니다. 인천시만 유독 '총액인건비제도'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무원 수를 늘릴 수 없는 것은 전국 똑같은 문제인데 인천시만 계속 기존에 있는 것들을 안 움직이려고 하니 설득력이 없는 거죠." - 윤희윤 도서관 정보정책위원회 위원(대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인천시의 도서관 정책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란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전국이 비슷한 상황임에도 다른 지역에서는 소수직인 사서들을 공무원화하면서 도서관의 공익성을 보장하는 반면, 인천시는 몇 년 동안 같은 이유만 되풀이하며 공공도서관을 위탁할 궁리만 찾고 있다.

또한 현재 위탁중인 시립도서관 세 곳(수봉, 영종, 율목)의 도서관을 직영으로 운영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알아봤다"는 거짓말로 시민사회를 기만하고 있다.

인천시는 올해 말로 인천문화재단의 시립도서관 위탁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지난 11월8일 사단법인을 신설해 위탁토록 하는 '인천광역시 공공도서관 육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의 주 내용은 인천시장이 이사장을 맡는 '(사)인천광역시도서관협회'를 설립하고 공무원을 파견해 사무처장 중심으로 시립도서관 세 곳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시가 대표도서관인 미추홀도서관처럼 세 곳의 시립도서관을 직영으로 운영하려면 늘어나는 사서직 수 만큼 공무원 정원을 늘려야 하는데, 공무원 총액인건비제도와 총정원제도 때문에 공무원 수를 더 늘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사단법인을 만들어 시립도서관 세 곳을 운영하게 되면 사서직 신분이 민간으로 되는 바람에 총액인건비제도와 상관 없으며, 직영으로 운영하는 일과 다를 바 없어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인 도서관 정보정책위원회에서 2기 연속 위원을 맡고 있는 윤희윤 대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사단법인으로 위탁하는 일은 현재 문화재단이 위탁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면서 "공익성에 대한 부분은 일정부분 인정하지만 현 인천시의 상황에서는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지역에 도서관이 30개 이상 있어서 사서직 공무원이 많이 늘어나고, 더 이상 공무원을 증가할 수 없을 때면 할 수도 있다"면서 "지금 인천은 시립도서관 직영 운영을 통해 인프라를 확보하고 공무원을 투입해 안정화시키는 작업이 급하다"라고 조언했다.

인천은 전국적으로 비춰 볼 때 도서관 수가 아주 적고, 시작하는 단계기 때문에 벌써부터 위탁 운영을 논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서직을 공무원화하고 시가 직영 운영함으로써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또 인천을 대표하는 시립 미추홀도서관이 있는데도 사단법인 협회를 만드는 건 행정체계상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대표도서관인 미추홀도서관이 인천의 도서관 정책을 지원하고 선도해 나가는 입장인데, 협회나 문화재단에서 다른 세 곳의 시립도서관을 운영하면 명령체계상 중복된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해 김태성 인천시 문화예술과 문화시설팀장은 "사서직의 신분을 공무원으로 해봤자 달라질 게 없고, (위탁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들)자기들도 만족해서 시민에게 봉사한다고 한다"면서 "사단법인 위탁 운영에 이슈를 제기하는 100%는 현재 공무원 신분인 사서들이다"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협회 위탁 운영보다 나은 방법이 어디 있냐"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안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과연 지역에서 반발하는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대안'도 없이 반대만을 위한 반대만 하고 있을까?

윤희윤 교수는 ▲인천시 자체적으로 인사이동 등을 통해 사서직을 공무원화할 것 ▲단체장이 직접 나서 도서관을 포함한 문화복지기관에서는 공무원 총액인건비제도에 예외조항을 두는 전국적인 의제화 노력 등을 주문했다. 

윤 교수는 "인천시 전체 공무원에 대해 직무진단을 실시하고, 일반행정에 공무원이 많이 투입되는 패러다임을 도서관이나 문화 등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정주성이 약한 인천에서 시민들의 문화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만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연간 50개의 도서관을 만들면서 총액인건비제도 등으로 공무원 수를 제한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문제기 때문에 송영길 인천시장의 주도로 의제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도지사 협회나 국회의원을 통해 자치단체가 국가 예산을 받아 매칭 펀드로 만들어지는 도서관, 문화기관 등은 예외조항을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말 바꾸는 인천시 공무원

인천시 공무원의 말 바꾸기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천시 문화예술과는 2년 전 문화재단의 도서관 위탁 이후 계약 종료를 앞둔 올해 말까지 총액인건비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음에도 "이미 알아봤다"는 말로 시민사회를 기만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예술과에 "총액인건비제도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부서와 협의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시청 관계자는 "이미 4월에 알아봤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시 문화예술팀에서 위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아봤지만, 여의치 않아 결국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태성 문화시설팀장은 "4월에 공문도 보내고 구두로도 관련 부서에 물어봤다"면서 "당시 미추홀도서관에서 정원 관련 기획관리실 정책기획관에 문의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미추홀 도서관이 정책기획관에 보낸 공문은 시립도서관 위탁 운영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추홀도서관 운영팀 홍현일씨는 "당시 보낸 공문은 자체적으로 도서관 사서직하고 무기계약직 인원이 2명 정도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면서 "다른 시립도서관과는 관련 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홍씨는 "세 곳의 시립도서관과 관련해 미추홀도서관이 목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인천시 문화예술과에서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는 식으로 움직여야 한다"면서 "공문을 보낸 사실에 대해 문화예술팀과는 최근(11월~12월) 전화상으로 말한 것이 처음이고, 다른 통로로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결국 인천시 문화예술팀은 미추홀 도서관에서 보낸, 아무 상관 없는 공문을 마치 자기 부서에서 총액인건비제도 관련 문의를 한 것처럼 답했다.

최근 벌어진 시의원들의 행태도 시민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소수정당 의원들이나 시민사회의 입장을 대변하던 일부 시의원들까지도 개정안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의원발의에 동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민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애초 인천시 문화예술과는 지난 11월 조례안 입법예고한 이후 조례규칙심의 절차를 받았어야 하지만, 갑자기 시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는 형태로 변경됐다. 시가 아닌 시의원이 발의하는 형태로 진행되면 조례규칙심의 절차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와 관련해 김태성 팀장은 최초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시의원들이 내용을 공감하고 좋은 방안인 것 같다면서 자신들이 하겠다고 했다"며 "속도가 붙을 것 같으니 직접 (발의)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전화통화에서는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면서 "우리가 개정안을 진행하다가 경실련이나 일부 공무원 사서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잡음이 생기자 의회에서 '자기들이 공론화시켜서 처리하면 어떻겠느냐' 해서 의원발의로 된 것이다"라고 번복했다.

최초 의원발의로 진행한 박승희 의원(한나라당, 가좌1,2,3,4동)은 "문화재단의 시립도서관 위탁 종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도서관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발의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시민사회에서 논란이 있는 만큼 일단 다음 회기로 넘기고 토론회 등 의견을 모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발의에 동의한 시의원들은 개정안의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서명을 했다가 시민사회의 반발이 이어지자 "확인하지 못했었다"면서 "보류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도서관 관련 개정안은 다음 회기로 넘어가는 듯했으나 16일 이강호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민주당, 구월2,3동 간석1,2,4동)이 다시 의원발의로 추진했다. 문제는 이강호 의원이 이전에 서명했지만 반대 의사를 밝힌 시의원들까지도 두 번째 의원발의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곧 사실을 알게 된 시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다시 개정안 논의를 다음 회기로 미룰 전망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분간 인천문화재단의 양해를 구해 기존처럼 시립도서관을 위탁 운영하고, 도서관 운영에 관한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인천시가 직영으로 시립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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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사람 2010-12-17 10:33:15
도서관을 종교 편향으로 만들어 특정 종교와 윤리쪽으로 밀어 부치는 것이 가장 걱정됩니다. 그래서 사서들은 정치, 종교, 이런 것에 중립이어야 하고 그래서 사서들의 그 국가의 문화에 대한 책임이 무겁습니다. 사서의 뿌리가 흔들리면 그 나라 전체 정신이 흔들리는 것입니다.

도서관사람 2010-12-17 10:29:58
라이브러리에 일하는 사람은 단순히 책을 대여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와 전통, 역사를 머리속에 기억하고 그 지식들을 보관하여 후대에 전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서 미국에서는 중립을 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정부에 휩쓸리면 북한처럼 이상한 나라로 변하기 때문에 도서관 사서들은 선진국은 절대 건들지 않습니다.

도서관사람 2010-12-17 10:26:24
사서들을 전통문화보존하듯 하는 것이 선진국들이고 사서들을 정부의 입김대로 머리속을 휘저어 버리는 것이 독재국가입니다. 인천의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려면 사서들을 가장 먼저 안정되게 보존해야 하는 것이 문화국가의 도리입니다. 사서가 국가에 얼마나 중요한 공무원인지를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도서관사람 2010-12-17 10:24:16
국회도서관을 야당의원이 맡도록 하는 일은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미국도 도서관은 국회에서 맡도록 되어 있어 행정부의 입김을 최소화하려 한 것입니다. 도서관은 사서라는 중립인이 맡아서 운영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도서관일을 무슨 행정일 보듯하면 나라가 망하기 때문이지요. 인천도서관이 망하면 인천 문화가 멸망합니다. 자고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여 제일 먼저 없애는 것이 그 나라 사서들입니다. 사서들 머리속에 역사와 전통이 담겨있기 때문인데, 사서들은 움직이는 백과사전입니다. 그들을 제일 먼저 없애는 것이 적장으로서 할 일이지요. 문화 침탈입니다. 사서들을 민간으로 내

겨울보리 2010-12-17 07:54:21
공무원들은 좋겠네. 열악한 환경에서도 새로 만드느라 죽을 고생한 민간도서관 사서들 다 내쫓고 날로 먹을 수 있어서... 인천시도 좋겠네. 공무원들 밥그릇도 보장해주고 충성도 받을 수 있어서... 시의원도 좋겠네. 공무원 뒤치닥거리 해주고 튼튼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으니...
불쌍한 건 그 사이 새로운 도서관 만들어보겠다고 헌신적으로 노력한 사람들이고 구태의연한 도서관 운영에 있어도 별로 흥미없는 도서관 뒷바라지 하느라 세금내는 시민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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