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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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 장현정
  • 승인 2017.08.2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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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 상담팀장
 
  
출산휴가를 마친 뒤, 돌도 안 된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다.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일은 처음부터 만만치 않다. 젖병과 분유, 수건, 여벌옷, 치발기 장난감까지 아이 관련 짐이 한가득 이다. 짐을 싸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데다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토를 하거나 배변활동(;)을 하기라도 하면 뒤처리하는데 2-30여분이 훌쩍 지나간다. 배고프다고 울기시작하면 분유를 먹여야 하는데 분유를 먹고 속을 풀고 차를 태워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아이가 언제 어떤 욕구를 표출할지 모르기 때문에 아이와의 외출은 늘 예상보다 늦어져 발걸음이 바빠진다.

아이를 차에 태워 회사 근처의 어린이집에 맡겨야 했는데 그때 다친 손목이 1년동안 계속 아팠다. 아이를 뒤보기로 장착한 카시트에 앉히는 일은 낯설기도 하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아이는 매번 카시트에 앉자마자 울기 시작해서 도착할 때까지 20여분을 울었기 때문에 목이 쉬도록 우는 애를 맡기는 것은 참으로 마음 아팠다. 어느 날은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다가 그만 차 입구 모서리에 머리를 박았다. 얼마나 아팠을까... 아이가 몸을 뒤집으며 우는데 시간은 촉박하고 아이는 울고 마음이 급한 나는 그냥 카시트에 밀어 넣고 출발했다. 가는 길에 자꾸 눈물이 났다.

그렇게 정신없이 어린 아이를 등하원 시키며 바쁘게 다니던 어느 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잠시 슈퍼에 들렀다가 문득 신발의 쪼임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헉!! 한쪽은 운동화를, 한쪽은 구두룰 신고 나온 것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다른 착용감의 신발을 한쪽씩만 신고 나왔는지... 그만큼 바쁜 아침이었을 것이다.

 
 

이 사진을 올리고 글을 올렸더니, 온갖 비슷한 후기들이 가득했다. 가방에서 리모콘이 나온 엄마, 냉장고에 휴대폰을 넣은 엄마, 슬리퍼를 신고 출근 기차를 탄 엄마... 이 무렵의 엄마들은 정말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는 내 삶에 엄청난 축복이고 가장 큰 보물이다. 나는 스스로 선택하여 엄마가 되었고 지금도 엄마됨이 행복하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던 초반 1,2년의 시간들을 생각하면 둘째 아이에 대한 생각이 저 멀리 사라지곤 한다. 다시 겪을 수 있을까? 겪어 낼 수 있을까? 쌍둥이라도 생기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로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주변에도 나처럼 늦게 결혼한 친구들 대부분은, 특히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은 한 자녀만 낳는 경우가 많다. 정말로 아이들을 낳고 싶은 세상,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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