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예방을 위한 단계별 사전이행절차의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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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예방을 위한 단계별 사전이행절차의 강화
  • 김미경
  • 승인 2019.03.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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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김미경 / 한국갈등조정가협의회 공공갈등분과 회장



 
공공사업을 추진하면서 절차를 통해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일어난다. 당사자인 주민들은 사업진행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의견청취가 충분하지 않고, 문제제기를 해도 절차에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된다고 한다. 담당자인 공무원들은 여러 차례에 거처 설명회, 공청회 등 법적인 절차를 모두 마쳤으며 당시 참여자들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들을 내놓으며 억울해 한다. 행정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절차진행에 대한 정보와 참여뿐만 아니라 이해당사자의 욕구가 첨예할 때도 갈등은 계속된다.
 
근래에는 현장 공무원들의 의식도 높아져 자신이 담당하는 사업이 법적으로 설명회가 필요 없어도 때에 따라 설명회를 자발적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시대가 바뀌어서 주민들에게 알리고 가야한다는 생각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갈등상황에 대한 불신이나 오해를 선제적으로 지혜롭게 해결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때때로 이러한 행정현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어디부터 무엇이 잘 못된 것인가?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는 것은 왜일까?
 
현장에서 갈등분석을 하다보면 갈등이 일어나는 구조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다거나 종교성을 띄거나 이념적일 때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절차의 정당성이나 투명성, 공정성 등을 제기하는 갈등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 전자의 경우 시간과 노력을 더 기울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결국 모든 갈등해결의 종착지가 법원 이듯 종국에는 법적인 절차로 끝을 맺는다. 이 경우 법적으로 갈등을 종결하여 보이는 갈등은 해소 됐으나 사회심리적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어 다른 갈등요인이 개입되면 다시 한번 표면화 된다.
 
후자의 경우 당사자들이 문제 제기하는 정당성, 투명성, 공정성 등을 기존의 행정절차에 반영하여 재구성하면 갈등을 줄이거나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자면 기존의 행정절차에서 갈등의 빌미를 제공했던 요소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민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일사천리로 추진했으며, 알리지도 않고, 형식적으로 의견수렴을 해놓고 반영도 안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바꾸어 설명해 보면 ‘좀 더 이른 단계에, 많은 정보를, 많은 주민에게, 여러 번 알려 달라는 메시지’ 이기도하다.
 
이 과정은 사업에 대한 높은 주민수용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정이며, 갈등유발 요인을 조기에 파악하고 드러내며, 발굴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민-관이 함께 진정성을 갖고 초기부터 결합하여 지혜롭게 해결하려는 과정이다. 공정단계에 따라 사전이행절차를 좀 더 조밀하게 재구성하면 기존의 행정절차에서 갈등요소로 작용했던 것들이 많이 해소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업부서에서는 갈등요소보다는 사업진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 통과의례 중심의 행정절차를 해오다 갈등에 직면한다.

그것은 사업절차의 구조가 현재적 상황을 반영하기 어렵기도 하고, 행정의 소극적 대응, 소통지원체계의 부재, 효과적인 주민설명회 실시 지침이 없는데서 더욱 불신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공공갈등을 포함한 사회변화에 따른 불통 구조에 대해 감수성을 갖고 지켜 볼 수 있는 공공조직과 이를 투명하고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기왕에 갈등담당조직이 있다면 전문적인 접근을 통해 이를 체계적으로 운용해 나간다면 행정서비스가 향상 될 것이며, 지속가능한 행정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절차만 있던 행정에 ‘소통의 숨’을 불어 넣는 과정이다.
 
최근에는 기존에 실시하고 있는 지자체 이외에 부산광역시, 경기도, 고양, 광명, 용인 등 전문성을 갖춘 공공갈등조정관 제도가 확산되어 실시되고 있다. 인천시의 공론화위원회를 비롯하여 갈등을 건강하게 다루려는 행정조직 차원의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이제는 절차에 있어서도 공정단계에 따른 사전이행절차의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갈등을 예방하거나, 갈등완화의 기회를 얻고,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 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2월 갈등학회에서 발표된 ‘사전이행절차를 위한 공정단계별 갈등예방 표준 업무 매뉴얼 개발’은 시사점이 크다. 매뉴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는 것은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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