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철도 청라 · 검단 연결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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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시철도 청라 · 검단 연결 '표류'
  • 배영수
  • 승인 2011.08.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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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과 직통 모두 '일장일단' - 민·관 모두 잘 생각해야

청라지구 주민들은 '지하철 직통'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취재 : 배영수 기자

인천시는 지난 5월 청라지구와 검단신도시에 서울 등 주요 거점과 통하는 철도망 구축을 계획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후 몇몇 언론사들이 이 내용을 보도했고, 검단신도시를 비롯한 해당 지역 주민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특히 검단신도시는 당시 김포시가 9호선 직통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었던 만큼, 바로 '옆 동네'인 검단까지 연결하는 방안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한데 지난 7월 20일 검단신도시 주민들에게는 그 기대감을 씻어내는 허탈한 소식이 들렸다. 김포시가 재정상 이유와 경제성 저하 등을 이유로 9호선 직통을 포기하고 김포공항까지 환승철도(경전철)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검단신도시 9호선 도입도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이에 김포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과 전화연락을 해 김포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유영록 김포시장이 내걸었던 "9호선 직결을 반드시 이뤄내겠으며, 그것이 실패하면 사퇴하겠다"라는 강력한 공약이 시민들에게 먹혀들면서 당선됐기에, 시민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사퇴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최근 주민들의 집단 소송으로 얼룩진 청라지구 입주민들은 "7호선이 청라지구까지 연결되는 건 사실 현재로서는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입주민 정모(48)씨는 "철도와 개발사업 등을 약속한 게 표류하고 있어 결국 얼마 전 주민 소송까지 이어지지 않았겠느냐"면서 "지금으로선 손해를 많이 보았다"라고 말했다.
 
두 지역 시민들 반응으로 판단하자면, 인천시가 계획하는 '사통팔달 철도교통망 구축'은 반 물거품으로 변한 상황이다. 그러나 9호선과 7호선 사업상 특징을 조금만 살펴보면, 애초부터 '무리'라는 걸 잘 알 수 있다.

서울메트로 7호선은 공기업, 그리고 서울시메트로 9호선(주)은 아예 민자사업자로, 두 곳 모두 인천시와는 전혀 밀접하지 않은 기업이다. 서울시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두 기업이 인천시 편익을 위해 '희생'해야 할 이유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검단신도시 한 주민은 "인천시가 너무 계획을 빨리 발표해 시민들 기대감만 부풀리지 않았나 싶다"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인천시 대중교통과에 입장을 물었다.

이명수 철도기획담당팀장은 "청라지구와 검단신도시 두 곳 모두 철도망을 연계해야 하는 건 기본적으로 맞고 시에서는 어떻게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면서 "9호선이나 7호선을 끌어들이는 것도 그 방안 중 하나였고, 물론 가능하다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실현 불가능하게 됐을 때 차선책으로 자체 환승 노선 혹은 2호선 연장 등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이어 "9호선이나 7호선 모두 직결된다면 해당 지역 시민들 입장에서야 좋겠지만 B/C(편익비용비율)가 기준치 1의 절반인 0.5 수준으로 경제성이 너무 떨어져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직결 대안인 환승체계는 한 번 갈아타야 한다는 단점만 빼면 주민 의견을 수렴해 노선을 결정할 수 있어 오히려 타 시도 접근성 면에서는 시간 단축까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언제 할지는 결정하지 못했지만 도시철도와 관련된 사업에 대해서는 적절한 때를 기다려 시민 공청회도 열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노선 직결이 성사되지 못한 데에는 문제들이 있었겠지만, 결국 경제성과 운영 부담을 이유로 9호선을 포기한 김포시 상황과 여러 모로 비슷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도시철도에서 직결과 환승은 나름 일장일단을 지닌다. 검단이나 청라지역 시민들이 원하는 서울메트로 노선 직결은  일반적으로 갈아타지 않고 서울지역을 갈 수 있는 이점과 함께 집값 상승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동시에 건설과 운영 비용이 조 단위로 이어져 적자를 각오해야 할 뿐더러, 배차시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환승노선은 한 번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운영비 절감과 함께 적은 비용으로 교통편익을 확대할 수 있어 시민 부담도 그만큼 낮아진다.
 
이렇게 일장일단이 확실하다 보니, 환승체계를 도입하고 독립적인 교통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인천시 입장과 서울 노선을 끌어와 집값 상승과 교통네트워크 확장을 기대하는 주민들 사이에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도시철도냐, 서울노선 직결이냐를 두고 시민과 지자체 간 오랜 불화를 겪고 있는 김포시 선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포시는 한강신도시가 조성되고 시네폴리스 등 계획을 발표하면서 9호선 직결과 독자적 도시철도노선 구현을 두고 지역 주민과 시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10여년 간 허송세월을 보내 결국 시민 혈세만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미 김포지역 정치인 일부는 "시가 자체 도시철도인 경전철을 도입할 당시 왜 장점이 있는지에 대해 시민들을 전혀 설득하지 못했고, 이미 경전철을 '쓸모없는 것'으로 인식한 김포시민들에게 민선4기와 현 5기는 애초에 실현불가능했던 9호선 직결을 '표심'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갖고 목소리부터 크게 내 결국 10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라고 인정한다. 
 
이와 관련해 검단과 청라를 비롯해 도시철도에 관심을 쏟고 있는 시민들과 인천시 공직자들에게는 지난 6.2 지방선거 때 김포시장으로 출마를 했던(후보단일화로 사퇴) 정왕룡 김포국민참여당 위원장(前 김포시의회 의원) 조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그가 <인천in>과 만났을 때 도시철도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던 내용 중 일부다.
 
"재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출발한 인천시의 민선5기는 차후 대선까지 준비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송영길 시장에 대한 일종의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인천은 김포에 비해 재정이 운영되는 규모도 더 크고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시철도만 딱 떼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도시철도에 관해 시민과 시 사이에 이견이 있다면 김포시 선례를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과거 김포시가 도시철도 사업에 실패한 건 9호선 직결은 애초에 가능성이 희박한 내용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시와 주민들 사이에 냉정한 판단이 설 수 있어야 했는데, 결정적으로 시가 그렇게 이끌지 못했습니다. 인천 역시 도시철도 문제에 관해서는 공직자와 시민들 모두가 현실을 직시하고 냉정한 판단 아래 협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그러지 못해 서로 갈등이 일어난다면, 10년 동안 허송세월하며 시민들 호주머니에서 나온 예산이 아무 의미 없이 낭비되는 김포시와 비슷한 사례가 또 한번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지난 민선 4기 당시 김포시가 발표한 도시철도 노선도. 
계획은 이후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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