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의 중요성과 이름 잘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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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의 중요성과 이름 잘 짓기
  • 최문영
  • 승인 2016.01.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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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최문영 / 인천YMCA 정책기획실장

 

이름은 중요하다. 한번 정하면 바꾸기 힘든 것이 이름이다. 사물의 이름도 나름의 뜻이 있는데 하물며 사람의 이름이야 오죽할까. 최근 개명 열풍이 불고 있다. 개명 신청을 하는 사람이 연간 1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대법원이 발표한 지난 20년간의 개명을 허가한 유형을 보면 서동개, 김치국, 김하녀, 지기미,  아들나 등등 하나같이 개명 신청이 납득이 되는 이름들이다.

 

20년 전만 해도 정말 어려웠던 것이 개명이었는데 2005년부터 성명권을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내용으로 인정하는 판례가 나오면서 대중화되었다. 이름은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첫 번째 정신적 선물이기에 부모는 심사숙고해서 의미 있는 이름을 지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지명도 마찬가지다. 한번 결정되면 쉽게 바꾸기 힘든 것이 지명이다. 인천국제공항 명칭제정이 좋은 사례다. 20여 년 전 영종도에 신공항을 건설한 후 국토해양부는 공모 끝에 세종공항, 서울-영종공항, 인천국제공항을 후보로 발표했다. 이에 1996년 인천시민들은 ‘인천국제공항 명칭제정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60만 인천시민의 서명을 받아 ‘인천국제공항’ 명칭 제정을 촉구하여 최종 결정된 바 있다.

 

이후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우뚝 서게 됐고 덩달아 ‘인천’이라는 지명 또한 지구촌의 친숙한 지명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다.  

 

이와는 반대로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왜색이 묻어나는 지명도 인천에 산재해 있다. 대표적인 지명이 송도(松島)다.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 관장을 비롯한 지역 인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송도(松島)국제도시로 명명됐고 고착화 된지 오래다.

 

역사상 인천 관내에는 송도라는 이름의 섬이 없었고, 지금의 신도시 지역은 섬이 아닌 바다를 매립해 만든 지역으로 소나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기에 송도라고 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1936년 일본의 승전을 기념해 송도(松島), 교립(橋立), 엄도(嚴島)라 하는 순양함 3척을 취항하여 소위 ‘3경함(三景艦)이라 부르며 해군의 자랑으로 삼았던 것이 송도(松島) 작명의 시초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후 송도로 명명이 최종 확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지명에 대한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같이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는 ‘송도’라는 지명이 연수구와 분구가 예정되어 있는 그 지역의 지명으로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동구와 남구의 행정구역 명칭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까지 방위를 기준으로 했던 중, 동, 서, 남, 북구 중 북구는 이미 부평구와 계양구로 분구되면서 변경됐고 중구는 인천의 개화기 중심지라는 상징성으로 제외됐다. 나머지 가운데 동구와 남구를 우선 변경한 후 서구는 후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초자치단체가 스스로 행정구역 이름을 바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인천시가 ‘가치재창조사업’ 중 하나로 정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현재 동구는 인천의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고, 남구는 인천의 중앙에 있다. 남동구는 남동(南東)이 아닌 남동(南洞)으로 방위명이 아닌 고유지명이기에 대상지가 아니다. 현재 새 이름으로 남구는 문학구 또는 미추홀구, 동구는 화도구 또는 송현구, 송림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로명주소와 우편번호 변경사업 등이 시민불편을 가중시키고 예산을 낭비하는 사업이었다고 주장하며 이번 행정구역 명칭 변경도 같은 맥락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구명 변경 대상지 한 곳당 25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이번 구명 변경사업은 돈이 들더라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언젠가 해야 할 것이라면 지금 하는 것이 좋다. 지방예산이 부족하면 정부에 사업비를 청구해서라도 실시해야 한다. 이름을 바로 잡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는 일이고 후세에 물려줄 값진 유산을 이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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