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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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비결
  • 최원영
  • 승인 2024.03.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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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47화

 

 

데이트폭력이 흔해지고 이혼 커플, 황혼이혼이 많아진다는 보도를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그들 역시 연애를 시작할 때나 신혼 초에는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헤어지자마자 다시 보고 싶어졌을 겁니다. 그런데 왜 이런 슬픈 이별을 해야 할까요. 혹시 사랑의 올바른 방법을 몰라서 그런 건 아닐까요?

《나는 당신입니다》(안도현)에 박범신 씨의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이라는 산문의 일부가 실려있습니다.

 

“아내와 결혼한 지 어언 30여 년. 이 긴 세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살아온 끝에 얻은 확실한 결론 중 하나는 ‘우리 부부는 대부분 서로 안 맞는다는 것’이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마찬가지다. 이렇게 서로 맞지 않으면서 지난 30여 년을 도대체 어떻게 함께 살아왔을까, 하고 생각할 때도 많다. 앞으로도 살면 살수록 안 맞는 부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함께 사는 일이란 마치 서로 맞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둘씩 찾아내고 쌓아가는 일인 것 같다.”

 

삶이란 ‘서로 맞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둘씩 찾아내고 쌓아가는 일’이라는 저자의 통찰이 빛납니다. 서로 맞지 않으면 다투고 싸우고 헤어지는 게 차라리 수월할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쌓아가야 한다고 하니 말입니다.

사실 내 방식을 고집하고 요구하면 늘 충돌이 생깁니다. 그래서 너와 내가 심리적으로 하나가 되어야만 조화롭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모른다는 겁니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마음공부》(권도갑)에서 저자는 너와 하나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상대의 말을 내가 하는 말로 듣는 것이다. 부부간에 서로의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로 듣자. 아이의 말을 내 말로 듣자. 그러면 자연히 내가 없어지는 소중한 체험을 할 것이다.
그동안 너와 나를 나누어서 서로를 판단하며 살았다. 옳고 그름으로 나누고, 좋고 나쁨으로 분별하여 나를 높이고 앞세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 결과 갈등과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다.”

“다른 하나는, 타인의 행동을 보며 그런 행동을 내가 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없어지고 텅 비워진다. 그러면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이 세상 모두가 나뿐임을 느낀다. 상사와 동료, 또는 아랫사람이 하는 행동을 볼 때 그들의 행동을 내가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라. 그러면  조금씩 그가 내 생각을 말하고 나의 뜻을 실현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모르던 수많은 나와도 만난다. 모든 사람은 바로 나를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무슨 분별이 있는가. 그와 나는 처음부터 하나이다. 그래서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내 의식이 점점 확장되고 서로가 하나임을 체득한다. 상대를 통해 다양한 나를 경험하다 보면 전혀 알지 못했던 나를 보게 된다. 모든 만남은 결국 나를 발견하는 소중한 단서이다.”

 

저자가 말하는 지혜는 아주 간단합니다. 상대의 말을 마치 내가 하는 것처럼 여겨보라는 겁니다. 또 남의 행동을 내가 하는 행동으로 여기라는 것입니다. 어려운 것 같지만 누구나 이렇게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연애할 때를 떠올려보시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이성에게 관심을 가진 ‘나’는 헤어진 다음에도 그 사람의 잔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하나씩 하나씩 그녀에 대해 알아갑니다.

만나면 만날수록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그 사람과 내가 무척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취향과 기호를 고집하지 않고 그 사람에게 맞춰주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시간보다 그녀가 더 많은 시간을 말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너’에게 ‘나’를 맞추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태도가 바로 저자가 제안한 상대의 말을 내가 하는 말처럼, 상대의 행동을 내가 하는 행동이라고 여기는 태도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릅니다. 연애를 시작했을 그때처럼만 할 수 있으면 말입니다. 바로 ‘처음처럼’만 하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때는 서로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너의 말과 행동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으니까요. 이것이 사랑의 지혜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너의 마음을 얻었고, 내 마음을 빼앗길 수 있었습니다. 서로 충돌할 때마다 서로 등을 등지고 살아갈 때마다 ‘처음처럼’을 떠올려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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