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생각하며 심도(沁都)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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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생각하며 심도(沁都)를 걷는다
  • 김도연
  • 승인 2010.04.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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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나들길 ② '능묘 가는 길'과 '해가 지는 마을길'

취재:김도연 기자

강화 나들길 ②

심도(沁都)는 강화의 옛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강화도만큼 외적의 침략을 많이 받은 곳도 드물다. 고려와 조선의 도읍이던 개경과 한양의 길목을 지키는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또한 염하(鹽河)라는 천혜의 자연방어선과 넓은 농토가 있어 외적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항쟁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염하를 건너온 적들에게 강화성이 함락될 때마다 살육과 약탈의 광풍이 온 섬을 휩쓸었다.

이처럼 고난의 역사를 겪었기에 지금도 강화도를 가리켜 '역사의 땅, 눈물의 섬'이라 일컫는다.
 
역사의 땅인 강화도의 구석구석을 도보로 둘러볼 수 있는 길은 지난해부터 열리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스토리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시범사업 구간 중 하나로 선정한 강화 나들길은 현재 7개 구간(총길이 117km)이 개발됐다. 

3코스

나들길 일곱 코스 가운데 3코스는 강화도가 기억하는 고려시대 역사를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길이다.

강화도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지목하는 시기는 삼별초가 항쟁했던 고려시대이다.
 
3코스의 테마는 '능묘 가는 길'. 온수사거리-전등사 동문-삼랑성 북문-성공회 온수성당-길정저수지-이규보 묘-곤릉-석릉- 가릉을 거치는 16㎞ 구간이다.
 
전등사 동문에서 출발해 전등사 경내를 돌아보고 삼랑성 북문을 통해 산책로를 거쳐 성공회 온수성당을 돌아 길정저수지로 향한다.
 
그리고 고려 최고의 문장가 이규보의 묘를 지나 세 기의 고려 왕릉을 돌아보면 코스를 다 걷게 된다.
 
강화 나들길 해설 자원활동가 김은미씨는 "남한에 있는 고려 왕릉 다섯 기 가운데 강화에 네 기가 있고 그 가운데 세 기가 나들길 3코스에 위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3코스의 테마를 '능묘 가는 길'로 정한 이유가 분명해지는 부분이다.
 
온수버스정류장 앞 편의점에서 도보 여권에 출발도장을 찍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전등사 동문 안으로 들어선다.
 
전등사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사찰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부처님의 자비로 나라를 지킨 호국불교의 근본도량이다. 세 발 달린 솥을 거꾸로 엎어놓은 모양을 가진 정족산과 더불어 강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문화 유적으로 유명하다.
 
대웅전을 거쳐 정족산성이라고도 불리는 삼랑성의 북문을 나와 마을로 내려오면 성공회 온수성당이 있다.


신도들의 노력으로 건설된 성공회 온수성당.
 
온수성당은 1코스의 용흥궁 옆에 위치한 성공회 강화성당과는 조금 다른 색깔을 띠고 있는 곳이다. 한식과 양식이 조화를 이룬 목조 건축물이지만 그 옛날 강화성당이 영국 교회의 지원으로 세워진 반면, 온수성당은 순전히 국내 신도들의 노력으로 지었다고 한다.
 
김은미씨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온수성당에 신도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지금도 온수성당에서는 하루 세 번 타종을 한다.


온수성당에서 길정저수지까지는 한적한 마을길을 따라 걷는다.

마을길을 따라 1.7㎞ 정도 걸으면 강화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길정저수지를 볼 수 있다. 저수지 초입에서부터는 바로 수면 옆 오솔길을 걷고, 조금 지나면서는 뚝방을 따라 걷게 된다.
 
길가에 위치한 이규보의 묘를 지나 한참 걷다보면 3코스의 테마를 결정한 고려 왕릉을 만난다.
 
첫 번째로 마주하는 왕릉은 곤릉이다. 고려 제22대 왕 강종의 비인 원덕태후의 능이다. 조선의 왕릉이나 이전 신라시대 왕릉과는 비교될 정도로 작다.



계속 농가와 밭, 마을 주민이 만들어 놓은 작은 샘물 등을 건너 작은 숲에 도착하면 고려 제21대 왕 희종이 잠들어 있는 석릉과 마주친다. 석릉에서부터 가릉에 이르는 길은 진강산 숲길이다.

 
3코스는 5코스와 함께 '강화 나들길' 전체 일곱 개 가운데 긴 숲길 코스를 자랑하는 구간이다.
 
4코스
 
가릉에서 시작하는 4코스의 테마는 '해가 지는 마을길'이다.
 
4코스는 2코스와 마찬가지로 해안도로를 위주로 꾸민 길이다.
 
가릉에서 시작해 정제두 묘-하우약수터-건평나루-건평돈대-외포리 선착장-망양돈대에 이르는 8.7㎞ 구간이다.
 
강화 나들길 가운데 가장 짧아 전체 구간 소요시간이 2시간 30분 정도이다.
 
가릉에서 조용한 숲길과 시골마을 길을 따라 2.5㎞ 걸으면 길가에 위치한 정제두 묘를 만날 수 있다. 앞에는 아버지 정상징의 묘가, 뒤로는 강화 양명학파를 일군 정제두 묘가 자리잡고 있다.
 
정제두 묘를 뒤로 하고 바로 앞의 하우고개를 넘으면 바로 하우약수터를 만난다. 가파르진 않지만 명색이 고개인지라 언덕을 넘어 약수 한잔에 잠시 숨을 고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화 유적지에서는 보기 드문 자동문의 화장실이 있어 쉼터구실을 톡톡히 한다.
 
숲길을 지나 조금만 가면 넓은 바다와 함께 작은 고깃배들이 몇척 정박해 있는 건평나루가 있다. 이곳에서부터 외포리 선착장까지는 본격적인 해안도로다.

 
 
잘 정돈된 자전거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시원한 바닷바람과 한적한 농촌 풍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매끈하게 뻗은 해안도로를 따라 2.2㎞ 정도 걸으면 외포리 선착장을 만난다. 평일에도 배를 타려고 차량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외포리 선착장에는 여느 선착장처럼 횟집과 어시장이 있다.
 
4코스의 여정은 외포리 선착장을 지나서 있는 망양돈대에서 끝난다.
 
삼별초가 외포리를 통해 진도로 가고, 그곳에서 다시 제주도로 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돈대 앞에는 진돗개 동상과 돌하루방이 서 있다.
 
다른 돈대보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망양돈대에 올라서면 석모도가 눈에 잡힌다.


지금은 높게 자란 소나무들로 인해 앞바다 모습이 틈틈이 보이지만
예전에는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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