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고, 짜릿한 연장 승부치기 승... 인천고는 뒤집기 첫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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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고, 짜릿한 연장 승부치기 승... 인천고는 뒤집기 첫 승
  • 최림 객원기자
  • 승인 2023.04.18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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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고교야구 주말리그] 동산고, 덕적고에 7회 콜드게임 승
16일 전반기 리그 개막, 각 권역별 순위로 전국대회 참가 팀 결정
승리에 대한 간절함만은 학부모들이 선수들을 넘어설 것이라고 해도 거짓은 아닐 듯. 마음 만은 언제나 그라운드에서 아들과 함께하지만 현실은 응원석에서 목청 높이는 학부모들이 있기에 고교야구가 벌어지는 경기장은 늘 뜨겁다. 사진은 덕적고를 응원하는 부모들.
승리에 대한 간절함만은 학부모들이 선수들을 넘어설 것이라고 해도 거짓은 아닐 듯. 마음 만은 언제나 그라운드에서 아들과 함께하지만 현실은 응원석에서 목청 높이는 학부모들이 있기에 고교야구가 벌어지는 경기장은 늘 뜨겁다. 사진은 덕적고를 응원하는 부모들.

■ 416() 서울·인천권(신월구장)

▣ 제물포고(1) 8:7 서울고(1) - 연장 11회 승부

승리투수: 박준민(3학년, 0.2이닝 무실점)

제물포고, 9회말 동점 허용... 1학년 권우준 11회 등판, 1점차 승리 지켜

그야말로 감독의 피를 말린다는 소리를 들을 만한 전형적인 유형의 경기. 진 팀은 말할 것도 없고, 이긴 팀 감독도 고개를 저을 만한 승부였다. 32점을 먼저 내고 5, 61점씩을 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지만 81, 92점을 추가하며 제물포고의 승리는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더구나 마운드에는 6회부터 8회까지 3이닝을 두 번의 삼자범퇴 포함 1피안타로 막아 낸 오혜성(2학년)이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야구 모른다는 격언처럼 진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두타자가 3루 실책으로 살아 나가자 3연속 안타가 이어졌다. 중간에 5(3루수)-4(2루수)-3(1루수)으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펼치며 한 점 차 승리를 이끌어내나 싶었지만 투아웃 뒤 적시타를 맞고 끝내 동점을 허용했다.

9회 말은 묘하게도 3루 쪽 타구가 경기 흐름을 좌지우지했다. 4개의 타구가 3루로 향해 한 번의 실책, 두 번의 내야 안타, 한 번의 병살 플레이로 희비가 계속 갈렸다. 제물포고로서는 선발 3루수의 9회 실책 뒤 교체로 들어 온 1학년 박준서의 병살플레이가 그나마 패전을 막은 셈.

5:5 동점에서 맞은 10회 승부치기에서는 양 팀 모두 2점씩을 주고받으며 또다시 동점.

승부가 갈린 11. 1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온 왕현호(2학년)의 스퀴즈 번트로 1점을 뽑았지만, 추가점을 못 낸 제물포고는 사실 불안한 상황. 아니나 다를까 11회 말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8:7로 살얼음판 리드인 연장 11회 말 무사 1,2루에서 등판한 제물포고 오른손 투수 권우준은 폭투와 고의사구로 무사만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후속 타자를 3루 땅볼을 유도해 홈에서 주자를 잡아내고, 뒤이어 짧은 중견수 플라이로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상대 서울고의 4번 타자 소한빈(3학년)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3시간 30분의 긴 승부에서 짜릿함을 극대화했다. 1학년생이 지켜낸 1점 차 승리이기에 강필선 감독을 비롯한 제물포고 응원석의 함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제물포고 타선에서 4타수 3안타로 기록하며 불방망이를 휘두른 3루수 이시헌(3학년)9회 실책으로 경기 막판 체면을 구겼고, 9번 타자 신민결은 6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주말 리그 개막전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선발 최재우(3학년)5이닝 무피안타로 잘 던졌지만 사사구 7개와 폭투 2개가 빌미가 돼 2실점 했다. 오혜성은 4이닝 5피안타, 1볼넷으로 5실점 했지만 실책이 껴있어 5점 모두 비자책점으로 기록됐다.

 

▣ 동산고(1) 11:2 덕적고(1) - 7회 콜드 게임

승리투수: 한성민(3학년, 1.1이닝 무실점)

동산고 장단 10안타로 첫 승 신고... 덕적고 사사구 13개 내주며 자멸

“1회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오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1회를 깔끔하게 막으면 경기는 의외로 재미있게 흘러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거기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결과적으로 보면 경기 시작 전 장광호 덕적고 감독의 경기 전망은 맞았다. 다만 애써 말을 끝맺지 않았던, ‘생각하고 싶지 않다던 그 상황이 현실이 된 게 뼈아플 뿐이었다. 장광호 감독이 1회를 승부처로 본 이유는 명확하다. 경기 초반 유난히 많이 긴장하는 선수들의 약한 멘탈을 우려한 것.

이날 경기도 사실 그랬다. 경기 과정 만은 콜드 게임이라는 결과에 어울리지 않았다. 특히 2회부터 5회까지 4이닝 동안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 기간에 내야에서는 5-4-3 병살 플레이도 했고, 포수 강창연(3학년)은 두 번의 도루 저지도 해냈다.

그러나 역시 1회가 문제였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안타-도루-볼넷-희생번트-2루타 등이 이어지며 5실점. 1회 초 동산고 10명의 타자에게 2루타 1개 포함 5안타, 사사구 2개를 내줬다.

반면 덕적고의 1회는 아쉬울 만했다. 1번 김윤건(3학년)의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폭투)에 의한 출루와 2번 이동준(3학년)의 우측 안타로 만든 무사 1,2루 기회에서 3번 최동주(3학년)의 병살타가 나온 것. 4개의 파울 등 총 8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나온 타구가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자 덕적고 응원단은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장탄식 뒤에 나온 4번 강창연의 좌익수 앞 1타점 적시타는 오히려 속만 쓰릴 수밖에 없었다.

5회까지 추가점을 내지 못하던 동산고는 62, 74점을 보태며 상대를 완전히 주저앉혔다. 특히 74점은 몸에 맞는 공 1개 포함 5개의 사사구와 단타 1개로 만들어 낸 결과. 강팀일수록 적은 수의 안타로 많은 점수를 뽑아낸다는 점에서 강팀의 면모를 뽐냈다. 동산고 중견수 이태경(3학년)3루타, 2루타, 단타를 고루 쳐내며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고, 4번 지명타자로 나선 김재영(2학년)1회 선제 2타점 2루타 등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덕적고로서는 각각 2.1 이닝을 던진 안승한(2학년, 무실점)과 홍진우(1학년, 1실점)가 저학년으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콜드 게임 패배의 충격 속에서도 얻은 한 줄기 희망이었다. 다만 안승한은 이닝에 비해 많았던 사사구(5)를 줄여야 하는 명확한 과제도 안았다.

 

경기 뒤 나름의 승리 세리모니를 하고 있는 인천고 선수들. 이날 경기는 일몰 콜드 게임(8회)으로 19시08분에 경기가 끝나 주위가 어둑하다.
경기 뒤 나름의 승리 세리모니를 하고 있는 인천고 선수들. 이날 경기는 일몰 콜드 게임(8회)으로 19시08분에 경기가 끝나 주위가 어둑하다.

인천고(1) 5:3 청원고(1) - 일몰 콜드 게임

승리투수: 김택연(3학년, 6.1이닝 2실점)

인천고 김택연 14탈삼진으로 이름값... 53득점으로 승기 잡아

고교야구 대회에서 뻬 놓을 수 없는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은 사실 경기의 승패에는 별 관심이 없다. 특정 팀이 이기든 지든 일말의 호기심조차 없다. 그들은 단지 탐나는 선수의 경기 모습만이 중요할 뿐이다. 이날 신월구장 스카우트실은 사실 좁은 공간에 10개 구단 스카우트가 모여있는 것 치고는 조용했다. 스카우트 실이 술렁이기 시작한 건 1회 말. 수비하던 인천고가 안타 없이 볼넷과 도루, 몸에 맞는 공, 폭투 등으로 1점을 내주고 계속해서 22루의 위기를 맞자, 스카우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천고 불펜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한 선수의 등장에 스카우터 실은 아연 활력이 넘쳤다.

불펜에서 급히 마운드로 올라온 선수는 김택연(3학년). 스카우트 사정권에 들어 있는 김택연의 등장에 의자에 등을 기대고 느긋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모 프로팀 스카우트도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마운드를 응시했다. 김택연이 마운드에 올라와 연습구를 던지며 어깨를 풀기 시작하자 스카우트들의 눈은 일제히 스피드건으로 향했다. 또 위력적인 공과 좋은 투구 메커니즘을 위해 필요한 허벅지 굵기, 엉덩이 크기 등 신체 조건에 대한 품평(?)도 이어졌다.

2023 주말 리그 서울·인천권에서 최대어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천고 김택연은 결국 스카우트들의 관심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줬다. 7회 투구를 마칠 때까지 19개의 아웃 카운트 중 14개를 삼진으로 잡는 위력적인 공을 뿌려댔다. 공식 기록은 6.1 이닝 4피안타 14탈삼진, 2실점. 스카우트 실에서 잰 투구 스피드는 빠른 공 최고 148km, 커브 117km로 기록됐다. 이 스피드는 포수 뒤에 위치한 건물 2층에서 기록한 수치이므로 평지에서 측정했다면 150km를 상회했을 것이라는 게 주위의 평가.

그러나 무엇보다 빛났던 건 투지. 고교 투수의 1일 최다 투구 수(105)에 육박하는 102개의 공을 던지고 덕아웃에 들어와서도 피곤한 기색 없이 동료들에게 더 던지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기질을 엿볼 수 있었다.

타선에서는 박재현(2학년)이 막힌 혈을 뚫었다. 4회까지 상대 선발 김준서(3학년)에게 막혀 산발 3안타로 눌리고 그마저도 투수 견제 아웃까지 당하는 등 소위 말하는 꼬이는 경기에서 경기를 풀어냈다. 1:2로 뒤진 511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동점을 만들고 바뀐 투수의 폭투에 홈까지 파고들어 역전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5타수 2안타.

4회 대형 파울 홈런으로 서로 다른 의미로 양 팀 응원단을 들었다 놓았던 한규혁(3학년)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팀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주말 리그 내내 맞설 상대 팀들의 전력 분석을 위해 이날 이른 아침부터 경기장을 지킨 계기범 인천고 감독은 경기 뒤 시즌 첫 승으로 피곤이 가실 법도 했지만, 마냥 밝지는 않았다.

물론 잘 던졌지만, 폭투도 나오고, 사구도 있고 오늘 컨디션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택연이는 사실 더 잘 던질 수 있거든요. 또 야수들이 111, 2루 수비에서 땅볼 타구 처리할 때 상대 타자의 걸음을 고려했다면 여유 있게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 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랬다면 실점하지 않았겠죠.” 선수가 잘해도, 팀이 이겨도 감독은 실수 없기를, 더 잘하기를 바라는 법이지만 계기범 감독 역시 에이스의 호투와 팀 승리에도 만족하지는 않았다. 다만 오랫동안 재활로 팀 전력에서 빠져 있다가 이날 8회 올라와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낸 박상현(3학년)의 호투는 팀 전력 플러스 요인이기에 기분 좋을만한 일이었을 듯.

 

한편, 2023 고교야구 주말리그는 총 93개 팀이 서울권 A·B·C, 서울·인천권, 경상권 A·B 등 지역별 거점을 13개 권역으로 나눠 전반기, 후반기 일정을 진행한다. 9개 팀 리그로 구성된 경상권 A·B와 대전·충청권, 광주·전라권 경기가 타 권역보다 먼저 리그를 시작했으며 인천 연고 고교 팀이 포함된 서울·인천권은 서울에 위치한 서울고와 청원고까지 포함 6개 팀으로 지난 416() 전반기를 개막했다.

주말리그 전반기 권역별 순위로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과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참가팀이 각각 결정되며, 후반기 순위를 통해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참가팀이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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