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과 인생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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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과 인생의 공통점
  • 장재영
  • 승인 2016.08.2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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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장재영 / 공감미술치료센터 기획팀장



휴가를 맞아 그저 계획도 없이 무작정 떠난 지리산행.
나에게는 나름대로 큰 의미가 되었던 사건이었다.

그간 여러 일들로 답답했던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였으며 힘들게 스스로를 혹사시켜 현실을 타개하고자 함도 있었거니와 어느새 뱃살 가득한 인격적인 몸매로 변해가고 있던 비쥬얼의 변형을 꾀함도 있었으리라.

11개의 봉우리를 넘으면서 군인출신의 체력 좋은 내 친구는 발에 모터라도 달린 듯, 지칠 줄 모르며 오르고 있었고, 친구 발 뒷 꽁무니만 쫒기 급급했던 나는 경치고 뭐고 발밑의 돌들만 쳐다보며 정신없이 걸었다.





힘들게 한 봉우리의 정상을 밟으면 어김없이 내리막이 있었고 올라왔던 만큼을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봉우리와 마주했을 때는 또 하나의 정상을 향해 가야만 했고 또다시 내리막을 내려가야만 했다. 또한, 올라갈 땐 힘들어도 다치는 일은 없었지만 내려가는 길에 다리가 후들거려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이튿날 아침 결국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에 도달했다. "이곳이 정상이다~~야후!!!"
등산 초심자인 내게 정상이란 곳은 아주 의미가 컸다. 일단 도착한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셀카를 마구 찍어댔으며 마치 내일이 안 올 것처럼 누릴 수 있는 모든 성취감을 누리기를 잠시 ‘아.. 이게 끝이 아니었지?’ 문득, 올라온 만큼을 더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오르기가 힘들지 내려가는 것은 쉽다고 누가 그랬는가?
하산을 서두르며 70도 남짓의 경사를 부주의하게 내려가던 찰나 무리가 갔었는지 오른쪽 무릎이 아파왔다. 결국, 일행에게 빌린 지팡이에 필사적으로 의지한 채 절뚝이며 내려와야만 했고 성치 않은 무릎이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라면서 내려가는 길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지던 그쯤이었다. ‘쏴아아아.... 쏴솨아아아....’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소리에 무릎의 통증이 가시는 듯했다. 물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져왔고 내 다리는 마치 초원이의 100만불짜리 다리가 된 듯 그곳을 향해 힘껏 내달렸다. ‘풍~~덩!!!’
 




“으아~~시원하다!!!” 그 달콤했던 휴식, 환희.. 정말 잊지 못할듯하다. 이틀간 땀 흘리면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다리아픔을 참으며 도달한 것이니만큼 그 달콤함은 더욱 더 값지게 다가왔다.

현실의 삶에서도 수없이 마주하고 있는 오르막과 내리막..
절정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그리고 내리막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다치지 않도록 말이다. 굳이 명확하게 구분지어 오르막 내리막을 표현할 수 없다만 우리는 늘상 이것들을 경험하고 산다. 그러니 오르고 있는 중이라고 너무 우쭐댈 필요 없으며 내려가는 중이라고 너무 근심할 것 없다. 눈앞에 시원한 계곡이 자리 잡고 있을지 누가 아는가.

비록, 그리 많은 산을 경험했던 것은 아니지만 등산 초심자의 눈으로 바라본 산행과 인생이 절묘하게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몇 가지 공통점을 적어본다.

<산행과 인생의 공통점>

1. 서둘러서 좀 더 빨리 갈지, 느긋하게 경치를 보며 천천히 갈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2.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수없이 마주하게 된다.
3. 정상을 밟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4. 내리막에서는 다치지 않게 각별히 조심해야한다.
5. 어느 길이 더 좋은 길인지 정답은 없다.

“캬아~~~.” 산행을 마치고 즐겼던 따끈한 감자전과 쌀 동동주 맛을 잊지 못할 듯하다.
산채비빔밥에 야채전, 감자전, 동동주까지 배불리 먹고 근처 숯 찜질방에서 몸무게를 달아보니 산행시작 전보다 1kg가 불어있었다. 기대했던 비쥬얼의 변형은 실패로 돌아갔으나
여하튼간 성공적인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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