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여성 취업은 "너무나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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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 여성 취업은 "너무나 힘들어"
  • 이혜정
  • 승인 2011.08.13 11: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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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판매 · 단순노무직 종사 - 안정적 일자리지원 보장 절실


백모(59)씨가 화장실 바닥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

취재 : 이혜정 기자

자녀 교육비나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오는 40~50대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20대 고용률보다 높다고 한다. 하지만 저임금에 노동강도가 센 단순 생산직이나 영업사원, 청소용역, 식당 주방 등으로 몰리고 있다. 이들에 대한 탄력근무제 도입과 직업교육 강화, 취업 알선 지원 등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백모(59, 남구 주안동)씨는 3년 전부터 건물 청소를 하고 있다. 건설기계 관련 공장에서 일하다 IMF로 일자리를 잃은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꾸린 지 벌써 14년째이다.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한 달에 120만원 수입으로 가정을 이끌었다. 식당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 3년동안 병원신세를 졌다. 도저히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 힘든 몸으로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50대 후반인 백씨를 고용하는 곳은 어디도 없었다. 결국 어렵게 찾은 '직업'이 청소였다.

"허리치료를 받은 후 돈을 벌려고 식당일을 알아봤는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더라고요. 지금 하게 된 건물 청소도 사정사정 해서 오전 시간에만 하게 됐어요. 그래서 한 달에 40만원을 받고 있지요. 일자리가 없으니 이거라도 해야지요. 가끔 건물에서 나오는 종이랑 박스 등을 주어서 돈을 벌기도 해요."

그가 오전에 건물 내 계단, 화장실, 사무실 쓰레기비우기 등 청소를 하면서 한 달에 버는 수입은 고작 40만원. 이 수입도 그나마 용역회사에서 몇 달 전 5만원을 올려준 것이라고 백씨는 말한다.

백씨는 "배운것도 없고, 나이 먹어서 어디서 써주지도 않는데, 그나마 이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수 있으니 힘은 들어도 할 수 없지 않냐"면서 "얼마나 더 할지는 모르겠지만 생계를 위해선 할 수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식당 청소를 하는 김모(44)씨는 전업주부 생활을 그만두고 일을 한 지 3년째다. 남편 사업이 무너지면서 생계를 위해 식당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일용직 노동을 하는 남편 한 달 수입은 100만원 정도. 두 명의 자녀를 둔 김씨에겐 남편이 벌어다 주는 수입으로 생계를 꾸리는 데 어려움이 너무 커 식당일을 시작했다. 1주일간 오전 8시~오후 6시 주말도 없이 일을 해도 한 달에 김씨가 버는 돈은 100만원.

김씨는 "남편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자식 둘을 키운다는 게 쉽지 않아서 일을 하게 됐다"면서 "애들 학원비만 해도 한 달에 70여 만원 들어가 어떻게든 일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 대학에라도 보낼려면 좀더 돈이 될 만한 일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면서 "앞으로 걱정이 태산"이라고 푸념했다.

이처럼 40~50대 여성 중 상당수가 생계비, 자녀교육비, 노후자금 마련 등을 위해 전업주부를 탈피하고 직업전선에 뛰어들지만 만만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50대 여성 고용률(전체 인구 중 몇 명이 고용되어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이 59.3%를 기록했다. 50대 여성 10명 중 6명이 직업전선으로 나간다는 뜻이다. 1992년 3분기(60.1%)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20대 전체 고용률은 58.9%에 그쳤다. 50대 여성 고용률이 20대 고용률을 앞지른 것은 지난 1983년 3분기 이래 최고치다.

그러나 취업전선에 뛰어든 40~50대 여성들에겐 일자리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저임금·장시간에 단순 업무직이다.  상당수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으로 10여년간 가정생활을 하고 뒤늦게 일자리를 찾기에 취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저임금·장시간 일이라도 하게 된다.

최근 인기가 높은 요양보호사의 경우도 주당 40~44시간 일을 하고 월 100만원 정도를 번다. 그러나 요양보호사를 하려는 40~50대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이마저 쉽지 않다. 경쟁이 치열해 월 100만원 미만 급여를 받는 요양보호사들도 허다하다.

한 요양보호사(50)는 "처음 시작할 때는 하루 7~8시간 일해 100여만원 벌어도 이마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괜찮았다"면서 "이제는 요양보호사가 많아서 하루 일하는 양도 줄고 월급도 그전 같지는 않지만, 이게 아니면 다른 일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일자리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최근 조기퇴직하는 남편, 자녀 학비 등으로 40~50대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려고 노동시장에 뛰어든다"면서 "그러나 대부분 여성들이 경력단절이거나 경제활동을 처음으로 하기 때문에 고임금직에 취업하기 어려워 판매직과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40~50대 여성들에게 보육지원을 넘은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면서 "정부에선 특히 이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2부제 등 탄력적인 근무와 4대보험 보장 등을 마련해 안정적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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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2011-08-08 09:25:51
요즈음 청년들의 알바의 현실을 들여다보면서 가슴 아팠는데...우리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는 언제쯤 햇빛이 들까요? 성실함이 있는 곳에 그 댓가가 이뤄지는 그날이 올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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