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들어본 6.4지방선거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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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들어본 6.4지방선거 민심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4.05.28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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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밥에 그 나물이지만, 무슨 밥이냐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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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인천 시민들은 선거를 어떻게 생각할까. 시민들의 민심을 살펴보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택시를 타봤다. 택시기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태우고 다니는 승객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택시기사들의 말에 따르면, 승객들은 예전에 비해 선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비롯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다, 오래된 경기침체로 사람들이 활기를 잃은 것도 한몫한다고 전했다.

기자가 만나본 택시기사들이 민의를 전적으로 대표하지는 않는다. 다만, 세월호 참사 속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대한 민심의 일단을 살펴보고자 인천시청 앞에서 출발해 ‘무작위’로 택시를 잡아타고 이야기를 나눴다. 인천시청→가좌동→동인천역→용현동→연수동→소래 논현지구→인천시청 코스로 돌면서 기사 분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님들은 선거 얘기 잘 안 해
세월호 참사는 선거에 영향 미칠 것

①조태일 기사
“너무 큰 사건들이 터져서인지 사람들이 정신이 없는 것 같다. 선거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시장이나 구청장은 누가 나오는지 알지만, 교육감이나 시의원 구의원은 잘 모른다. 벽보가 나붙어도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확성기 틀고 떠들어도 알까말까인데, 요샌 너무 조용하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는 누가 누군지 잘 모르더라. 보수냐, 진보냐… 정치색 보고 뽑는다고 한다.”

“난 인천이 고향이라, 인천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거다. 송영길 시장은 듬직하고 4년 동안 잘했다. 여론조사 보니까 7% 앞서고 있더라. 세계 기구들을 많이 유치하고, 추진력도 있고 인천을 사랑하는 사람 같다. 부채도 안상수가 만들어 놓은 걸 줄이려고 애 많이 썼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도 처음에는 안 하려다고 했고…. 나는 남구에 사는데, 남구청장 누구 뽑을지는 결정했다. 시의원은 뭘 한다고 하는지 보고 찍을 건데, 구의원은 누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승객들이 선거 얘기를 일절 안 하는 게 신기하다. 예전에는 손님 10명이 타면 5명 정도는 선거 얘기를 했는데, 요샌 통 안 한다. 아휴, 세월호 사건이 워낙 커서 그럴 거다.”

“6.25이후 국민적 충격이 두 번째로 큰 사건인데, 선거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안산 사람만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게 아니다. 인천도 가까우니까 충격이 얼마나 큰가. 내가 아는 사람도 애가 죽었는데, 나도 정신이 없더라. 한국 사람은 세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다. 절대로 영원히 잊혀져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 유병언을 빨리 잡아야 국민적 울분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이번 정권은 두고두고 욕먹고 다음 대선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뜨거운 감자다.”


없는 사람들 편에 서서 일할 사람 뽑아야
멀쩡하게 죽은 학생들 죽음 헛되지 않아야

②박강석 기사
“손님들은 선거 얘기보다는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을 더 많이 한다. 우리가 실질적으로 느끼는 체감도 그런데,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손님이 더 없다. 그건 장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밤에 움직이는 사람은 손님이 없어 죽을 맛이다.”

“어젯밤 텔레비전 토론회를 봤는데 서로 헐뜯기만 해서 기가 막혔다. 정책을 가지고 얘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어쨌든 송 시장이 세계은행도 유치하고 한 일이 많다. 난 교육감도 진보 쪽으로 정했다. 없는 시민들이 야당을 찍어야지, 여당 찍어봤자 지들 기름기만 채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립대 등록금을 반값으로 했는데, 정몽준은 대학을 비싼 값으로 나와야지 싼값으로 나오면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말하더라. 기가 막혔다. 그게 없는 사람 형편을 모르고, 가면 쓰고 사는 거다.”

“승객은 원래 보수와 진보로 뿌리박혀 있다. 난 야당을 지지해서 손님하고 싸울 때도 있다. 엊그제는 택시 탈 일이 있었는데, 그 기사랑 말다툼할 뻔했다. 내가 60이 다 돼서 택시기사 하는데, 없이 사니까 한다. 그러니까 당연히 없는 사람 편에 서서 일할 사람을 뽑을 거다.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힘쓰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면 안 된다.”

“현 정부는 사고 공화국이다. 오늘 새벽에도 또 사고가 났더라. 세월호 사건은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학생을 두고 있는 엄마들, 주부들이 화가 많이 나 있다. 언론도 국민들이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시켜 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제대로 판단을 하지 않나. 지금 KBS기자들 다 파업하고 있다. 사장이 청와대 지시를 받고 세월호 사건을 숨기고 감추려고 했다니, 지금이 그런 세상이다. 국민들은 다 똑똑하면서도, 제대로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 갑갑하다. 멀쩡하게 죽은 학생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


아직 기울지 않았고 더 지켜볼 것
사람도 중요하지만 당 보고 찍을 것

③한장근 기사
“예전에는 손님이랑 어디가 우세하다고 말했는데 요샌 말하지 않는다. 손님들 중에서는 누가 어디를 지지하는지 모르고, 내가 말하지도 않는다. 서로 누구를 지지하는지 모르고, 괜히 긁어 부스럼 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극성팬, 극성쟁이들이 시비를 걸기도 한다. 내가 동조하거나 반박하지 않으니까 혼자 흥분하다 내리는 경우도 있다. 나는 나이도 있지만, 잘못 말했다가 괜히 잠깐 사이에 기분이 상하니까 말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았고, 더 지켜볼 것이다. 대개 당을 보고 찍는데 지금은 반반이다. 시장, 교육감,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을 누구로 찍을 건지 생각하고 있다. 균형이 중요하다. 지금 송 시장을 찍게 되면, 시의원이나 구의원 가운데 하나는 여당을 뽑으려고 한다. 구의원을 여당 찍으면 시의원은 야당 찍고… 그러다보니 시의원 구의원은 왔다갔다 한다.”

“송대관이 부른 ‘고향이 남쪽이랬지~’ 노래처럼, 내 고향은 멀리 떨어진 영남이다. 난 영남 사람이래도 김대중 대통령을 많이 밀어줬다. 지역색을 나타내지 않고 누가 잘할 건지를 보고 찍었다. 어떤 사람은 싫은 소리 하면 얼굴에 표를 내는데, 물론 그건 그 사람 몫이지만 사람은 균형을 잡아야 한다. 제발 선거 때 지역색이 나타나지 않으면 좋겠다. 열매도 제대로 영글어야 하는 것처럼, 영근 사람을 뽑아야 한다. 사람이 아무리 똑똑해도 당에서 밀어줘야 힘을 쓸 수 있고, 시민이 불편한 걸 해결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서로 헐뜯는데 그거 참 유치해서 볼 수가 없다.”

“인천 시장으로 나온 사람은 두 사람 모두 경력이 찬란하더라. 전국 어디에 내놔도 꿇리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힘 있는 사람이 뒤에서 밀어준다고 해도 인천 사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여기 가서 이 말 하고, 저기 가서 저 말 하는 사람은 안 된다. 자기 욕심에 따라 때와 장소에 따라 말하는 사람은 지겹다. 인천시민이 멍텅구리라는 말을 안 들어야 한다. 현 시장이 시장 하면서 그렇게 나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될 가능성은 더 높다. 손님들도 그렇게 말한다. 흐름이 그렇다.”


세월호 참사 사건 터지고 손님 더 줄어
손님들은 세월호 사건으로 화가 나 있다

④이현철 기사
“요새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 세월호 사건 터지고 더 없다. 다들 집에 일찍 들어가느라 술 먹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택시는 밤에 돈을 버는데 아주 꽝이다. 경기가 살아날지 모르겠다. 세월호 사건만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 나도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있는데, 애들 부모 심정이 어떻겠나. 멀쩡하게 두 눈 뜨고 애들이 죽는 걸 봤다. 평생 안고 가야 하는데… 구조적인 문제가 애들을 죽인 거다. 손님들은 선거에 대해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화가 많이 나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 김대중 대통령만한 사람이 없다. 권위도 있었고 정치도 잘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그만한 대통령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세월호 참사 사건도 그런데, 어떤 한두 사람이 잘못한 게 아니다.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잘못해서 생긴 것이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그렇게 좋아하거나 싫어하진 않지만, 나라에서 무슨 문제가 터졌을 때 즉시 보고받고 처리한 건 잘했다. 그걸 이명박이 들어서면서 없앴다고 하더라. 규제 완환가 뭐다 해서 배도 일본에서 수명이 다한 배를 사와서 이렇게 된 거다. 대통령으로 일하면서 잘못한 것도 벌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잘못해도 별 탈이 없으니까, 책임감이 없고 생각 없이 행동하는 거다.”

“손님이 택시에서 다 말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쩌다 말해보면, 선거에 대해 모르겠단 사람도 있고 자기 주장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사람도 있다. 나로서는 싸우기 싫으니까 가만히 듣는다. 손님은 금방 내릴 건데, 얼굴 붉힐 일 있나.”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얼마나 하느냐가 관건
말보다는 현실적인 정책 내세운 후보 찍겠다

⑤서승만 기사
“텔레비전 보니까, 인천은 송영길이 한참 앞서 있더라. 선거 때마다 느끼는 건, 정치인들 생각하면 진절머리가 난다. 평소에 정치인들이 잘했으면 투표를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얼마나 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결과가 확 달라질 거다.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들 생각이 참 다르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유정복이 이길 것도 같았지만, 사건이 터지고는 송 시장이 훨씬 앞선다. 유정복은 안전행정부 장관을 하다가 인천시장 후보로 나왔으니 당연히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이 말하는 정책은 현실적이지 않은 데가 많더라. 듣기만 해도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일을 한다고 하니까 걱정된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하나, 듣다보면 화가 난다. 정치인들 특징이 말만 앞서는 거다.”


그 밥에 그 나물이지만, 무슨 밥이냐가 중요
입으로 떠드는 사람보다는 실천할 사람 뽑아야

⑥ 정현준 기사
“난 아직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않았다. 그냥 일하면서 때가 되면 결정할 거다. 시장후보들이 어제 텔레비전에 나왔다는데 나는 그 시간에 일했다. 일하고 있지 않을 때도, 다음날 일해야 하니까 잔다. 나는 관상과 이름 보고 뽑을 것이다. 관상과 작명에 따라 그 사람 성향이 나타난다. 내가 보기에 선해 보이는 사람, 악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후보들이 말하는 말투, 행동을 본다. 진짜 인천 시민을 위해 일할 사람인가, 아닌가. 정치하는 사람들은 다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찍어놓고 보면 하는 짓거리가 거의 똑같다. 하지만, 어떤 밥인가는 무척 중요하다. 된밥이냐 진밥이냐, 탄밥이냐… 지 할 일 하고 하는 행동은 올바른 행동이지만, 지 할 일 안 하고 하는 행동은 올바르지 못하다. 말을 하고 실천하면 딱 좋은데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 투표할 사람은 그 사람 성향을 잘 판단해야 한다. 입만 나불대고 주둥이만 산 사람을 뽑으면 안 된다. 주둥이가 살아 있으면 몸도 따라가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가운데 공약 100개 걸어놓고 실천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 30개 하면 많이 한 거지. 내가 손바닥 부서지게 박수 쳐줄 거다. 다른 놈이 10가지 했는데, 그놈이 30가지 하면 많이 한 거다. 그놈은 다른 놈이 10가지 할 때 50가지 할 수 있는 놈이다. 그런 놈을 찍어야 한다. 빽 믿고 말만 떠드는 놈은 뽑아선 안 된다.”

“어떤 놈이 경인고속도로를 지하화한다더라. 인천시민 돈을 지하로 다 깔아버리겠다는 거다. 왜, 차라리 옥상으로 올리지. 그렇잖아도 경인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많이 나는데, 지하에서 사고 나면 어쩌려고 그렇게 감당할 수 없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시민의 돈을 땅에다 묻겠다니, 어이없다. 왜, 먼지 난다구? 고속도로비나 받지 말지. 도로공사나 돈 벌어주면서, 시민의 돈을 지 돈이 아니라고 인천 시민의 돈을 땅에다 묻고 건설하는 사람들 돈을 벌어주려는 놈이 있더라.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선거는 어차피 나한테 좋은 놈이 생각이 다른 사람한테는 나쁜 놈이다. 나는 인천을 위해서 일할 놈을 뽑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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