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스펙 중심에서 탈피해야 - 경제민주화 소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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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스펙 중심에서 탈피해야 - 경제민주화 소고(2)
  • 정세국
  • 승인 2017.06.2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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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정세국 / 인천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J 노믹스’라고 한다. 아직 부분적으로 발표되고 있어 상세한 내용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나 기본적 원칙은 이미 공약에 제시되었고 일부는 정교하게 다듬어져 발표되고 있다. 침체된 경제회복을 위해 정부 재정을 확대한다는 것과 일자리와 가계소득을 올려 국가 전체의 성장을 동시에 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장관 임명의 난제 속에서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11조 2천억원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물론 재정의 조달에 대해서는 기존 재정을 확대 운용하겠다는 면에서 이명박 등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유사하나 대기업과 토목 중심의 아니라 사람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근본적 시각차이다. 사람중심의 경제는 지금까지의 경제 성장 패턴을 물질적 가치 중심에서 인본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 가치 추구를 의미한다. 대기업을 등에 업은 경제성장 중심에서 중소기업과 벤쳐기업 등이 대기업과 함께하는 정책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되 일자리를 우선하여 마련하기 위한 정책을 뜻한다.

‘J 노믹스’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면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는 실업률에 더해 청년 실업률은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경제의 밑받침이 없어질 우려가 있는 심각한 현실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추경예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였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이 해법이며 지금까지 인원 확충이 필요했으나 반영하지 못했던 소방관과 우정사업 직원에 대해 부족한 일자리를 우선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늘리기는 당장 급한 영역이며 이에 대해서는 소요예산 등 여러 가지 검토 사항이 있고 확대하기 쉽지 않은 일이나 적극적으로 해소 하겠다는 의지이다. OECD 평균 공무원 수에 비교하여 국민 1인당 공무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여기서 보다 명확하게 해야 할 부분은 일자리가 얼마나 부족한가의 문제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으나 일반적으로 말하는 일자리는 좋은 조건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 즉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연봉 4천만원 이상의 일자리를 의미한다면 그럴만한 일자리는 몇 만개도 찾을 수가 없다. 모연구소 발행 자료를 보면 1995년도 우리나라 협력회사 포함 100대 기업의 전체 일자리수가 250여 만 개 정도였으나 2010년에는 190여 만 개로 줄어 있는 형편으로 대기업은 이미 고성장임에도 불구하고 인력 운영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기업이 일자리를 늘여야 한다는 정부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늘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영의 지속성을 위해 자동화와 성력화, 그리고 사내하청 즉 비정규직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일자리의 증가는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캠퍼스 내에 있는 청년대학생들은 각종 스펙 쌓기와 대기업 고유의 입사시험 준비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학점은 땄어도 졸업 유예생으로 남아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나간 흐름에 매달려 사는 그들에게 스펙 중심의 시대는 이미 물건너 갔다는 조언은 반향을 불러오지는 않는다. 부모와 삼촌과 고모가 살던 시기에는 스펙이 화려하면 할수록 쉽게 일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영향이 아직도 팽배해 있다. 적어도 대학은 5년을 다녀야 취업도 하고 졸업 할 수 있다고 여기는 학생들을 지금도 드물지 않게 만나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경영자총협회에서 최근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취업후 1년 이내에 퇴사하는 사람이 26.2% 정도 된다고 한다. 바늘구멍만큼의 취업전선에서 성공해도 자기와 맞지 않는다고 그냥 사표를 던지는 직장인에게 던져주는 말은 지나간 시대의 논리이란다. 대기업과 동일 수준의 연봉을 주는 남동공단의 한 중소기업에 입사한 후 몇 개월 만에 퇴직하는 신입사원은 개인시간이 없고 힘들어 다닐 수 없다고 한다. 그 회사 인사담당부서장은 인력 채우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여건은 변하지 않고 있다.

반면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지금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헌신하며 동고동락할 자세를 가진 사람이면 받아들이겠다는 소기업 대표들의 안타까운 요청을 들어줄 수 없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직무 수행에 적합한 4년제 대학 졸업생을 필요로 하고 있어도 지원하는 젊은 일꾼은 드물다. 대졸 연봉 2천만원 대는 고사하고 3천만원 수준까지도 외면당하는 게 중소기업이다. 기업의 미래를 보기보다는 현재의 지급 수준만을 비교하고 있고 이름 없는 곳에서 일하기보다는 입사 하지 않는 게 속편하다라는 게 청년층의 정서이다. 중견과 중소기업은 만년 인원 부족으로 미래의 장기발전 계획은 커녕 현재의 기계 가동도 어려워하고 있다. 이런 미스매칭은 결국 외국인으로 채우고 있고 그 만큼 일자리는 부족하게 된다. 일자리 부족의 부정적 쳇바퀴에 걸려 있는 형국이다.

스펙 중심에서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의 중심 이동은 이런 문화적 인식 방향이 변화하지 못하면 기회는 영원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능력 중심의 시대로 가는 길은 이미 제시되어 있으나 아직도 과거의 잣대에 눌러 앉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청년대학생들과 그들의 주위에 계신 분들에게 진정한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찾도록 하는 일은 대학 캠퍼스만의 과제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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