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보물을 발견하는 검단 그라운드, 능내근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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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보물을 발견하는 검단 그라운드, 능내근린공원
  • 유광식
  • 승인 2024.03.1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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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일기]
(124) 마전동 능내근린공원 일대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능내공원 축구장과 산책 나온 시민들, 2024ⓒ유광식
능내공원 축구장과 산책 나온 시민들, 2024ⓒ유광식

 

꽃샘추위로 찬바람을 조심하던 날들이 지나고, 조금씩 봄기운이 피어오르는 요즘이다. 몽우리 진 가지 끝을 바라보며 남녘의 풍경을 그려보게 된다. 좁은 핸드폰 화면 속에서 매일매일 생산되는 선거 뉴스에 초점을 맞추며 한 해 계획을 쥐어 짜내 보지만 마음껏 되지는 않는다. 긴 겨울이 그래도 지나가더라며 청명하고 따듯해질 나날을 상상하는 일은 기지개 켜는 고양이들의 복에 겨운 자태와도 다름없을 것이다. 비상식적인 일들이 잦아들길 바라면서 인근 마전동 능내공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검단복지회관에 봄을 전하는 목련(겨울눈), 2024ⓒ유광식
검단복지회관에 봄을 전하는 목련(겨울눈), 2024ⓒ유광식

 

마전동(麻田洞)은 삼씨 대신 집씨를 뿌려 놓았는지 현재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비탈면에 지어진 고층 아파트 숲 사잇길로 조금만 오르면 검단복지회관이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다. 인천지하철 2호선 마전역과 지척이다. 검단복지회관에는 테니스, 수영, 농구, 탁구, 배드민턴, 축구 등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육시설이 있어 종합스포츠센터를 방불케 한다. 공연장을 갖추고 있고 주민들을 위한 강좌도 열리니 건강과 심신의 종합 비타민처럼 작용한다. 바로 옆에는 검단도서관도 있어 오래된 서가의 책 냄새와 더불어 주말 독서 객들로 조용한 가운데 덥기까지 했다. 

 

검단복지회관(이 지역 종합스포츠센터), 2024ⓒ유광식
검단복지회관(이 지역 종합스포츠센터), 2024ⓒ유광식
구립 검단도서관(2004년 여름 개관), 2024ⓒ김주혜
구립 검단도서관(2004년 여름 개관), 2024ⓒ김주혜

 

회관 뒤쪽으로 오른다. 주민들은 줄지어 내려오고, 비둘기 한 쌍이 조금 힘이 드는지 나와 비탈면을 같은 보폭으로 오르는 것이었다. 햇볕이 그들의 날개를 빛나게 해주고 있었지만 날아오르지 않는 걸 보니 좋은 먹이를 찾았나 싶었다. 혹시 좋은 삼(麻)을 발견한 건 아닐는지. 계단을 오르고 나니 초록 운동장이 널따랗게 펼쳐진다. 운동장에는 공놀이하는 어른과 청소년들이 빼곡하고, 외곽 트랙으로는 시민들이 반시계 방향으로 걷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잠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산비탈을 오르는 산비둘기 한 쌍, 2024ⓒ유광식
산비탈을 오르는 산비둘기 한 쌍, 2024ⓒ유광식
검단복지회관 뒤 오르막길, 2024ⓒ유광식
검단복지회관 뒤 오르막길, 2024ⓒ유광식
능내근린공원 출입구, 2024ⓒ김주혜
능내근린공원 출입구, 2024ⓒ김주혜

 

능내근린공원은 인근 주민들의 청량한 산소 같은 휴식처다. 평지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하여 탁 트인 푸른 풍경에 볕이 잘 드니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다. 공원은 겉으로 보기와 다르게 이용객의 연령층도 다양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움직임이 역동적이었다. 마치 에너지 발전소 견학을 온 것 같았다. 걷다가 삐쳐 날아오는 공에 맞지는 않을까 싶은 정도였다. 산책로가 야산으로도 이어져 있었지만, 최근 검단 택지개발로 인해 안전상 문제로 이용이 통제되고 있었다. 머지않아 공원은 좀 더 쾌적하게 단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능내근린공원(축구장), 2024ⓒ유광식
능내근린공원(축구장), 2024ⓒ유광식
쉼터 휴식 및 생활 운동을 하는 시민들, 2024ⓒ유광식
쉼터 휴식 및 생활 운동을 하는 시민들, 2024ⓒ유광식

 

공원 뒤쪽 면으로는 인천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 조선 초기의 문신 한백륜(韓伯倫, 1427∼1474) 묘역이 그 주인공이다. 택지개발 공사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지만, 주말인 관계로 차를 멀찌감치 세워두고서 묘역까지 걸어보았다.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이를 지켜보고 있을 청백리 한백륜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 묘역 앞의 능안재라는 한옥 모양의 재실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바로 앞에 있던 축사가 철거되어 그나마 다행인 것도 같다. 묘역을 한두 바퀴 돌며 주의를 환기해 본다. 과거 역사와 철학이 깃든 장소임이 느껴지면서도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행위에 동조인지 회피인지 모를 딱따구리의 나무집 짓는 소리가 똑똑하게 들려왔다. 인간도 집을 짓고 딱따구리도 짓고 나는 그저 웃음을 짓는다. 

 

검단 택지개발지(스포츠형 머리 같은 겨울 산), 2024ⓒ유광식
검단 택지개발지(스포츠형 머리 같은 겨울 산), 2024ⓒ유광식
한백륜 묘역 앞 재실(능안재), 2024ⓒ유광식
한백륜 묘역 앞 재실(능안재), 2024ⓒ유광식

 

묘역은 역사공원으로 거듭날 것으로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한두 해 정도면 간단한 도시락이라도 들고 와 노니는 시간이 마련될 것이다. 건너편에는 행정타운 건물터도 보이며 만수산 생활의 수위가 높아지는 중이다. 부디 쾌적하고 안전하게 과거 능안 부락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요즘 영화 <파묘>가 인기라던데, 부장품 한백륜 묘지(석)가 발견되어 인천시립박물관에 보존되어 있으니 시간이 되면 살펴보는 재미도 있겠다. 먼 하늘 구름이 유난히도 푸르다. 그리고 바람이 시샘하듯 발목을 휘감고 도망을 간다.

 

한백륜의 묘, 2024ⓒ유광식
한백륜의 묘, 2024ⓒ유광식
한백륜의 묘를 지키는 문인석 중 하나(오래되어 귀가 닳았다.), 2024ⓒ유광식
한백륜의 묘를 지키는 문인석 중 하나(오래되어 귀가 닳았다.), 2024ⓒ유광식

 

2026년 7월이면 검단 지역은 새로운 자치구로 태어난다. 과거 김포시였던 시절부터 서구를 거쳐 검단구로 변화하는 과정에 나의 걸음도 배어 있어 깜짝 놀라게도 된다. 주변은 산이 많다. 그 산들을 점령하는 아파트의 한 집 한 집이 조개껍데기처럼 달라붙으니, 바다가 되면 어떡하나 싶었다. 지구의 이상기후가 인간으로서는 당황스럽다고도 하는데 이상한 기후의 요인이 인간 생활에 있다는 점을 간과하곤 한다.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제단이었다는 검단. 실제 아파트 비상계단을 통해 신을 노크 대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상상이 들 정도다. 

 

만수산 자락(깎이고 터널이 뚫리고 사라지고), 2024ⓒ유광식
만수산 자락(깎이고 터널이 뚫리고 사라지고), 2024ⓒ유광식

 

검단의 긴 시간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더라도 능내근린공원 일대가 기다란 사색의 그라운드가 되어줌이 고맙다. 다음 달, 국회의원 선거구 재조정으로 늘어난 한 명의 인물을 서구(검단)에 입주시켜야 한다. 따듯한 봄날 한백륜 선조와 차담을 나눌 인물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다시 한 번 힘차게 봄 기지개를 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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