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엄마를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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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엄마를 춤추게 한다.
  • 장현정
  • 승인 2017.12.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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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 상담팀장
 

동네 엄마들과 함께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오랜 영어 울렁증에 고등학교 이후 영어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었는데 최근에 마음이 변했다. 아이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게 들려주고 싶었고, 외국에 짧은 여행을 나갈 때 두려움 없이 영어로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홈스쿨링을 받거나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좋고 확실한 방법은 나도 아들도 함께 영어를 경험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엄마의 배움이 크건 작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며 달라진 것은 많다. 부엌에 잘 가지도 않던 내가, 라면도 잘 못 끓이던 내가, 아이를 먹이기 위해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드는 것도 엄청난 변화였다. 매주 꼬박꼬박 장을 보며 야채와 과일을 사고, 고기를 냉장고에 쟁여놓기 시작한 것도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였다. 각종 양념들을 사고 주말마다 별미를 만들어 먹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아이와 함께 책을 보기 시작하며 그림책에 폭 빠지게 되어 앤서니브라운과 최숙희 등 유명 작가들의 그림책을 모으게 되었다. 아들 덕분에 그림책이 아이들만의 책이 아니라 어른들의 책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경과 건강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플라스틱 제품을 살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비닐 봉지를 사용할 때 두 번 더 생각했다. 식자재와 생필품을 살 때 가급적 생협을 이용하고 제품 표기를 꼼꼼하게 살피게 되었다. 아이들이 살아갈 우리 나라에 대한 관심으로 정치나 정책에 대한 기사도 자주 읽어보게 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들은, 이러한 움직임의 시작은 아들이었다. 어느새 그 과정에서의 즐거움은 내 몫이 되었다. 평소부터 하고 싶었던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관심들을 ‘아들’이 끌어내 주었고 ‘동기’가 되어 주었다. 영어로 더듬더듬 이야기 나누며 엄마들과 관계 맺는 영어모임은 삶의 활력소가 되었고 요리를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여 만들어 낼 때 뿌듯함을 느꼈다. 그림책 읽는 저녁시간은 나와 아들에게 가장 흥미진진하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전, 평생 한 번도 한적 없었던 다이어트를 시도해서 15키로를 감량한 지인도 있다. 그녀는 최근 예쁜 옷을 마음껏 입고 다니며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나도 다이어트를 계속 시도하고 있으나 이 분야에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역시 엄마는 완벽 하지도 않고 완벽할 수 없다. 엄마라는 이유로 모든 것들을 해내거나 해낼 동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녀가 참으로 부러웠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다른 것들로 엄마됨을 즐기기로 했다.
 
내 자신이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 그리하여 결국 ‘나’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깨닫는 것은 무엇보다도 큰 보상이 되었다. 아이는 나를 춤추게 하고 나를 움직이게 했다. 오늘 내가 출근을 하여 일을 하는 것도 너와 내가 모두 행복하기 위함이리라. 나를 기다리며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낼 아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하루를 즐겁고 충실하게 보낼 것이다.
 

 


사진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81&aid=000269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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