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일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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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일 제언
  • 배영수 객원기자
  • 승인 2014.07.22 2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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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타면 타는 대로, 비오면 비오는 대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이 이제 열흘 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2006년부터 인천에서 터를 잡고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이 음악 축제가 열리는 동안 인천은 그야말로 ‘들썩’ 그 자체였다. 송도지구와 서구 매립지를 오가며 개최지 선정이 오락가락했던 적도 있었지만 작년부터는 송도에서 터를 확실히 잡고 열기로 한 모양이다. 바닷가 근처라 억수로 비가 오는 상황을 맞이한다면 배수 시스템이 얼마나 잘 가동될 수 있을지는 살짝 걱정이 들긴 하지만 현재까지의 외관을 보니 나름 방어는 잘 해놓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간 [펜타포트]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다른 페스티벌보다 데리고 오는 해외 라인업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 또 하나는 올 때마다 비가 와서 관객들이 고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록 음악을 많이 들어왔고 또 이런 야외 록 페스티벌을 국내/외로 많이 다녔던 글쓴이는 두 의견에 모두 공감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라인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올해는 열리지 않는 [안산밸리 록 페스티벌]이나 서울서 열리는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수퍼소닉 페스티벌]에 비해 [펜타포트]가 라인업을 섭외하는 능력에서 많이 밀린다는 의견은 그 자체부터 문제다. 록 음악을 즐기는 ‘한마당’에 라인업을 따지면서 트집부터 잡으려는 자세 자체가 일단 문제고, 또 하나는 최근의 록 음악 트렌드에 [펜타포트]는 비교적 괜찮게 발을 맞추어 오기도 했다. 한국에서 좀 덜 알려졌다는 이유로 해당 록 밴드가 폄하될 이유는 없다. 근래의 해외 음악 동향을 모르는 채 판단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록 음악을 요즘에도 자주 듣고 [빌보드]의 메인스트림 록과 모던 록 차트에 매주 신경을 쓰는 자라면 [펜타포트]가 섭외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당연히 공감이 되지 않을 터다. 근래에 영미권 현지에서 인기를 끄는 록 밴드들을 데리고 오는 빈도는 [펜타포트]가 다른 페스티벌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펜타포트]에서 공연하는 카사비앙이나 트래비스 등의 록 밴드들은 영국과 같은 록 음악의 원산지에서 톱 A급의 인기를 얻는 친구들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인기가 좀 덜할 뿐인데 그런 이유로 “대중적이지 않다”고 성급히 일반화시키는 것은 명백한 논리적 오류다. 게다가 올해 [시티브레이크] 등 다른 록 페스티벌 라인업의 수준이 [펜타포트]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이라 볼 수도 없다. 2012년 [안산 밸리]가 라디오헤드를 데리고 오고 작년과 올해 [시티브레이크]가 메탈리카와 오지 오스본이라는 전설들을 각각 데리고 왔지만 그들을 데리고 오느라 든 개런티는 고스란히 관객 부담으로 작용해 전일권의 경우 20만원을 훌쩍 넘어가 버렸다. 때문에 경제적 자립도가 없는 세대는 구경조차 못 했다. 그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비행기 타고 가는 것보다 티켓 가격 오르더라도 국내에서 보는 것이 더 낫다”고도 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록 페스티벌에 라인업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유명한 라인업을 데리고 오면 티켓 가격이 높아지는 건 불가피하고 관객들은 그 높아진 가격에 대한 질 높아진 서비스를 동시에 기대하게 되는 심리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 록 페스티벌이 그 부분을 채워주지 못했다. 적어도 20만원이 넘는 티켓 가격이면 화장실을 비롯한 기초적인 편의시설, 특히 여성들을 위해서 그런 부분들은 기본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道理)다. 그런데 그 라인업을 데리고 오느라 관객들을 뒷전에 두고 신경도 안 쓰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았다. 사실, 아직도 한국의 록 페스티벌 다수는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펜타포트] 역시 초창기에는 그러했다. 프란츠 페르디난드와 쿨라 셰이커 등의 록 밴드들은 물론 블랙 아이드 피스와 같은 힙 합 팀들까지 왔던 2006년 1회 때는 관객 편의시설이 정말로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상황에서 화장실은 물이 넘쳤고 씻을 수 있는 공간은 진흙탕으로 변해버리는 상황에서 주최 측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2009년 주최사끼리의 분열이 생기고 그 상황에서 해외 라인업을 제대로 섭외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펜타포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소위 ‘독선’에 빠진 록 팬들 중심으로 요구되던 ‘라인업 집중 현상’에서 벗어나 페스티벌 그 자체를 중심에 두고 여러 가지 관객 편의의 프로그램 등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다. 주최 측의 예산은 그러한 프로그램에 이용되고 일부는 관객들에게 환원되는 효과도 나타나면서 티켓 가격의 부담 역시 크게 줄였다.
 
실제로 [펜타포트] 는 2009년에 1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사전예매를 오픈하기도 했으며 이후로도 타 페스티벌에 비해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물론 원자재 등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상승폭을 피할 수 없어 이번 연도의 경우 전일권 기준 가격이 18만 원 선에서 책정되긴 했지만, 인천시민은 20%나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15만원 선의 구입가를 전제한다면 특정 카드나 대기업 계열사 회원들에게만 적은 폭의 할인율을 적용해 어떻게든 20만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타 페스티벌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의 책정 가격이기도 하다. [펜타포트]가 다른 음악 축제들에 비해 대학생 등 경제적으로 미자립한 세대들의 참여율이 유독 높은 편인데, 가을에 열리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제외하면 티켓 가격의 경쟁력에서 최고 수준에 있음은 이미 여러 언론사들의 비교를 통해 검증이 된 바다.
 
비가 오는 부분을 걱정하는 시선에 대해서도 “걱정할 것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록 페스티벌이 언제부터 편하게 양반다리하고 보는 음악 축제였던가. 뜨거운 해가 피부를 지지는 날엔 그 재미로, 비가 오는 날엔 샤워하는 기분으로 소리 지르며 그 흥에 취하는 것이 록 페스티벌인 법. 미국에서 1969년 열려 ‘록 페스티벌의 시초’로 추앙받는 [우드스탁 페스티벌]도 물론 그랬지만, 현재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록 페스티벌인 [글래스톤베리] 역시 비 맞고 진흙탕에서 구르면서도 열광하며 보는 것이 일상화가 되어 있을 정도다. 비가 오면 장화 신고 우비 입고 방방 뛰면 될 일이지, 그것 때문에 공연 못 보겠다 타박한다면 아직 록 페스티벌을 즐길 자세가 안 되어 있는 것이다. 공중파 방송국의 아이돌 무대들만 TV에서 편하게 봐서 그런 의견들을 내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록 페스티벌은 다소 편하지 않더라도 리듬에 맞춰 방방 뛰고 헤드뱅잉도 하고, 때론 옆 관객들과 몸을 부딪히는 슬램(Slam)도 과감히 펼치는 것이 당연하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땡볕에 검게 피부가 타면 타는 대로 노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화합의 현장이 아니었던가. 이리도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가 만약 있다면, 그는 그것이 당연하지 않은 집에서 TV 시청이나 하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다.
 
자, 올해도 [펜타포트]는 송도지구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인천지하철 1호선과도 매우 가까운 공연 현장은 접근성의 측면에서도 괜찮고, 신도시의 특성 상 주변에 신식 시설들도 위치해 있어 편의의 측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올해 [펜타포트]의 행로를 보니 라인업에 집중하느라 관객들을 배려하지 않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아 좋고,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세월호 참사를 구실로 올해는 한 번 건너뛴다는 소식을 일찌감치 전하면서 많은 록 마니아들이 [펜타포트]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주최 측으로서는 이번 해가 [펜타포트]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마침 인천시에서도 지속적으로 이 행사를 지원하고 있고, 시민들의 관심도 차차 높아지고 있으니 이번 연도에도 잘 치러내 여러 음악 매체들과 지역/중앙 언론 등에서 호평 받을 수 있길 바란다. 이러한 록 페스티벌이 제대로 정착하고 매년 성황리에 열린다면, 인천시민으로서도 가히 나쁠 것이 없다. 대형 음악 축제는 아시안게임 같은 류의 세계적인 행사에 비견될 만큼, 의외로 큰 경제효과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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