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꽃 피우는 공론화, 갈등해결의 또 다른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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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꽃 피우는 공론화, 갈등해결의 또 다른 방식
  • 김미경
  • 승인 2018.11.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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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김미경 / 한국갈등조정가협의회 공공갈등분과 회장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산적한 갈등해결을 위해 공론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 찬성과 반대를 위한 공론화 방식 이후 사회 갈등해결 기제로 공론화는 크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사안에 따라 공론화의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그동안 갈등관리의 과정에서 민주적이며 숙의적인 의견수렴 방식으로 포커스 그룹, 시민배심원제, 합의회의, 시나리오 워크샵, 공론조사 등을 활용해 왔다. 공론조사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과학적 여론조사 방식과 시민들의 충분한 정보에 의한 합리적인 토론과정이 결합되어 숙의민주주의 절차로 인정되었고, 1990년대 초 스텐퍼드 대학의 피시킨 교수에 의해 개발된 이후 전 세계 정책결정에 영향을 주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달 19일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는 국무조정실과 함께 2018 갈등관리 현안 워크숍을 서울에서 진행하였다. 이 워크숍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공론화 방식과 과제’라는 주제로 최근 현안들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발표가 이뤄진 주제를 살펴보면 ‘서울시교육청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 현황 및 시사점’, ‘제주 녹지국제영리병원의 숙의형 공론조사에 대한 평가와 제언’, ‘대전 월평공원 공론화의 주요 이슈’ 등이었다. 현재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거나 이미 공론조사 결과를 권고안으로 제출한 사례, 아직 진행 중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를 통해 공론화의 다양한 접근 방식을 고민하고자 하였다.
 
먼저 편안한 교복과 관련한 공론화의 경우, 지난 9월 11일 기준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800여건의 교복개선을 위한 사회적 요구가 있었으며, 아울러 ‘불편한 교복’에서 ‘편안한 교복’ 개선에 따른 학생의 건강권, 인권, 학교생활 편의요구, 학생인권조례에 의한 ‘학생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보장에 대한 계속적 요구’로, 공론과정을 통해 교복의 가치관과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자하였다.
 
이를 위해 학교구성원과 일반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생참여단과 시민참여단 각각의 토론회 등을 거쳐 충분한 숙의과정의 결과로써, 학교공론화 절차 매뉴얼, 교복과 관련한 학교규칙제·개정 및 교복구매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을 정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주말 토론회가 진행되었고 다음 달이면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어 내년에는 학교별로 토론회, 공청회 등의 생활규정 개정을 위한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편안하고 활동적이지 못한 교복, 너무 비싼 가격 등,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복으로 인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일반시민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껴 왔다. 사실은 이러함에도 학교에서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은 교복을 둘러싼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을 포함하여 학교, 교육청, 교복업체 등의 다양한 이해당사자까지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과정의 복잡함’이 있기 때문이다.
‘편안한 교복’이라는 주제를 통해 신체적, 시대적, 문화적 변화에 따른 교복의 모습을 새롭게 규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숙의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자신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교복 공론화 참여는 이례적이라 볼 수 있다. 공론화 현장이 학생들에게는 민주주의의 실험장이며 교육현장이 될 수도 있다.

 
<학교 강당에서 진행된 교복공동구매>


제주 국제영리병원 공론화의 과정은 지난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외국영리병원 허용 정책결정에 따라 병원건물 완공, 의료인력 채용 상태가 끝나고, 도지사의 허가만을 남겨둔 마지막 단계에서 진행되었다. 외국자본에 의한 영리병원을 반대해오던 1,068명의 제주도민의 서명 제출에 의해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다.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 조례 제정 2017.11.15)
 
‘행정절차의 마지막 단계만을 남겨둔 사안을 공론화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갈등관리를 다루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동안 행정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중립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절차적인 정당성에 대한 검증 없이 마지막 단계에 까지 이르게 된것인가? 정책을 입안하고 진행했던 정치권과 행정관료들은 본인들의 행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공론화의 과정으로 회피’하려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심의 눈으로 공론화를 지켜보기도 했다.
 
외국자본에 의한 영리병원은 ‘의료의 질을 높이고 환자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으며, 제주지역의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라는 찬성의 이유와 ‘의료비가 폭등하고, 공공의료체계 붕괴, 의료행위로 인한 수익구조 배당을 통해 의료의 질은 점점 떨어질 것으로 외국의 사례를 들어 반대이유를 설파하였다. 외국자본과 영리병원, 두가지 요소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실행하고 있지 않다. 찬성측과 반대측은 각각의 장단점을 논하였고 당위성으로 참여단 도민들을 이해시켰다.
 
필자는 제주특별자치도 공론조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위와 같은 질문을 주변에서 받으며 주의 깊에 지켜보고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위원의 역할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몇 차례의 설문조사와 숙의가 진행된 절차적 과정은 노력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설문조사 발표를 두고 바로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반대 측의 요구로 늦은 밤까지 실랑이가 벌어지고 찬성·반대의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질문결과만 확인하고 권고안 발표까지 함구하기로 하고 마지막 갈등관문을 넘었다.
권고안은 영리병원을 불허하며, 보완조치로 비영리병원 및 복지시설 전환 등, 소송으로 인한 제주도민 피해 방지책, 녹지병원에 이미 채용된 도민의 일자리 정책 배려 등이었다.

마지막으로 대전의 월평공원 공론화 과정이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둘러싼 갈등으로 ‘1999년 헌법제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상 공원으로 지정된 부지가 일정기간 공원으로 개발되지 않을 경우 공원지정 효력을 자동으로 해제하는 제도로, 일몰제 시한은 2020년 7월 1일, 이를 넘기면 부지의 용도변경이 불가피하여 도시공원이 자동 해제된다.’
 
이에 따라 사유재산권 침해를 해결하기 위해 시한을 두고 지자체가 토지를 매입해서 실행해야 하나 지자체의 재정부족으로 사업진행이 어려운 상태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특례사업을 통해 도시공원 확보와 개발을 추진하려는 과정에서 주민 찬·반을 숙의과정으로 풀어내려고 하나 현재 교착 상태에 있다.
 
바야흐로 공론화가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나 공론화가 만능은 아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행정절차가 진행될수록 사회적 비용과 행정비용 등 이해당사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도 높아진다.
 
공론화가 성공하기 위해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이 있다.
참여하는 시민들이 대표성이 있는지, 충분한 학습과 토론의 숙의과정이 있었는지. 공론절차와 설계는 공정하게 설계되고 운영되었는지, 결과에 대해 수용가능한지 등등이다. 이번 제주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공정(80.3%)하고, 결과 존중(76.7%) 한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공론화 과정을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실험과 민주사회를 위한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해 보면 공론화를 두고 일어나는 논란에서 조금은 편안해 질수 있다. 낮은 단계부터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은 적은 비용으로 정책을 극대화 시키는 효력이 생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반복과 차이 속에서 우리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사회로 이끌어 간다.
 


 
김미경
한국갈등조정가협의회 공공갈등분과 회장
제주특별자치도 영리병원 공론화위원회위원
전 부평구청 공공갈등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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