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는 것이 아까운'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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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는 것이 아까운' 어린이
  • 장현정
  • 승인 2019.05.22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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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여섯살 돌돌이의 이야기 -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장
 

여섯 살의 돌돌이는 친구를 좋아한다.
돌돌이는 단짝 친구가 한명 있는데 코드가 잘 통하는 남자친구이다.
돌돌이는 그 친구와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좀 더 놀아야 하니 천천히 데리러 오라고 한다.
 
여섯 살의 돌돌이는 자신이 남자임을 알고 남자를 좋아한다.
모든 캐릭터와 사물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구분한다.
주방놀이와 소꿉놀이를 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남자친구들과 모여 놀이를 한다.
이젠 여자친구들과 좋아하는 놀잇감이 다르다.
파란색과 초록색을 좋아하고 핑크색은 싫어한다고 말한다.
로봇을 좋아하고 ‘아이언맨’, ‘범블비’를 좋아한다.
반복해서 싸우는 놀이를 한다.
 
여섯 살의 돌돌이는 서열에 민감하다.
나이가 많으면 꼭 ‘형’이라고 부르고 까불지 않는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까불면 안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야’라고 말하는 3,4,5세들에 대해 분개한다.
동생들보다는 형들과 어울리고 싶어한다.
 
여섯 살의 돌돌이는 싸우는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악당편과 내편으로 구분하여 편을 갈라 싸움(대결)을 한다.
칼싸움, 총싸움, 로봇싸움, 토끼인형싸움... 모든 캐릭터 들이 계속 싸운다.
싸움은 경쟁을 통해 승패를 명확하기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여섯 살의 돌돌이는 끊임없이 비교하고 시합한다.
일상이 시합이 되었다. 누가 양치 먼저하나! 누가 옷 먼저입나! 누가 신발 먼저 신나!
누가 더 크나, 누가 나이가 더 많나, 누가 더 빠른가를 늘 비교한다.
시합을 하면 아이가 놀랄 정도로 속도가 빨라진다.
가위바위보, 묵찌빠, 보드게임처럼 규칙이 있는 게임의 룰을 이해한다.
끝말잇기, 스무고개 같은 언어를 통한 게임이나 유희도 즐긴다.
 
하지만, 여섯 살의 돌돌이는 아직 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
승패에 민감하고 매번 이기려고 한다.
자신이 질 것 같은 상황이 오면 울어버린다.
특히, 엄마아빠랑 경쟁을 할 때는 꼭 이겨야 한다.
엄마아빠는 아슬아슬하게 져주는 스킬을 익혀야 한다.
(사실, 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어른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척 하는 기술이 잘 발달되어 있다. 돌돌이는 기술 개발 이전이라 지나치게 솔직할 뿐이다.)
 
여섯 살의 돌돌이는 손에 힘이 많이 생겼다.
이제 그림 그리는 즐거움에 흠뻑 빠지기 시작했다.
이제 제법 원하는 바를 그려낼 줄 알게 되었다.
매일매일 종이가 쌓여간다. 언제 어디나 종이를 갖고 다닌다.
 
여섯 살의 돌돌이는 똑똑해 졌다.
한글을 읽고 싶어서 끊임없이 간판을 읽고 글씨를 쓰려고 한다.
100까지의 숫자를 읽고 그 이상도 읽으며 더하기 빼기도 어렴 풋 이해한다.
하지만, 아직 숫자 2와 5가 헷갈리고 ‘기역’과 ‘리을’은 반대방향으로 쓰기도 한다.
(현재 발달에서는 일반적인 특성이다. 8세 전후 방향이 명확해진다.)
 
여섯 살의 돌돌이는 체력이 엄청나다.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성산일출봉 정상까지 가뿐하게 올라갔다.
주말에는 두 시간씩 공원에 나가 축구를 한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며 어딘가에 매달려 있거나 달리고 있거나 뭔가를 만져서 망가뜨리고 있다.
(놀라운 것은, 돌돌이가 어려서부터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성이 많은 아이였다는 것이다.)
 
여섯 살의 돌돌이는 자기표현이 분명하다.
자신의 논리를 상대방에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왜냐하면’이라고 말을 덧붙여 이유를 설명한다.
엄마아빠의 설득에도 잘 넘어가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때문에 때로는 꽤 떼를 쓰고 저항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돌이는 굉장히 순응적인 편이다.)
  

돌돌이는 키도 크고 발도 훌쩍 컸다. 얼굴이 홀쭉해지며 어린이의 얼굴이 되었다. 울음이 많고 걷다가 자주 안겨있으려던 아이였는데 많이 달라졌다. 한해 한해가, 한달 한달이, 하루 하루가 달라지는 돌돌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신기하고도 즐겁다. ‘크는 것이 아깝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여섯 살인 너를 이해하며, 너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그렇게 지내고 싶다. 그것이 지금 가장 큰 행복이다.

 
  
             * 주말을 맞이해서 뛰어노는 돌돌이(좌), 엄마아빠에게 선물한 아메리카노와 라떼커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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