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After] 장정구 전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그래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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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After] 장정구 전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그래도 정치"
  • 최태용 기자
  • 승인 2024.04.19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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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 환경 활동가·행정가로 20년
현실정치의 벽 앞에서 정치인 변신 실패
활동은 계속, 당분간 전문성 강화 매진
"활동가 노력도 정치로 수렴, 제도 만들어야"

인천은 14명을 뽑는 지난 22대 총선에 모두 38명의 후보가 본선에 진출했다. 시야를 예비후보로 넓히면 80명이 넘고, 출마선언과 출마타진까지 보면 총선 도전자는 100명을 훌쩍 넘는다. 낙선·낙천자들 중에는 짐을 싸고 인천을 이미 떠난 경우가 있는 반면, 4년 뒤를 기약하며 일찌감치 표밭을 일구기 시작한 이들도 있다. 선거가 모두 끝나고, 인천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 가운데 하나로 볼 수있는 이들을 [인천in]이 만났다.

장정구 전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이 [인천in]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인천in
장정구 전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이 22대 총선 사흘 뒤인 지난 13일 인천시청 로비에서 [인천in]과 인터뷰하고 있다.

 

22대 총선을 50여일 앞둔 지난 2월 19일 장정구 전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환경운동 활동가로서 국회에 진출해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당적 없이, 출마 선거구도 정하지 않은 채 정당의 영입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좋게 보면 계파공천 등 기존 정치문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현실에 놓고 보면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 그 자체였다.

그 역시 당시의 무모함을 인정한다. 장 전 위원장은 "인천의 시민사회 선배들에게 출마를 제안 받았다. 그게 지난해 12월"이라며 "준비가 부족했고 누가 봐도 무모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출마를 권유한 선배들도 공천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지난 3개월은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원로들이 장 전 위원장에게 출마를 권유한 이유는 정치권에 시민사회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인천 시민단체 출신인 윤관석 국회의원(민주, 남동을)이 그 역할을 해왔는데,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소통창구가 막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천의 시민사회는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나 지역구 시의원 공천에 의견을 전달해왔다.

장 전 위원장은 "거대 정당의 중앙당들은 현실적으로 지역의 목소리를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정책 제안과 이를 공약화하기 위해 미리 제안하고 오랜 기간 소통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8일 장정구 전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이 강화군 강화대교 아래에서 해양쓰레기를 건져올린 모습. 사진=페이스북
지난 2월 28일 장정구 전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이 강화군 강화대교 아래에서 해양쓰레기를 건져올린 모습. 사진=페이스북

 

결국 출마 좌절…"그래도 정치"

결국 출마하지 못한 장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정치적 실익이 없어 보이는 자리였으나, 이 대표의 상대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었기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2024총선시민네트워크는 지난 3월 원 전 장관을 22대 총선 최악의 후보 1위로 선정했다. 제주 제2공항 강행과 영리병원 추진, 노조탄압,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저지 등이 이유였다.

장 전 위원장은 "제주 제2공항 강행에 따른 환경 파괴, 비자림로 삼나무숲 훼손, 난개발 등 원 전 장관은 환경 분야에 있어 최악의 장관이자 총선 후보였다"며 "인천에 와서도 계양산에 터널을 뚫겠다는 얘기를 했다. 그의 당선을 막으러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를 만나 환경과 생물 다양성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제안했다"며 "나의 요구를 기억할 것이고 제도화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05년 인천녹색연합에 가입해 활동가로 살아 온 그는 2021년 3월 출범한 인천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을 맡으며 행정가로 변신한다.

1년 4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을 일하면서 활동가일 때 하지 못한 것들을 해냈다.

인천 도시기본계획에 탄소중립 등 환경이 중요한 의제로 선정될 수 있게 조례를 개정했고, 그가 항상 강조해왔던 해양쓰레기 대응 조직을 만들 수 있었다.

해양쓰레기 대응은 시장이 바뀐 지금도 하나의 팀으로 남아 '2050년 해양플라스틱 제로'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장 전 위원장은 "행정을 움직일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내가 현장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이라며 "결국 제도를 만드는 건 정치다"고 말했다.

그는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야생동물들의 이동 통로를 만들고, 무분별한 낚시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습지보호법을 개정하는 것 역시 정치의 몫이다"며 "어떻게 보면 현장 활동가의 노력은 정치로 수렴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7년 4월 인천 중구 영종도제2준설토투기장 건설현장에서 폐기물 처리업자에게 폭행당한 장정구 전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그는 당시 제2투기장에 오염된 토양이 매립되는 정황을 파악하고 확인을 위해 현장에 갔다가 폭행당해 이마와 귀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진=인천녹색연합
지난 2017년 4월 인천 중구 영종도제2준설토투기장 건설현장에서 폐기물 처리업자에게 폭행당한 장정구 전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그는 당시 제2투기장에 오염된 토양이 매립되는 정황을 파악하고 확인을 위해 현장에 갔다가 폭행당해 이마와 귀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진=인천녹색연합

 

당분간 전문성 강화에 매진…다양한 정치 활로 모색

장 전 위원장은 당분간 공부에 매진할 계획이다.

1999년 서울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원 강사로 일하다 2005년부터 인천녹색연합에서 활동했다.

계양산과 굴업도 골프장 반대 시민운동, 경인운하 공동대책위, 굴업도 골프장 반대 시민운동 등 인천의 굵직한 환경 이슈마다 참여해 가장 앞줄에서 활동하며 목소리를 냈다.

현재 그의 관심사는 생물다양성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기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장 전 위원장은 "활동가로서 전문성을 더 강화하기 위해 학위를 취득하고 공부할 계획"이라며 "풍부한 현장 경험이 있기에 세밀한 전문지식이 내 활동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은 인간과 지구를 지키는 안전망"이라며 "다양성 훼손은 생태계 훼손과 파괴로 이어져 지구 공멸로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를 다시 할 계획인지, 2년 뒤 지방선거 출마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정치와 멀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나의 직접 출마 여부는 나조차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건 좋은 정책이 실현돼 우리가 사는 환경을 좋게 만드는 일이다"며 "직접 출마부터 정책 참모, 정부 기관에서의 역할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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