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After] 남영희, 다시 뛰는 4년…"미추홀구와 행복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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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After] 남영희, 다시 뛰는 4년…"미추홀구와 행복한 정치"
  • 최태용 기자
  • 승인 2024.05.20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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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석패 뒤로, 다시 밝고 단단한 남영희로
선거 무효 소송…"선거 불복 아냐, 관리행정 변화 필요"
지구당 부활 위해 노력, 4년 뒤 기약하며 다시 '정치'

연이은 선거 패배의 후유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과 같은 밝고 단단한 모습이었다.

0.89%. 1,025표 차이로 석패한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인천 동구·미추홀을 지역위원장은 한동안 선거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는 "선거에 모든 체력을 쏟아 한동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그런데도 새벽에 눈이 떠졌고, 집에 있으려니 불안했다. 총선을 치른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유증이 나아지는 데 꼬박 닷새가 걸렸다. 선거를 치르고 처음 찾은 곳은 노인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 반찬을 만드는 자원봉사였다.

남 위원장은 "원외위원장으로 활동한 지난 4년이 헛되지 않았다. 그 시간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며 "최근 20년 민주당 소속으로 동구·미추홀을에서 4년 이상 지역위원장을 맡은 건 나뿐이다. 지역이 나를 성장시킨 것"이라고 했다.

언제까지 절망하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투표와 개표 과정에서 직접 확인한 절차적 하자, 부정 또는 오류로 볼 수 있는 각종 선거 행정 관련 제보들도 꾸준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인천 동구·미추홀을 지역위원장이 미추홀구의 한 카페에서 인천in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인천in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인천 동구·미추홀을 지역위원장이 미추홀구의 한 카페에서 인천in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인천in

 

◇ 아쉬운 두 번의 낙선…다시 미추홀구와 4년

남영희 위원장은 21대 총선을 반년 앞두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나와 총선 출마를 위해 미추홀구로 왔다.

처음엔 당내 견제가 강했다. 3선 남구청(현 미추홀구청)장을 지낸 지역의 거목 박우섭 전 구청장을 상대해야 했는데, 지역 연고라곤 대학(인하공전 항공운항과)뿐인 그에게 지역 당원과 정치인들은 좀처럼 곁을 주지 않았다.

남 위원장의 여성 가산점과 박 전 청장의 탈당 감점이 작용해 경선은 승리했으나 온전한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결국 보수 후보들의 분열에도 본선에서 171표(0.15%p) 차이로 낙선했다.

그는 "지역 정서가 외지인들에게 너그럽지 않다. 지난 4년은 미추홀구 사람이 되기 위한 시간이었다"며 "꾸준히 방송을 했지만 언제나 지역이 우선이었다. 그런 부분을 인정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노력이 있었기에 이번 총선 패배는 무엇보다 큰 아픔이었다. 움직일 기력이 없어 한동안 칩거했다. 선거운동 기간 건강을 갈아넣은 탓도 있지만, 깊은 절망감에 몸의 스위치를 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남 위원장은 "몸이 따라주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나의 당선을 바랐던 지지자들의 기대를 채워드리지 못한 점이 가장 힘들었다"면서도 "그래도 며칠 지나니 몸이 회복되고 감정도 추슬러지더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대법원에 22대 총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9일 남영희 위원장이 22대 총선 무효 소송을 소장 접수를 앞두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남영희 페이스북
지난달 29일 남영희 위원장이 22대 총선 무효 소송을 소장 접수를 앞두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남영희 페이스북

 

◇ "선거관리 행정 변화 필요…선거 불복 아니다"

남 위원장은 자신의 선거 무효 소송이 다소 도발적인 주제라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다른 정치인들의 부정선거 주장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선을 긋는다.

그는 "앞서 황교안 전 대표, 민경욱 전 의원이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그들에 대한 평가를 내가 왜 모르겠나"라며 "나는 투표와 개표에 조직적인 부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선거관리 행정에 분명한 오류가 있었고, 소송을 통해 이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알고 있지만 당선되면 입을 닫는다"며 "결국 낙선한 내가 총대를 멘 것"이라고 했다.

또 "선거관리 행정은 정치인이 아닌 시민의 요구에 의해 변화해왔다. 사전투표 보관 장소에 CCTV를 설치했고, 현장에서 수개표가 이뤄졌다"며 "이번 소송은 시민단체와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 지금도 지난 총선의 문제점들을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위원장은 동구·미추홀갑과 을 선거구 개표소를 따로 두지 않은 점, 관외 사전투표함 개표 당시 관리절차 위반, 개표소에서의 개표 현황 공개 형식과 절차 위반, 투표소에서의 잘못된 안내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소송은 선거 불복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남 위원장은 "다시 말하지만 선거 불복이 아니다"며 "지난 선거에 있던 오류들을 이번 선거에서도 다시 목격했다. 이걸 제도적으로 바꾸기 위한 소송"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171표 차이로 졌을 때 재검표도 하지 않고 승복했다"며 "이번 선거 역시 이미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선언했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남영희 위원장이 22대 총선 낙선 이후 첫 외부활동으로 노인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 반찬을 만드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남영희 페이스북
지난달 16일 남영희 위원장이 22대 총선 낙선 이후 첫 외부활동으로 노인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 반찬을 만드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남영희 페이스북

 

◇ 다시 뛰는 4년, 지구당 부활 위해 노력

남영희 위원장은 최근 민주당 원외위원장 협의회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쉽게 말하면 총선 낙선자들의 모임 대표다.

달갑지 않은 자리일 수 있으나,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한다.

남 위원장은 "원외위원장들의 정치활동에 제약이 많다. 지구당 합법화를 통해 이를 해소하겠다"며 "21대 국회에서도 깊게 논의된 내용이다. 22대 국회 통과를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구당은 2004년 3월 정당법이 개정되면서 폐지됐다. 지구당은 정당이 지역에 설치한 정치조직으로 지구당위원장이 관리했다.

총선에 낙선한 정치인들도 지구당을 통해 정치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운영에 많은 돈이 필요하다 보니 부작용들이 생겨나면서 폐지됐다.

현행 정치관계법(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은 국회의원만 지역 사무소를 둘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인천으로 따지면 14개 선거구에 국회의원 14명의 지역 사무실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는 낙선한 정치인의 정당 당원들은 사무실조차 없는 지역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외위원장들은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나 지방의회 의원들과 합동사무실을 내 우회적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결국 낙선한 정치인들은 지역에서 정치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보니 현행 제도가 현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남 위원장은 "금전적 부패와 위원장의 사당화 등 과거 지구당을 통해 많은 부작용이 있던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그동안 정치자금법 등 많은 법적 변화가 있었다. 예전같은 부패와 사당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남영희 위원장은 4년 뒤를 기약하며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고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는 "지난 선거를 치르면서 대한민국 국민들, 그리고 미추홀구 구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원외지만 정치를 통해 보답하겠다"며 "다시 출발선에 섰다. 지난 4년처럼 열심히, 또 기쁜 마음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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