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내가 모여 큰 강을 이루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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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내가 모여 큰 강을 이루듯 …
  • 김주희
  • 승인 2011.03.01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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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개항장 밖으로 눈을 돌리자 (2)보물을 찾는 사람들

취재: 김주희 기자


상대적으로 잘 정비된 개항장 일대는 이정표는 물론,
근대유적마다 안내판이 있어 관광객들이 해설사 없이도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인천시는 최근 중구 북성·신포동 일대 일명 '개항장'에 대한 문화지구 조성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개항장은 지난해 1월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시는 이 일대 53만7천㎡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겠다는 것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하는 한편 근대건축물 등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개항장이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과 대학로,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등에 이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지구로서 지정될 수 있었던 데는 어찌됐든 그동안 펼쳐온 시민(단체)의 노력이 컸다.

1994년 결성된 해반문화사랑회는 초창기 회원 중심으로 펼쳐오던 문화답사 활동을 2000년대 들어 일반 시민으로까지 확대했다. 우리지역바로알기 사업으로 지역 내 곳곳을 돌며 숨은 인천의 가치와 역사, 문화를 발굴하고 이를 알리는 노력을 펼쳤다.

특히 개항장 일대에서 벌인 답사 활동은 다른 지역 문화시민단체가 배워갈 정도였다. 개항장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리려고 근대문화지킴이나 해설사를 자체적으로 키우기도 했다.

이들은 단순히 개항장을 둘러보는데 그치지 않았다.

문제의식을 갖고 꾸준히 개항장을 들여다 봤고, 그 덕에 1990년대 말부터 개항장 일대 근대건축물이 시지정문화재나 등록문화재로 속속 지정되기도 했다.

개항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커갔고, 여기에 지자체가 힘을 보태면서 '자장면'이나 먹으러 다녔던 개항장은 인천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역사·문화 학습장으로 탈바꿈했다.

그런 해반문화사랑회가 얼마 전부터 개항장 밖으로 눈을 돌렸다.

해반문화사랑회 운영위원을 지냈던 재능대 손장원 교수는 "개항장은 일본과 중국, 그리고 서구 세력이 지배하던 공간이었다. 그들이 개항장을 차지하며 조선인들을 개항장 밖으로 내몰았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개항장에만 집중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해반문화사랑회는 우리지역바로알기답사 등을 통해 인천의 근대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알리는 데 노력해 왔다.(사진=해문화사랑회)

지난 2007년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 문제가 불거졌다. 시는 배다리 일대를 전면 철거해 재정비하는 계획을 세워 밀고 나갔다.

헌책방 거리도, 개항장에서 밀려난 조선인들의 삶의 흔적도, 근대 문화재도 모두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지역 주민들이 나서 배다리 보존 운동을 펼쳤다. 문화 관련 단체는 물론 배다리를 지키겠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배다리로 향했다.

지난 6·2 지방선거때 단체장 후보들은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를 공약으로 내세우기에 이르렀다.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배다리 지역 주민과 시민, 문화단체가 그간 줄기차게 배다리 지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 산업도로는 지하화하기로 했고,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계획에 배다리 일대는 제척해 보존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이는 인천시의 도시문화정책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뜻 깊은 성과다."라고 말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구상하는 역사문화마을은 살아 있는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그 자체로 지속시키고 보여줄 상징적 공간으로서 배다리를 보존하고 가꾸자는 것이다.

배다리에는 시지정문화재인 영화초교 본관과 창영초교,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 등이 있는 데다, 그 주변에는 일제강점기 성냥공장터와 간장공장터, 한국철도최초기공지와 3·1독립만세운동인천지역 발상지가 또 있는 곳이다.

송현·송림동까지 외연을 확대하면 송현배수지와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일제시대 전염병 연구소 터였던 동명초, 양키시장 등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최근 역사문화 마을만들기를 실행할 실무팀을 꾸리는 한편, 앞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답사코스를 개발해 사업을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개발을 둘러싼 주민간 갈등이 상존하는 상황이라 일이 잘 풀릴지는 미지수다. 지자체가 맡아 할 일도 있고, 일부 사업에는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이 또한 약속된 바 없다.

공사가 중단된 산업도로 문제도 잠잠하다가 최근 '지하화 번복' 논란 속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민들이 나서 역사문화마을로 가꾸려는 배다리 헌책방 거리 입구.

근대문화재를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일은 비단 조직화한 노력만 있는 건 아니다.

인터넷과 디지털카메라 등 기술 발달이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전파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진이 발굴되기도 하고,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는 일도 가상공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인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시각도, 인천을 담은 사진과 다양한 정보를 통해 변화하고 있기도 하다.

'디비딥의 인천스케치'란 블로그(db0353.blog.me)를 운영하는 장윤석씨는 "제가 안 것을 그저 알리고자 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이 제 글과 사진을 보고 인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로 댓글을 단 걸 보면 기운이 솟는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기 전에도 1988년 언론자율화조치 이후 창간한 지역 언론이나 학계 등을 중심으로 인천의 역사를 기록하고 전파하는 일은 활발했다. 인천 향토사 교과서로 읽히는 고일의 '인천석금'이나 경인일보가 낸 '격동 한세기 인천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는 전파되는 영역과 속도에 있을 뿐,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알리는 노력은 같다.

다만 두 시대 모두 찾아낸 숨은 인천 가치를 집대성해 관리하는 일이나, 발굴한 자료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데 쏟는 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인천의 숨은 가치를 찾는 곳도 개항장을 포함해 중·동구 일부와 강화군 등지에 머물러 있는 것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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