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으로 살 수 없는 시대, 병자로 거리에 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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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으로 살 수 없는 시대, 병자로 거리에 눕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9.01 0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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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예술제에서 만난 퍼포먼스 아티스트 이난영 씨

* 이난영 작가와의 스피드 인터뷰(2014. 8. 30. 토)

하루 종일 이러고 계셨던 거예요?
- 네, 인천 올라올 때부터 계속이요.

어디에 사세요?
- 경남 창원에서 어젯밤에 심야 버스 타고 올라왔어요.

이건 어떻게 준비하신 거예요?
- 링겔 봉지는 병원에서 간호사한테 ‘이런 거 한다’고 해서 공짜로 얻었고요, 줄은 의료기기 파는 데서 500원씩에 샀어요. 수액걸이는 중고로 사려고 했는데 친구가 사줬고요.

환자복은요?
- 바지는 친구 잠옷이에요.

이 퍼포먼스는 어떻게 구상하게 된 거예요?
- 병자 퍼포먼스요? 이건 처음이에요. 초대받고 뭘 할까 하다가 이런 시대에 제정신으로 살 수 없다, 그래서 제가 환자가 된 거죠.

생활은 어떻게 하세요? 퍼포먼스 해도 돈은 안 주잖아요?
- 개거지같이 살고 있어요. 내가 하고 싶고 누가 불러주면 오는 거죠. 여기는 차비 준다고 해서 왔어요.

혼자 사세요?
- 네, 혼자 살아요. 원룸에서. 서울에서 10년쯤 살다가 작년에 다시 창원으로 내려갔어요.

생활은 어떻게?
- 간당간당하게 살고 있어요. 조금 타협하면서 생활비 정도만 벌고요.

오늘 집중 많이 받으셨죠?
-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제 갈 길을 걸었는데...

식사는 하셨어요?
- 밥도 못 먹었어요. 이 꼴을 하고 있으니 밥맛도 없고... 어디 가기도 그렇고.

담배가 많네요.(수액걸이 통 안에 담배 몇 갑이 보인다)
- 사람들이 막걸리랑 담배만 주고 가네요.

평소 성격은 어떠세요?
- 다중인격? 약간 극단적이에요. 굉장히 내성적이고...

내성적이요?
- 네. 정말 내성적이고 섬세하고 여리고 그런 면이 있고요.. 또 굉장히 파격적이고 파괴적인 그런 면이 있어요. 진짜 극단적인.

무대에 나가고 하는 것도 잘하실 것 같아요.
- 잘하는데 에너지가 굉장히 크죠. 무대에서 쇼하고 그런 사람들이 사실은 집에 가면 말 없고 그렇잖아요.

맞아요.
- 근데 오늘 만난 분 중에 가장 친절하신 것 같아요.

제가요?
- 친근감 있게 말도 걸어주시고...

사실은 여기 오기 전에 저희 신문사 대표님이 이난영 씨 얘기를 했거든요.
- 제 얘기를요? 저를 아신대요?

페북에서 보셨대요. 근데 제가 알았다, 찾아보겠다, 하고 안 찾았거든요. 이렇게 사람 많은 데서 어떻게 찾아요? 저는 이난영 씨인 줄 모르고 아까 화장실에서 말 걸었던 거예요.
- 하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누가 다가온다. 기자에게 소개하며)
“아, 이 분도 오늘 저 많이 도와주셨어요. 수액걸이도 여러 번 끌어주시고... 저기 앉아계신 분도 나체로 바디페인팅 하고 그러는 예술가인데, 이런 행사는 처음 와봤대요. 페북 친구인데 저도 여기서 처음 만나서 아까부터 같이 술 마시고 있어요. 오늘은 주최측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자고 내일 내려가야죠.”

'이 방면'에서는 나름 알려졌다고 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다음 날에는 아예 천을 깔고 바닥에 누운 모양이다. 밥은 먹고 하는 건지... 페북에 접속해 지난 '행위'를 검색해본다. 과연 '예술가'다. 망국의 예술가여, (아프지만) 이렇게라도 즐기시라.
 

사진=노동당 인천시당 이근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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