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부터 먼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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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부터 먼저 돼야
  • 이우재
  • 승인 2012.05.0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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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재의 공자왈 맹자왈]


잘못을 저질렀으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을 일컬어 잘못이라고 한다(子曰 過而不改 是謂過矣)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파문이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우선 입만 열면 민주주의와 진보를 외쳐대는 정당에서 어떻게 그런 총체적인 부정 선거가 자행될 수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3.15부정선거의 원흉으로 처형된 최인규가 통합진보당 안에서 다시 살아나지 않았나 싶다.

진보정당이라 돈이 없어서 돈선거는 없었던 것 같은데, 새누리당의 돈선거까지 합하면 가히 현대판 부정선거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4.19와 5.18 그리고 6월항쟁의 빛나는 전통을 가진 나라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몇 안 되는 자랑스러운 나라에서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부정선거의 충격보다 더욱 우리를 경악하게 하는 것은 소위 경기동부연합인가 뭔가를 중심으로 한 통합진보당 당권파라는 집단의 행태이다.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도 용서가 안 될 판에 자기 당 내부의 조사 결과도 부인하고 적반하장 격으로 자기들이 오히려 부정선거의 피해자라고까지 강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공이 말했다. “군자의 허물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아서, 잘못을 저지르면 모두가 바라보지만, 고치면 모두가 우러러본다.”(子貢曰 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 人皆見之 更也 人皆仰之-『논어』「자장」)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의 태도이다. 길을 가다가 일식이 일어나 갑자기 어두워지면 모두 놀라 하늘을 바라볼 것이다. 얼마 후 일식이 끝나 태양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으면 모두가 새삼 태양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군자가 존경을 받는 것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것을 부인하지 않고 바로 인정하고 고치기 때문이다. 자하가 말했다. “소인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꾸며 댄다”(子夏曰 小人之過也必文-『논어』「자장」) 그러나 소인은 자기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온갖 핑계를 대며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지금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행태는 전형적인 소인배의 행태이다.

공자가 말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마라”(子曰 過則勿憚改-『논어』「학이」) 공자가 말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을 일컬어 잘못이라고 한다”(子曰 過而不改 是謂過矣-『논어』「위령공」) 잘못을 고치려면 먼저 인정을 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고치고 말고 할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통합진보당 내에서 그런 부정이 관행처럼 이루어져 왔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지금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다음에도 그런 짓을 또 하겠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공자의 말대로 통합진보당의 가장 큰 잘못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 바로 거기에 있다.

맹자가 말했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사람에게 중대한 것이다. 교묘하게 임기응변만 하는 자들은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쓸 데가 없다. 남과 같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서야 어찌 남과 같은 것이 있겠느냐?”(孟子曰 恥之於人大矣 爲機變之巧者 無所用恥焉 不恥不若人 何若人有-『맹자』「진심상」)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에게 무엇을 논할 수 있겠는가? 모든 국민들이 다 잘못이라고 느끼는 것을 자신들만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발뺌한다면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들에게 어찌 일반 국민의 상식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남과 같지 않은데 어찌 남과 같은 것이 있겠는가?

맹자가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부끄러움이 없을 수 없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부끄러움이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다”(孟子曰 人不可以無恥 無恥之恥 無恥矣-『맹자』「진심상」)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악행을) 미워하는 마음이 바로 의를 행하는 시초이다(羞惡之心 義之端也).

정치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정의를 구현하자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모인 집단에서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조금치도 없으니 그러고도 무슨 정의가 구현될는지 모르겠다. 1980년대 중반 운동권에 한창 모험주의와 급진주의가 유행처럼 번질 때 인구에 회자되던 말이 있다. 운동가, 혁명가 이전에 먼저 사람이 되라고.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정치인이 되기 이전에 우선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부터 먼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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