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0회 배다리 시낭송회 - 故 이가림 시인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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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0회 배다리 시낭송회 - 故 이가림 시인 추모
  • 신은주
  • 승인 2017.07.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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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그리워하는 사람들, 가족 등 함께 자리





제110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29일 오후 2시에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시다락방)에서 故 이가림 시인 추모 시낭송회로 열렸다.
 
이가림 시인의 본명은 이계진으로 1943년 만주 열하에서 출생하여 전주고등학교에서 시인 신석정, 김해강, 백양촌 선생의 영향으로 문학에 눈을 뜨게 되었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돌의 언어’ 가작 입선,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빙하기’ 당선으로 동인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쓴 작품을 모아 첫 시집 ‘빙하기’를 1973년에 출간하였다. 1982년부터 2009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인하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시집과 에세이 번역서를 포함하여 25권을 출간한 이가림 시인은 2015년 7월 14일 루게릭으로 투병하다 별세했다.
 
이가림 시인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과의 현상학적 관계에서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교감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참다운 시인은 사물의 깊이를 꿰뚫어보고 거기에 소중하고 숭고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를 써야한다. 쉬운 언어로 언어를 정확하게 사용하고 의미의 두께가 깊은 시가 가장 좋은 시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가림 시인은 시에 대한 철학인 ‘교감의 시학’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다.
 
추모 시낭송회에는 여름방학을 맞아 송림복지관에서 독서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방문해서 이가림 시인의 시를 낭송하며 시인이 남긴 시와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가림 시인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 이가림 시인의 가족들이 함께 한 자리여서 추모 시낭송회는 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배다리 시낭송회는 8월은 쉬고 111회 초청시인으로 호인수 신부를 모시고 9월30일(토) 오후 2시에 열린다.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이가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모래알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기어이 끊어낼 수 없는 죄의 탯줄을
깊은 땅에 묻고 돌아선 날의
막막한 벌판 끝에 열리는 밤
내가 일천 번도 더 입맞춘 별이 있음을
이 지상의 사람들은 모르리라
날마다 잃었다가 되찾는 눈동자
먼 不在의 저편에서 오는 빛이기에
끝내 아무도 볼 수 없으리라
어디서 이 투명한 이슬은 오는가
얼굴을 가리우는 차가운 입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물방울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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