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넷 선율로 나눔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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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넷 선율로 나눔 실천
  • 김도연
  • 승인 2009.12.2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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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사람 된이웃> 보육원 아이들의 '음악 스승' 원신희씨
매주 신명보육원 원생들을 대상으로 클라리넷을 가르치고 있는 원신희씨

 두 달 동안 정이 새록새록

 매주 목요일 오후 5시만 되면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동아리 모임 공간 '놀이터'에서는 익숙하진 않지만 듣기 좋은 악기 소리가 들린다. 바로 옆에 위치한 신명보육원 아이들의 클라리넷 연주 소리다.
 
 이곳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마다 클라리넷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부터다. 아이들의 '음악 스승'인 주부 강사 원신희(41)씨가 클라리넷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이 즈음이다.
 
 "몸담고 있던 구립 오케스트라 지휘자님이 두 달만 고생해 달라고 해서 시작했어요."
 
 대부분의 음악 전공자가 그러하듯 원씨는 계양구 구립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연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교 방과후 활동 지도교사로 어린 학생들의 음악지도와 개인 레슨도 하며 주부와 음악 교사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두 달만 하기로 한 일인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그만둘 수가 없더라고요."
 
 두 달이라는 시한부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지만, 음악 교육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어서 보육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놓을 수 없더란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개인 레슨을 해 봤지만 그때와는 다른 정이 생긴 때문이다.

 기본기 탄탄하게 가르치고 싶어

 "솔직히 처음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느 초등학생이랑 다를 게 없다고 느끼게 됐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그날 있었던 일을 제게 수다를 떨 정도로 친해졌지요."
 
 여느 아이들처럼 수다도 떨고 장난도 치는 아이들의 맑고 밝은 모습에서 원씨의 부담감은 눈 녹듯 녹아내린다.
 
 그렇게 서먹했던 아이들과 친해지고 나니 두 달이라는 기간에 아이들에게 클라리넷의 기본을 가르친다는 것이 그는 마음에 차지 않았다.
 
 "제대로 배우려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막 재미를 붙여가는 아이들을 저버릴 수 없었어요."
 
 아이들의 음악 실력이 아직 어설픈 상태에서 그만두면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본기를 완전히 익힐 때까지는 가르치겠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가르치는 것을 이어오고 있다.

  "아이들이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호흡도 좋아지고, 음색도 좋아지고. 그래서 한 2년 정도 길게 가려고 해요."
 
 두 달이란 교육기간이 일곱 달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어느새 2년여로 늘어난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욕심이 생겼어요."

 원씨의 욕심은 아이들이 음악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훗날 어른이 되고, 엄마 아빠가 돼서 다시 클라리넷을 잡았을 때 어려움 없이 연주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도움을 주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게으름이 없다.

 능력을 함께 나누는 시간

 "제가 여유가 있어서 기부를 많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봉사단체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어서 제가 갖고 있는 능력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남들처럼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몸으로 봉사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능력을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으로 보람을 찾고 있다.
 
 "개인 레슨을 하면 돈도 벌고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지만, 배우고 싶어도 배울 기회가 없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아요."
 
 올 들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교육에 신경을 쓰기 위해 그동안 해 오던 개인 레슨을 거의 접은 그에게 신명보육원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좋은 경험을 넘어 함께하는 나눔이다.
 
 "언제까지고 계속 아이들과 함께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아이들이 나중에 제 나이 정도 돼서 다시 클라리넷을 잡았을 때 지금 함께 배우고 익히는 시간이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바람 때문에 원신희 씨에게 매주 목요일 서구 경서동에서 부평구 십정동까지 20km 남짓한 거리를 달리는 차 안에서의 40여 분은 즐거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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