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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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사랑법
  • 은옥주
  • 승인 2017.09.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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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은옥주 / 공감미술치료센터 소장


<인천in>은 지난해 6월부터 '공감미술치료센터' 은옥주 소장과 미술치료의 길을 함께 걷고있는 딸(장현정)과 아들(장재영)과 [미술치료사 가족의 세상살이]를 격주 연재합니다. 은 소장은 지난 2000년 남동구 구월동에 ‘미술심리연구소’를 개소하면서 불모지였던 미술치료에 투신, 새 길을 개척해왔습니다. 현재는 송도국제도시에 공감미술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친정집 천장에서는 밤마다 쥐들의 운동회가 열렸었다.

오래된 적산가옥은 나무로 지어졌고 나무 틈새로 쥐들이 떼 지어 몰려다녀서 ‘찍찍’ 거리는 소리 ‘쿵쾅 쿵쾅’ 달리는 소리에 잠을 다 설칠 정도로 시끄러웠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금방 자라서 제법 큰 목소리를 가지게 되었고 ‘야~~옹’ 하고 소리를 크게 지르면 쥐들이 떠들다가도 갑자기 조용해지며 사방으로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우리 집은 평화가 찾아왔고 어린 시절 고양이에 얽힌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들어 눈도 못 맞출 정도로 싫어하던 내가 안아주기도 하고 맛있는 밥도 주며 아주 친하게 지내게 되었었다.

그런데 어느날 고양이가 거실에 아주 조그만 생쥐 한 마리를 데려와서 벌벌 떨며 움직이지도 못하는 쥐가 도망가려고 하면 오른발 왼발로 이리저리 ‘탁탁’ 쳐서 혼을 빼 놓은 다음에 내 눈 앞에서 순식간에 잡아먹는 것을 보았다.

나는 기겁을 하고 먹지 못하게 말렸지만 기어코 고양이는 쥐를 물고 나가버렸다.

어느 날은 커다란 쥐 한 마리를 물어뜯어 죽인 채 주방 식탁 밑에 놓아두고 그 옆에 능청스럽게 앉아서
'야~~옹 야~~옹’ 하고 부르기도 했다.

그 뒤부터 나는 고양이가 징그럽기도, 무섭기도 해서 더 이상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고 곁에 오면 쫒아버리고 피하고 그랬었다. 그런데 최근에 어느 동물학자로부터 고양이의 그런 행동이 주인을 사랑하는 표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양이는 밥을 주고 자기를 사랑해주는 주인에게 어떻게든지 은혜를 갚으려고 쥐를 잡아서 주인에게 보여주며 자기가 열심히 일하고 있고 최선을 다해 자기 방법대로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의 그 행동은 아직도 생각하면 징그럽지만 마음에 대해서는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고양이는 열심히 독특한 사랑 법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인정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의 사랑 법처럼 나의 사랑 법은 혹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거나 힘들게 한 적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장 사랑을 주어야할 딸과 아들이 서로 싸우거나 말을 잘 안 들으면 현관 옆에 있던 어항 옆에 두손 들고 꿇어 앉혀 놓던 일이 생각났다.

꽤 긴 시간을 꽤 자주 벌을 세웠던 것 같은데 ‘얼마나 팔이 아팠을까!’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마음이 싸하게 아파온다.

딸아이가 차를 타고 유치원에 다닐 때 몹시 멀미를 하는데도 기어코 버스를 태워 보냈던 일도 생각이 났다. 두 아이가 다 초등학교 때는 몸이 약해서 학교에서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도 기어코 전 학년 6년 개근을 할 정도로 그 때는 그렇게 엄하게 하는 것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한번 실마리가 풀린 미안한 기억들은 연이어 떠올라 나의 마음을 아리고 아프게 했다.

고양이 덕분에 내 사랑 법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으니 참 고마운 일이다.
며칠 전 딸과 둘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가 무엇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갑자기 원망이 가득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엄마는 나를 정말 사랑한거야? 늘 칭찬은 않하고 잘못한 것만 지적했잖아. 엄마는 자기가 좋은 엄마인게 중요했던 것 아냐?” 하고 매섭게 몰아붙였다.

얼른 '내가 언제?‘ 하고 잠깐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정말로 내 생각대로 안 되면 야단치고 칭찬은 별로 안했던 것 같다.
내 부모가 나한테 가르쳐준 사랑 법은 그랬었고 나는 꼭 같이 그런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엄격하고 무섭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이제와서 아이들에게 무척 미안할 때가 많다. 주변에 고양이의 사랑 법처럼 자기의 독특한 신념대로 양육해서 자녀들이 고통당하거나 힘든 경우를 종종 보게된다.

부모에게 자녀를 사랑하는 것은 정답도 없고 참 어려운 숙제이기도하지만 자녀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랑 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은 참 필요하고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왜냐하면
부모의 사랑과 관심은 자녀의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필요하고 유효하며 그 후 설사 부모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자녀의 마음 속에 내재화 되어 살아있는 무언의 목소리로 때로는 자녀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자녀에게 고통을 주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다운 부모 되기가 참 어렵고 자녀의 눈높이에 맞는 사랑을 하는 그런 사랑 법을 깨닫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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