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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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 이수석
  • 승인 2013.07.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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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 인천교육 미래찾기(20)
인천시민들은 인천교육의 변화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변화로 가는 길을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의 지향성에 대한 공론이 부족한 탓입니다. 변화하려면 공유할만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미래도시를 꿈꾸는 인천에서 인천in’은 교육을 화두로 끌어안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그 시작으로「인천교육연구소」와 함께 인천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긴 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에 교육현장에 발 딛고 선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가감 없이 시민들께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천교육의 공론장이 생긴다면 미래의 인천교육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in’과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하는 '인천교육의 미래찾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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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이수석(인천교육연구소, 석남중학교)
 
 
김 선생님! 선생님은 어찌하여 교육대학교를 진학하셨는지요? 그리고 임 선생님! 선생님은 어찌하여 국어국문학과를 진학하였는지요? 시쳇말로 점수 때문이었나요, 아니면 나름의 포부가 있었기 때문인가요? 물론 그 둘 다의 이유 때문이었겠지요. 자신의 능력과 그 능력에 맞는 선택이었지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위험한 선택을 하였고, 그 때문에 겁도 나고 두렵기도 했어요.
 
저는 제가 누구이며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서 철학과를 진학했습니다. 제가 대학교 갈 때는 문과생 거의 대부분이 법대나 경영대 쪽으로 진학하였지요.
 
 
3대독자로서 할아버님과 함께 월남하신 아버님의 말씀과 뜻은 집안의 법이었어요. 예외가 없었죠. 그 아버님께서도 제가 법대나 경영학과 가길 원하셨죠. 그런데 제가 제 할아버님처럼 선비가 되겠다고, 철학과를 간다고 고집 부렸지요. 겁이 없었지요. 그리고 대단한 용기이기도 했어요.
 
8남매 중 6째인 저의 돌발적인 발언은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지요. 형들과 누나들은 은연 중 압력을 가해왔어요. 그리고 아버님도 당신의 뜻을 거역하는 제가 몹시도 괘심하셨나 봅니다. 한 동안 안 드시던 술을 몇 일간 드셨어요. 집안에는 살벌한 기운이 돌았죠. 저는 얼마나 졸았겠어요? 하지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조마조마한 시간을 며칠이고 보냈지요. 그런데 그 완고하신 아버님께서, 당신의 뜻을 접으셨어요. 당신의 인생에서 자식의 뜻을 들어주는 예외를 인정해 주었어요.
 
 
“그래, 네 인생 네 것이고,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너의 의견을 존중한다. 하지만 네 인생, 네 것이라고 주장했으니 그 말에 책임을 져라. 먹여주고 재워는 주겠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 1학기 등록금과 입학금도 내 주겠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네가 벌어서 생활해라.”
 
저는 제 꿈을 위해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존중해 주셨던 아버님의 선언(?)과 저의 자존심으로 인해 고등학교에 이어서 대학 생활도 시계불알 같은 생활을 하였습니다. 학교 갔다 오면, 기사식당에서 택시와 자가용 세차를 해야 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는 아는 형님이 하는 포장마차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아르바이트도 했습니다.
 
저는 참으로 운이 좋고 행복한 사람인 거 같아요. 제겐, 대가리가 커서 처음으로 제 인생 제가 결정하겠다고 대들었을 때, 그 선택을 인정해 준 아버님이 계셨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는 저의 돌발적이고 예외적인 행동을 인정해 준 정윤재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국어를 잘 하는 저를 칭찬하시며 정윤재 선생님은
“수석이가 책을 많이 읽었나 보구나. 참으로 새로운 생각, 다른 생각을 갖고 있구나!”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선생님! 저는 강아지가 아닙니다. 머리 쓰다듬는 건 싫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저를 보며, 선생님은 화를 내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수석이가 머리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구나”라며 저를 인정해 주셨습니다.
정윤재 선생님이 계셨기에 전 지금도 ‘싫은 건 싫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군을 제대하고 대학교 학비를 벌기 위해 우유배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유배달은 개인사업이었고, 배달구역에 대한 보증금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우연히 정윤재 선생님께서 다시 모교인 천호중학교에 와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돈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이 못난 제자를 위해 흔쾌히 돈을 마련해 주셨지요. 만약, 제게 돈을 빌려달라고 찾아오는 제자가 있으면, 저는 안 빌려주고 못 빌려 주었을 겁니다.
 
 
우유배달을 하다 반신불구가 되었고, 3학년으로 복학하였어요.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신 손동현 교수님께서는 독일유학파답게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분으로 유명하셨죠. 그런데 다리를 질질 끌며 수업시간에도 수업 듣는 걸 버거워하는 저를 보셨죠. 교수님은 책을 읽고 리포트 내는 것으로 저에게 학점을 주셨지요. 수업시간에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은 평가마저도 않으신다는 당신의 원칙을 깨면서까지 인정학점을 주셨던 분이 손동현 교수님이셨죠.
 
제겐 제가 존경하고 믿고 따르며 생활할 수 있었던 어른이 있었고 스승이 계셨습니다. 이제 제가 어른이 되었고 선생이 되었습니다. 제 아들과 딸, 그리고 저를 만났던 수많은 제자들이 저를 존경할 수 있는지 자문해 봅니다.
 
오늘 선생님들과 저는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는 말을 나누고 싶습니다.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는 말은 역설입니다. 항상 참이면서도 동시에 항상 거짓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역사의 발전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규칙과 법, 약속은 지킬 때 의미가 있고 존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 없이 무조건 규칙만을 지켜야 한다면 인류의 발전은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때에 따라선 그 모든 규칙과 법, 약속도 봐줄 때가 있지요. 이 예외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사회가 오히려 건강하고 열린사회라는 생각을 합니다. 생명의 자기보존과 개체보존도 돌연변이를 통해 진화한다고 하더군요.
 
전 이 예외 없는 규칙에서 예외를 보다 많이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봐요.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에서도 예외 없는 규칙을 많이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봐요. 예외 없는 규칙의 혜택(?)을 보았던 저이기에, 저는 학생들의 눈높이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예외를 인정합니다. 예외 없는 규칙을 인정하자는 저의 말이 귀에 거슬리면, 그 예외를 다양성으로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예외 없는 규칙을 인정해 주자는 저의 말에 많은 선생님들이 우려를 했어요. 학교 운영과 학급운영, 그리고 학생들 생활지도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요. 규칙의 적용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규칙을 따르라고 지시하고 명령하며 요청할 수 있느냐고요.
 
선생님! 저는 학생을 믿습니다. 예외를 인정하자는 저의 말에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기도 합니다. 너무 원리원칙을 적용한다고 이의제기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쟤는 되면서 왜 저는 안 돼요?”라며 다른 친구를 걸고 넘어지는 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이야기합니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말이 참이 되고 받아들여진 것은 15세기 이후부터다. 우리나라에서 양반과 상놈이라는 신분제가 폐기된 것은 20세기 들어와서다. 자네가 예외 없는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역사상 얼마나 많은 예외가 현실이 되었느냐? 지금의 경우처럼, 핑계를 대지 말고 왜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되는지를 설명해 다오.”
 
김 선생님! 임 선생님! 예외 없는 규칙은 없습니다. 하지만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멸망해 갑니다. 예외-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와 교육처럼,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란 나라와 대한민국의 교육은 망하게 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예외를, 법(法) 위에 군림하려는 자들은 자기의 편의대로만 해석하더군요. 그래서 지금 다시 고민합니다. 과연 ‘예외 없는 규칙을 인정해야 하는가?’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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