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과 주인의 불안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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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과 주인의 불안한 동거
  • 유해숙
  • 승인 2014.02.1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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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유해숙/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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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탈주민 역량강화 프로그램 참여자들

“새터민은 꽤만 부리고 일을 안하려고 해요. 개념이 없어 보여요. 수급비가 나오니까 도통 일할 생각을 안해요.”

“진짜 일하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뭔가 하려고 해도 몸이 따라가질 못해요. 여기 사람들처럼 잘먹고 산 것이 아니라 몸이 약하고, 여기까지 오면서 병도 얻어서 겉은 이래 멀쩡해도 자주 아파요.”

 

인천지역 남동구 논현동에 살고 있는 남한주민과 북한이탈주민의 말이다. 남한주민은 북한이탈주민이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라 하고 북한이탈주민은 병약하여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는 천여명의 북한이탈주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북한이탈주민이 가장 많은 곳이다. 지역에서 ‘먼저 온 미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과 남한주민이 한 지역에서 실질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과 남한주민의 지역에서의 모습은 한국사회가 향후 직면하게 될 현실이라 할 수 있다. 통일 이후에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겪게 될 모습의 압축판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문제의식 하에 논현동에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과 남한주민의 인식에 대해 조사해 보았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관점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먼저 온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통일지역의 모습은 부정적인 측면이 보다 많이 발견되었다. 북한이탈주민은 지역사회에서 편견과 차가운 시선에 시달리는 경향이 있었다. 남한주민이 탈북이유를 ‘배신자’ 또는 ‘가족을 버린 자’ 등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가 하면 불균형적 존재, 두려운 존재, 게으른 사람으로 인식하고 북한이탈주민과 북한을 동일시하여 적대감을 보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탈주민은 주거, 건강, 심리상태가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은 의심과 불신 속에 이방인으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한주민에 대한 북한이탈주민의 태도는 긍정적일까? 북한이탈주민은 남한주민들이 냉정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인식하면서 돈을 중심을 인간을 평가하고 돈만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작은 지원조차도 배아파하는 야박한 주인행사를 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었다.

 

이처럼 ‘먼저 온 미래’를 통해 통일 이후의 한국을 상상해 볼 때 좋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불편하고 볼온한 이방인과 박하고 엄한 주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동거는 매우 불안해 보인다. 상호 불신으로 인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은 북한이탈주민을 잉여인간이 아니라 권리를 갖고 있는 시민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 또한 남한주민을 긍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서 인식해야 한다.

 

먼저 온 미래가 장밋빛의 희망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글을 시작할 때로 돌아가 보자. 두 주민은 심각한 이해의 결핍상태에 있다. 현재 우리는 병들고 지친 육체와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실마리는 상호이해로부터 찾아져야 한다. 다행히도 지역에서 함께 살면서 상호이해하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 희망들이 더 튼튼해질 수 있도록 지지체계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속에서 이방인과 주인이 아니라 권리를 가진 시민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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