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리 물때 맞춰 바다고기 잡던 대나무 도구
상태바
가을 사리 물때 맞춰 바다고기 잡던 대나무 도구
  • 류재형
  • 승인 2017.11.02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 전통적인 고기잡이 도구 '사닥'

문갑도 문갑해변에 설치한 사닥 틀
 
 
1970년대까지 가을이 돌아오면 문갑도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이나 청년들은 사닥을 가지고 사리 때에 물때 맞추어 물이 들어오는 시간에 깊이까지 갯벌에 들어간다.
미리 갯굴(마을에서는 굴봉, 혹은 굴뽕이라 부른다)을 캐고 이를 망치로 부수어 바닷내음이 나게 한 다음, 사닥의 가운데에 놓고 물속에 넣어둔다. 10-15분 후 조용히 망을 들어올리면 그안에 망둥이, 돌게 등 물고기가 들어있다. 참 신기한 도구이다. 깨진 굴의 냄새를 맡고 고기가 몰려든다는 것이다. 이 도구의 이름이 사닥이다.
 
사닥은 제작하기가 간단하다. 비교적 굵고 탄력이 있는 3-4m정도의 대나무를 쪼개어 양쪽 끝에는 실을 감을 수 있도록 홈을 파 놓고 손에 찔리지 않도록 줄기를 다듬는다. 바닥으로 사용할 그물은 촘촘한 것을 선택하고 2-2.5m의 정사각 크기로 자른다. 가장자리에는 사닥틀을 들어올릴 때 팽팽해져 물고기가 달아나지 않도록 굵은 낚시줄로 꿰메어 놓는다. 이 때 엮는 바늘은 부서진 우산의 살대를 잘라 살대의 구멍에 낚시줄을 꿰고 그물을 엮는다. 준비해 논 대나무를 텐트 치듯이 구부려 그물의 네 모퉁이에 대고 그물과 매어 주면 끝난다.

 

통 대나무를 쪼갠다.

굴봉이 넣었을 때 적당한 탄력을 받을 만큼의 폭으로 쪼갠다.

대나무를 다듬는다.

못 쓰는 우산의 살대에서 그물을 엮을 바늘을 만든다.

구멍이 뚫어진 살을 분리해 낸다.

우산의 살대에서 구멍이 난 부분을 사용한다.

그물을 엮을 바늘과 낚시줄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장자리를 둘러 그물을 엮는다.

그물의 네 가장자리에 대나무를 연결한다.

그물이 팽팽해지도록 그물의 크기와 대나무의 길이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나무가 교체되는 부분에는 실을 감아 고정한다.

완성된 사닥

갯가에 나가 굴봉을 딴다.

굴을 까 보면 싱싱한 굴과 수액이 있다.

굴봉을 담아와 망치로 부수어 바닷물에 들어갔을 때 물고기가 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고기잡이를 할 때는 대개 2개의 틀을 만들어 가지고 들어간다.
사닥의 가운데는 굴봉을 주먹 10개의 분량으로 놓고 허리 정도 차는 곳까지 들어가 사닥 틀을 바닷물 속에 넣어놓고 고기가 들도록 10-15분 정도 기다린다. 그동안 근처에 또 한 개의 사닥을 설치한다. 조용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15분 정도 지나 살그머니 사닥을 들어 올리면 고기가 들어있다. 물고기를 건지고 또다시 물을 들어오는 방향으로 다른 곳에 설치한다. 굴봉의 수액이 다 나가면 새로운 굴봉으로 교체한다.
이렇게 두 개의 사닥을 번갈아 놓아 가며 많은 양의 물고기를 잡아왔다.
 
물고기들이 밀물 따라 들어오는 습성을 알고 이런 도구를 만들어 물고기를 잡았던 것이다.
특히 살이 오르는 가을이면 문갑도의 아이들은 너도나도 고기를 잡으며 즐거워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전통고기잡이 도구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당시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 사닥을 만들고 문갑도 김훈기 어촌계장이 직접 물에 들어가 시연을 해 보였다.

 
 
사리 즈음하여 들어오는 물때를 맞추어 바다로 나가 사닥틀을 놓는다.

사닥 틀을 놓을 때는 고기가 도망가지 않도록 조용히 한다.

사닥틀을 바다에 놓은 모습

10-15분 후 살그머니 사닥을 든다.

깨어 놓은 굴봉위로 망둥어가 잡힌 모습

 
이런 사닥 틀은 다른 곳에도 비슷한 형태들이 존재하지만 문갑도는 천혜의 해안에 물고기가 풍부했던 70년대 말까지 이런 고기잡이를 즐겼다.
지금은 인천 서해바다에 어획량이 줄어가고, 섬에서 살던 청년들은 육지로 빠져 나갔다. 사닥도 자연스럽게 없어졌던 것이다.
평균 연령 60세 이상의 고령자만이 문갑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필자는 마을 분들과 정담을 나눌 때마다 이야기 한다.
자녀들에게 철저하게 말해 두세요. 내가 죽더라도 문갑도의 땅은 팔지 말라고,,,
 
행위는 사라졌고 역사는 남고, 사람이 소중한 섬에서의 환경은 시간의 흐름이란 관점에서 과거와 현재는 존재하지만 앞으로의 기대감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논농사도 없고 고기잡이도 점차 약해지면서 삶의 기준은 현실에 대한 충실함만 남아있다. 고작 밭농사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문갑도 같은 작은 섬의 존재가치를 어디에서 찾아야할지도 불분명하다.
마을 스스로 새로움에 기대를 걸만한 자생의 능력이 점점 줄어들면서 자녀 또한 육지의 삶에 기대어 섬은 가끔 1회성의 나들이로 여겨진다.
자연환경은 잘 보존되어 있지만 불확실한 명분을 내세운 건설이나 개발의 지배구조로 이것 마져도 언제 황폐해질지 모른다.

인천에 있는 44개의 유인도만이라도 가치에 대한 계량이나 섬 생활의 정주 개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섬의 가치재창조는 당연히 살고 있는 사람이 우선되어야한다.
그래서 이런 사닥 틀을 통한 고기잡이 방식의 작은 역사는 소중하며 삶의 근간을 이루는 저 밑의 사람의 인성에 그 바탕을 둔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탄생하면서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장 보들리야르의 말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