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에게 진심을 담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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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에게 진심을 담으면…
  • 김옥선
  • 승인 2011.08.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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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김옥선 / 고토지역아동센터 소장


포스코건설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 '무한건설챌린지 건축캠프'.
 인천지역 아동센터 초등학생 100여명이 모형건물을 조립하고 있다.

"우리는 가진 게 없어서 더 이상 잃어버릴 여유가 없다. 그래서 단 한 명의 아이도 잃어버릴 수가 없었다."

한 명의 어린이도 낙오되지 않도록 교육하는 나라 핀란드가 아주 많이 부러워집니다. 현실의 치열한 관계성을 경험하는 아동복지 현장에서는 빈곤가정 아이들 삶의 무게를 꺼내면 여지없이 불편한 진실을 대하게 됩니다.

'너무 빨리 걷지 마라, 영혼이 날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라'라는 인디언 속담은 현실에서 놓치고 있는 게 있는지 살펴보게 하고, 쉼 없이 달리는 것보다는 멀리가기 위해서 분명히 잠시 멈추는 일이 중요함을 의미할 것입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빈곤가정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관계성에서 겪는 통증을 앓고 있습니다. 처음 지역아동센터를 시작할 때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요모조모 고려하며 아동센터를 이용할 아동들을 구성하였습니다. 주민센터 측과 인근 초등학교 교사 연계로 정부지원 대상 아동과 사회복지 사각지대 아동, 그리고 보통 일반가정 아동으로 구성하여 보편적으로 아동들이 이용하는 지역사회 아동복지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아울러 아이들에게 소중한 일상의 행복감을 채우고자 달려왔습니다. 아동들에게 지역사회 안전망으로 돌봄의 지형으로 넓히기를 시작하여 다양한 경험의 씨실로 자기효능감을 날실로 엮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 복지가 만나는 '철옹성' 같은 벽을 또 만났습니다. 툭툭 던지는 아이들 말을 옮기자면 이렇습니다.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면 집이 정상이 아니란 게 금방 티 나요." 작은 소리로 말을 내뱉자 옆에 있는 아동도 대꾸를 합니다. "수급자라는 거 티나서 싫어요.",  "돈 없어서 여기 다닌다는 게 알려져서 좋을 일 없잖아요.", "학교에서 가난하다고 소문 나서 친구들한테 왕따 당하는 애도 있어요. 그래서 솔직히 알려질까봐 겁이 나요."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6학년, 중학교 1학년 10여 명의 아이들입니다.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혀 거래나 교류를 거부당하는 것을 낙인(stigma effect)효과라고 하지요.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 한 빈곤가정 아동은 숨기고 싶은 현실을 통증으로 살아내야만 합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복지를 첫 경험하는 아동들은 우리 사회에서 스티그마를 겪으면서 심리적으로 앓고 있습니다. 이는 복지가 해결할 과제 수위를 넘어서서 우리 사회가 여전히 혹독한 편견과 차별로 복지를 대상화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빠른 달리기를 멈추고 영혼이 따라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국가와 부유한자 혹은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만이 복지의 주체가 아니어야 합니다. 국민과 약자만이 복지의 대상이 아니어야 합니다. 분명한 이유는 상처를 받아야 하는 단 한 명의 아이도 없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복지의 주체는 자기 자신한테 시작되고, 우리 모두가 복지의 주체여야 합니다.

헤라클레스처럼 복지를 경험하는 아이들은 오늘도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편견과 차별의 무게를 온몸과 마음으로 받으며 버텨내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교육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일에, 그들의 입을 통해 얘기되는 '아이들 말'에 경청하기를 시작하면 어떨까요? 조금 덜 불편하도록 이렇게라도 물꼬를 터서 누구나 행복한 복지의 주체였으면 좋겠습니다.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는 국가행복의 척도를 빈곤가정 아동에게 물어서 정확한 대답을 들어야 합니다. 지역아동센터는 살고 있는 거주지에서 아동들이 경험하는 첫 보편적 복지여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더 이상 기형적 복지가 양산되지 않도록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3천700여 곳의 지역아동센터가 11만 명의 아동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전체 빈곤가정 아동의 11%만이 돌봄을 받고 있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인천지역 지역아동센터는 2011년 혹독한 운영의 어려움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아동복지 정책은 아동의 정서와 착한 욕구에 기반하여 수립되고 이행될 이유가 분명하게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사람관계에 진심을 담는 복지로 만들어질 때, 복지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 되고, 우리 모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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