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간의 다툼, 어떻게 할까요?
상태바
자녀들 간의 다툼, 어떻게 할까요?
  • 장현정
  • 승인 2013.04.14 2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칼럼]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 상담팀장
사진_4~1.JPG
저는 질투심이 많고 절대 지지 않으려는 자존심 강한 누나였습니다. 어머니가 동생을 낳고 집에 데려왔을 때 제가 포대기에 쌓여 있는 신생아를 집어던졌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동생을 안고 있으면 “우리 엄마야, 우리 아빠야”를 외치며 신생아 위로 어기적어거적 올라가 깔고 앉았다고 합니다. 동생이 울어서 가보면 제가 “아이 예쁘다”하며 꼬집어 비틀고 있더랍니다.
동생이 3-4살이 되면서부터 “누나누나”를 외치며 저를 엄청 따라다녔습니다. 어려서부터 예민하고 까다로웠던 저와는 달리 기질적으로 순하고 착한 아이였습니다. 과자를 선물 받으면 “네 것 먼저 먹고 내 것은 아껴뒀다 함께 먹자”고 살살 구슬러 동생 과자를 함께 먹고, 숨겨둔 제 과자는 혼자 먹었다고 합니다. 동생은 누나를 챙겨 맛난 것 있으면 남겨 두고 아껴두었지만 저는 혼자 먹어치우고 시치미를 뗐다고 합니다.
동생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머리가 큰 동생과 저는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말로도 몸으로도 자주 싸웠습니다. 동생을 때려 코피를 내기도 하고 물건을 던져 서로를 다치게 하기도 했습니다. 서로 죽일 것처럼 미워하다가도 조금 지나면 동생이 먼저 저에게 와서 울면서 “미안해”하고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면 언제 싸웠는지 모르게 또 신나게 놀고 장난치고 즐거워 했습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도 비슷했습니다. 더 이상 동생과 힘으로 싸울 수 없게 되었지만, 서로 소리를 질러가며 싸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미운 대상이기도 하면서도, 때로는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서로 하는 사이였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불만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이기도 했습니다.
제 기억에 마지막으로 동생과 크게 다툰 것은 대학교를 졸업하던 무렵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쯤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동생과 다투지 않게 되었습니다. 둘 다 어른이 되었고,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생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힘들 때 가끔 함께 맥주 한잔 기울이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우리 남매는 진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20년이 더 걸렸습니다.
한번은, 우리 남매와 아주 비슷한 형제가 미술치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까다롭고 예민한 형과 순하고 착한 동생이었습니다. 아이 어머님의 시각으로는 까다롭고 성격 나쁜 형 때문에 착하고 순한 동생이 피해를 보고 있었으므로, 큰 아이는 엄마에게 자주 혼나 모자 관계도 악화되어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형과 함께 그림검사를 해보니 이 친구가 동생에게 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던 마음이 나타났습니다. 마치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형답게 동생을 품어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20년이 더 걸렸던 일을 초등학생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동생과 지금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부모님의 현명한 대처 덕분입니다.
 
 
1. 동생에게 질까봐, 사랑을 빼앗길까봐 두려워하는 불안과 두려움을 이해받았습니다. 그래서 “누나니까 양보해라”, “누나가 그러면 안된다”라는 강요를 받지 않았습니다.
2. 다투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린 남매지간에 다툼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해 주셨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폭력적인 언행을 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벌을 받았습니다.
3. 자존심을 지켜 주셨습니다. 제가 잘못을 했을 때 동생 앞에서 야단치거나 혼을 내지 않고 따로 불러 조용히 이야기 하셨습니다. 동생 앞에서 손상될 제 자존심을 배려해 주신 것입니다.
4. 공평하게 대해주셨습니다. 할머니가 장손이라며 동생에게 5,000원을 더 주신 적이 있습니다. 이때 바로 부모님이 중재하여 같은 용돈을 받도록 하셨습니다. 여자라서 집안일을 해야 하고 남자라서 예외가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5. 질서가 있었습니다. 종종 동생들이 누나에게 “야”, “너”라고 부르는 집들이 있습니다만, 제 동생은 꼭 “누나”라고 부르도록 배웠습니다. 동생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누나를 존중할 수 있도록 가르치셨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어른들의 따뜻한 이해와 배려로 관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친밀한 형제 관계는 부모님께서 남겨주실 소중한 자원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