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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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자!
  • 김국태 선생님(인천교육연구소, 인천부평초교)
  • 승인 2014.07.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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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인천교육 미래찾기(60)
 
김샘은 세월호 사건 이후 한겨레신문 기사에서 다음을 보았다. 2014년 4월 16일 사건 이후 진도 팽목항에는 죽어간 아이들을 향한 절절하고도 가슴 아픈 절규의 쪽지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그 쪽지들 중에 눈에 들어오는 말이 있다. “애들아, 이 사회를 절대로 용서하지 마라.” “누가, 무엇이, 너희들을 죽였는가?” “이것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지고 가야 할 죄다.”
 
이런 질문들과 절규를 보면서, 김샘은 여러 가지 질문들을 떠올린다. 도대체 국가는 무엇일까? 수백명의 인명을 실은 배가 가라앉는 동안 그저 침몰을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우리 국가에 대해서 말이다. 사고 앞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해내지 못하는 국가는 어떻게 국가인가? 어떻게 나라인가? 지난 몇 년 동안 비슷한 사고를 겪고도 사고공화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사회는 도대체 어떤 사회인가? 어쩌면 이런 질문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무슨 일을 시작하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요청과 명령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이것은 지금의 한국사회에 너무도 필요한 질문이고 지적이다.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 말이다. 사실 이 질문은 김샘이 종사하는 교육계에 던져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은 바로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라는 질문과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된 질문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수업에 지쳐있는 김샘에게 어쩌면 잊고 있던 질문일지 모르겠다.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어떤 인간형을 길러내는가'라는 질문이 교육의 핵심부에 놓여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단위 수업에 쫓기고, 맡은 업무에 지쳐가는 교사들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질문일지 모르겠다. 어쩌면 교사들에게 세월호 사건이 제기하는 이런 성찰과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두 가지 작업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수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샘도 이런 성찰과 모색의 요청에 일단 응답하려고 생각을 이어간다.
 
먼저,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가만히 있어’ 교육에 문제의식이 커졌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가만히 있는 피동적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상을 주어왔다. 여전히 교사와 학생들은 수동적인 관계이며, 교육청과 교사의 관계도 수동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에게 질문하지 않고, 물어보지도 않으며, 가만히 있으면 좋은 결과가 있는 피동적이고 수동적인 교육이다. 이제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은 죽은 교육이다. 아니 학교와 학생들을 죽이는 교육이 되었다. 어쩌면 세월호 사고는 죽은 교육을 극복해야 한다는 가슴 아픈 교훈일지 모른다.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모습은 교육의 모습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지금의 한국 사회도 ‘가만히 있어’의 사회이다. 이미 생각을 거부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사회이다. 문화평론가 도정일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의 사회는 생각하지 않고 비판은 냉소의 대상이 되고 윤리적 사유에는 모라토리엄이 걸려 있다. 생존의 공포에 짓눌린 사람들은 짜증을 내면 반문한다. 누가 모르나? 그래서 어쩌라고? 생각이 밥 먹여 주나? 그런데 이런 짜증과 함께 우리는 죽어간다” 생각이 없고,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사회는 거기서부터 이미 위험사회이다. 그런 사회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죽고, 어른들은 병들고 사회적 삶의 고통은 늘어날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 교육은 죽은 교육이고, “가만히 있으라.” 사회 역시 죽은 사회이다.
 
지금의 우리에게 함석헌 선생은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뜻 품으면 사람, 뜻 없으면 사람 아니다”라고 일갈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어쩌면 세월호 사고 이후 제기되는 성찰과 모색의 응답이 될지 모르겠다. ‘나는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인 말이다. 바로 ‘생각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항상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아서 끊임없이 실패해 오지 않았는가? 그 기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생각하는 사회’ 아니겠는가!
 
생각할 줄 아는 사회처럼 교육도 가장 기본적인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만히 있어’ 교육 아래에서, 피동적이고 수동적인 교육에서, 과잉 경쟁만을 부추기며 성공을 향한 욕망만을 지향하는 교육에서 가장 기본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생각할 줄 하는 시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바로 그 기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번 진보 교육감의 당선은 바로 이런 기본적인 것을 지켜달라는 뜻일 것이다.
 
“질문이 없는 교실, 교실이 잠들어 있습니다. 학생들은 아무런 질문이 없습니다. 이제 질문이 쏟아지고 우정이 넘치는 교실을 만들어야 합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내세운 선거 홍보물에 적혀 있는 글귀다. 잠든 교실을 깨워 ‘질문이 있는 교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굳게 닫힌 아이들의 말문을 열어야 한다. 질문이 있는 교실이 바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자라는 곳일지 모른다.
 
진보 교육감 시대를 맞아 생각하는 아이들로 자라는 기본적인 교육을 김샘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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