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는 미테랑 프로젝트가 있는데, 왜 인천에는 박남춘 프로젝트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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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는 미테랑 프로젝트가 있는데, 왜 인천에는 박남춘 프로젝트가 없는가?
  • 김천권
  • 승인 2018.09.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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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김천권 / 인하대 교수·인천학회 공동대표




프랑스 파리하면 먼저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바로 떠오른다. 그런데 파리가 그냥 문화예술의 중심도시가 된 것이 아니라, 여기에는 1980년대부터 진행된 미 테랑 프로젝트(Grand Projects)가 있었다. 파리를 세계 최고의 문화예술도시로 만 들기 위하여 당시 대통령이었던 미테랑(1981-1995)은 전임 대통령이었던 조루즈 퐁피드(1969-1974)와 지스카르 데스뎅(1974-1981)에 이어 문화예술의 중심지 파리를 만들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를 계획하였다. 퐁피드 대통령은 파리를 현대 미술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하여 퐁피드센터의 건설을 추진하였으며, 후임 데스텡 대통령은 방치된 채 남아있던 오르세 역사를 인상파 이후의 작품을 전시하는 오르 세 미술관으로 개조하였다. 뒤를 이어 취임한 미테랑 대통령은 루브르박물관의 현 대화 사업, 프랑스 국립도서관 건립, 라데팡스 개선문 건립 등을 통해 명실 공히 파 리를 세계 최고의 문화예술도시로 만들기 위한 미테랑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것이 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파리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뮤즘(박물관/미술관)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했다는 것이다. 파리의 대표적 뮤즘으로는 앞에서 언급한 루브르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퐁 피드 센터를 들 수 있다. 이 세 뮤즘은 시대적으로 연결되는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 의 역사와 당대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루브르박물관에는 인상파 이전 시대-고대와 중세 및 사실주의 시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오르세 미술관에는 인상파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퐁피트 센터는 현대미술관 기능을 수행하며 프랑스의 미래와 상상력,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건축물들이 파리 도심에 자리잡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파리를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고 있다.

그럼 이제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자. 한국의 대표적인 박물관인 중앙박물관, 한국사회의 미래와 창의력을 보여주는 현대미술관, 한국 문화예술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이 모두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가? 중앙박물관은 용산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모퉁이 공원에 자리 잡고 있고, 현대미술관은 마치 비밀 군사시설인양 과천 청계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은 강남 우면산 밑에 자리 잡고 있다.
도대체 왜 우리나라의 문화시설들은 하나 같이 이상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가? 대답은 지도자들이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문화예술인들과 전문가 들도 자신들의 활동을 위한 시설만 있으면 됐지 어디에 건립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문화예술관련 공무원들은 구색 맞추기에 바빠서 문화예술활동은 아 무 곳에나 공간만 주어지면 된다는 생각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지 금도 대다수의 리더들과 공무원, 그리고 예술인과 시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을 좀 바꾸어 중앙박물관이 광화문 거리에 있고, 현대미술관이 명동 중심에 있으며, 예술의 전당이 강남 사거리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광화문 주변에 화랑과 갤러리가 들어서고, 명동이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주목받으며, 강남 사거리는 소통의 공간ㆍ만남의 공간ㆍ표현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러면 아마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금보다 한층 품격 높은 도시로 외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매력적인 도시로 각광을 받을 것이다.

이제 인천의 실상을 돌아보기로 하자. 인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공간으로 종합문화예술회관을 들 수 있다. 다행히도 종합문화예술회관이 인천의 중심지인 구월동에 자리 잡고 있어 다운타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래서 주변 로데오거리가 젊은이들로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으며, 맞은 편 밴댕이 골목과 카페촌에 인천의 문화 예술인들과 지식인들이 모이는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그럼 다른 문화예술시설을 돌아보도록 하자. 최근에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인천아트센터가 조성되었다. 물론 아트센터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나은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문제는 이 아트센터가 시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고 주변에 연관된 문화예술활동(갤러리, 스튜디오, 카페, 레스 토랑 등)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장소에 들어섰는가 하는 것이다. 송도 워터프론트 호수 앞에 세워진 인천 아트센터가 진정 인천시민의 문화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건립된 것인지 아니면 주변에 들어설 아파트단지 주민을 위해 조성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글로벌도시에 걸맞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세울 목적이었다면 시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공간, 만남과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는 송도경제자유구역 중심지에 건립하는 것이 보다 나은 방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트센터는 건립한다고 했으니 어딘가는 세워야겠고, 남아있는 땅을 찾아보니 마땅한 곳이 없어 워터프론트 호수 일부를 매립하여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모방하여 수변공간에 건립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수변공간에 위치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어 시드니가 세계적인 미항으로 평가받는데 일조하고 있지만, 호수에 인접한 인천 아트센터는 접근성도 불량하고 연관된 활동을 위한 파급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우며, 주변에 음악대학이 없어 인천의 새로운 신인 육성과 배양을 위한 공간으로도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 자리 잡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기능을 생각해보자. 서울 중심부에 입지하여 접근성이 편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만남의 광장, 소통의 광장, 여기서 더 나아가 광화문 집회와 연계된 표현 의 광장으로 서울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인천아트센터가 송도 경제자유구역 중심지에 자리를 잡았으면 중심부 랜드마크로 작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과 소통의 공간으로 작용하여 문화 관련 활동들이 인접 입지하고 주변지역 비즈니스 활성화에 일조하는 매력적인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인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공간으로 인천 시립박물관을 들 수 있다. 아마 문화예술에 웬만한 관심이 있지 않으면 인천에 시립박물관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정말 접근성이 불량한 연수구 청량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무슨 비밀기지인양 산 밑에 자리 잡고 있어, “여기 있어도 시민 들이 찾아 올래” 하고 숨바꼭질하고 있는 것 같다. 인천시가 최근 발표한 바에 의하 면, 시립박물관과 부대시설들을 미추홀구(옛 남구) 동양화학 이전 부지로 이전하여 ‘뮤지엄(museum) 파크’를 조성한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용현·학익 1블럭 도시개 발사업 사회공헌(기부채납) 부지 내에 시립미술관 신축과 시립박물관의 이전을 추 진하는 것이 핵심 사업내용이다. 그리고 인천시 관계자들과 문화예술인들은 이 사업에 대해 찬양 일변도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정말 어이없는 시츄에이션이 연출되고 있다. 왜 이렇게 이 사업에 대해 비판하는지 그 논거를 제시해 보기로 한다. 인천시 문화예술인들이 이 사업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그동안 소외되었던 시립미술관과 박물관 사업이 이제 부지가 확보되어 제 궤도를 찾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부지만 확보되면 장소가 어디든 간에 상관없이 미술관ㆍ박물관 이 들어서면 된다는 사고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그만큼 인천에서 문화예술활동이 소외되어 왔고 관심 밖의 사안이었기 때문에 뮤지엄 파크가 만들어진다는 것만으로 도 웬 떡이냐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뮤지엄 파크가 들어설 지역이 정말 인천 시립미술관ㆍ박물관 자리로 적절한 입지인가 의심이 든다.

얼마 전에 필자는 뮤지엄 파크 사업과 관련하여 ‘갈팡질팡하는 인천시 문화정책’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때 비판한 내용을 복기해 보도록 하자. 인천시민으로서 뮤지엄 파크를 조성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천억이 들어가는 사업이 너무 졸속으로 추진되고, 그것이 가져올 결과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선진국에 한번 가보시라. 시립박물관과 미술관이 어디에 입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문화예술공간이 시민들과 주변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도시 활성화와 매력요인으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시라! 인천 박물관•미술관처럼 산자락에 있거나 아파트에 둘러싸인 지역에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는지를 살펴보시란 것이다.

미국 워싱턴 DC가 백악관이 있어서 명품도시가 아니라, 중심부에 내셔날몰 (National Mall)이라는 공원이 있고, 그 주변에 스미소니언 뮤지엄(자연사박물관),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전쟁기념관 등이 자리 잡고 있어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Yerevan)에 가면, 도시 중심부에 국립박물관이 자리잡고 있어 시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 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이 바로 메트로폴리탄 뮤즘(Metropolitan Museum)과 인근에 있는 구겐하임미술관이며, 또한 맨하 턴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에는 하루 종일 관람객으로 성황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박물관들이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지 잘 보시라! 인천에는 현재 시립박물관이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데, 새로 뮤지엄 파크를 조성하면 이번에는 아파트로 둘러싸인 지역에 섬처럼 고립된 유배지역이 될 것이다.

이러고 인천이 문화예술도시, 매력적인 도시, 사랑받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는가 말이다. 그럼 공공미술관과 박물관을 건립할 대체부지가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자. 우선 떠오르는 곳으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북쪽의 중앙공원과 남쪽의 어린이 교통공원 부지를 들 수 있다. 이곳에 시립미술관과 박물관을 배치하면 인천의 중심부가 지금 보다 훨씬 매력적인 공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또 다른 대체부지로는 주안에 옛 시민회관 쉼터공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록 부지가 협소하기는 하지만, 옆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남인천지사를 수용하면 그런대로 적절한 공간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이곳은 옛 시민회관이 있던 자리로 역사성을 계승한다는 의미도 있고, 현재 주변상권이 침체상태에 있는데 시립미술관/박물관이 들어서면 관계된 활동인 갤러리, 창작 공간, 북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서 문화클러스터를 형성하여 지역 활성화에도 일조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인천시를 이끄는 리더의 의지와 능력, 그리고 비전과 통찰력에 달려있다. 파리에는 미테랑 프로젝트가 있어서 파리를 문화예술의 중심지라는 매력적인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왜 인천에는 박남춘 프로젝트를 기대할 수 없는가? 왜 인천을 이끄는 시장들은 이런 생각과 비전이 없는가? 시장 임기 중에 많은 일을 하려고 하지 말고, 오랫동안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사업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추진하기를 요구한다. 시립미술관/박물관은 한 번 건립하면 이전하거나 재건립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사업이다. 그리고 21세기는 문화예술의 시대로서 공공미술관/박물관이 도시의 얼굴이며 상징과 이미지로 작용할 것이다. 인천시민들이 인천을 사랑하고 인천에 사는 것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시립미술관/박물관이 제 위치에서 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미국 도시학자인 에드워드 글라이저(Edward Glaeser)는 ‘도시의 승리'라는 책에서 “즐거운 도시가 승리한다.”고 말하고 있다. 인천이 진정 즐거운 도시가 되기 위해서 인천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잘 고민해야 할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인천시는 졸속으로 추진중인 뮤지엄파크 정책을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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