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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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
  • 김도연
  • 승인 2010.02.02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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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구심점 절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시민단체'를 검색하면 백과사전의 설명으로 "대부분은 봉사나 구호활동을 펼치는 비정부기구(NGO)이고 3천여 곳은 시민의 권익을 대변하거나 정치 정책을 주장하는 정치적 성향의 NGO로 분류된다. 이들은 경제, 노동, 인권, 환경, 교육, 소비자, 여성, 평화 등 다양한 사회 영역에 걸쳐 활동하고 있으며, 영향력과 신뢰의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돼 있다.

쉽게 말해 시민들의 권익을 위해 시민 스스로 참여하고 활동하는 단체다. 따라서 이들 시민단체는 공공의 영역에 그 목적을 두고 활동한다.

인천지역에도 이러한 공공의 이익을 목표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많다. 인천시민사회운동 20년사(명문미디어아트팩)에 따르면 인천에서 활동한 단체들이 꽤 많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2007년 말까지 창립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을 한 번 살펴보자.
 
목요회, 참교육학부모회인천지부, 경실련 인천지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인천분회, 인천생협, 푸른생협, 인천녹색연합, 건강한노동세상, 가톨릭환경연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인천지부, 우리밀살리기운동인천본부, 인천여성의전화, (사)해반문화사랑회, 서해광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인천지회, 인천환경운동연합, 통일민주협의회, 부평시민모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남동시민모임, 연수시민모임, 인천사랑여성모임,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 터진개문화마당황금가지, 가톨릭청년연대, 지역사회정의실천시민모임, 인천평화의료생협, 민족화해통일을위한인천지역종교인협의회, 강화도시민연대, 인천문화정책연구소, 참좋은생협, 인천문화를열어가는시민모임,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연수구시민단체연대회의, (사)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인천여성민우회, 굴포천살리기시민모임, 참의료실천단, 마을사람들, 통일아침, 인천여성회,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민족문제연구소인천지부, 생명평화기독연대, 인천겨레하나,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인천지역본부, 공존사회를모색하는지식인연대회의,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인천사람연대, 인천녹색회, 인천소비자단체협의회, 인천고용복지단체연대회의 등이 있다.

현재 활동을 중단한 일부 단체들을 제외하고라도 중앙단위 시민단체의 지역본부 및 지부 등을 합치면 그 수는 50곳을 훌쩍 넘긴다.
 
정치적 연대로 하나된 모습을 보인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회원들이 계양산 골프장 건설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시민연대 

이들 단체는 시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을 띠고 있어 각각의 목적의식이 조금씩 다르고 이념적으로도 세분화해 있는 게 사실이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활동하는 것은 같아도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는 서로 조금씩 이견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공공의 이익이라는 점에서 서로 일치하는 점이 있어 지역의 현안이나 정치적인 문제에서는 같은 목적의식을 갖고 접근한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시민사회단체 영역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굵직한 현안이나 정치적 문제에서는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 활동가들에 따르면 인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본격적인 정치적 연대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내고 하나로 행동한 것은 1995년 6월 치러진 제1회전국동시지방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이전의 금권선거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시점이었다.
 
그래서 인천지역 시민사회영역은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유권자 중심의 정책대결과 소신 있는 공약 유도에 초점을 맞춰, 인물보다는 지역의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 대안을 갖고 정책을 제시하고 다양한 이해를 대변할 후보자 발굴에 역점을 두었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상근자는 "이 시기에는 지역의 모든 시민사회영역이 지방자치 원년이라는 기대 하에 각 후보별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열정과 기대를 갖고 선거에 임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아마도 지역의 시민사회영역이 주장과 노선을 넘어 정치적 연대를 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결과로 민주대연합 후보 중 상당수가 시의회와 기초의회 등으로 진출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지역의 시민사회영역에서는 당시 결과를 놓고 '성공적인 연대 활동'이었다고 자평한다.
 
같은 곳을 보며 다른 목소리를 내다

인천연대 회원들이 계양산 골프장 저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연대 

1991년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연대가 형성됐으나 이듬해인 1992년 총선에서는 다시 대립구도를 보여 본격적인 정치적 연대는 1995년 지방선거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1995년 선거 이후 지역의 시민사회영역은 1996년 안기부법과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다시 한 목소리를 냈지만 이후에는 뚜렷할 만한 연대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당시 운동 진영에서는 연대체계를 상설적으로 가져가자는 그룹과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것에서 오는 이견으로 반대하는 그룹으로 양분되는 성격이었다.
 
서로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에서 차이를 보이던 시민사회영역은 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향해 낙천낙선운동이 전개된 지난 2000년 총선 때도 큰 틀에서는 같은 지향점을 갖고 행동했다. 하지만 결과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양자 구도로 이분됐다. 낙천낙선 대상 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원칙과 기준에서 갈등을 빚으며 다른 모습을 보여 정치적 연대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이후 인천지역 시민사회영역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시민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됐다.
 
그렇긴 하지만 인천지역 시민사회영역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속에서도 여전히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같은 방향으로 목소리를 보태왔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시민사회는 양분됐지만 한동안 각자 스타일에 맞게 지역 현안에 대해선 한 목소리를 내왔다"며 "각자 목적의식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음은 분병하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비록 정치적 연대에서는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굵직한 지역 현안이라 할 수 있는 계양산 골프장 건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큰 틀 안에서 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는 상태다.
 
지난 한 해만 하더라도 인천시의 세계도시축전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모두 각자 방식으로 행사의 기획이나 진행 면에서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은 하나의 예다.
 
결국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공공의 이익이란 그림의 영역을 달리 그리고 있지만, 어느 부문에서는 서로의 교집합을 형성해 오고 있는 셈이다.
 
지역의 시민사회, 결집된 모습을 보일 때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인천지역 시민사회영역이 정치적 연대라는 교집합의 틀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오는 6월 치르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반여권, 범야권의 단일 후보를 통해 현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와 인천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 활동의 실현을 위해 가칭 2010 인천지방선거연대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치적 사안과 관련해 한 목소리를 내고 함께 행동하는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와 평화와 참여로 가는인천연대를 중심으로 견제와 비판이 사라진 한나라당 독점의 인천시의회와 군구의회, 자질 미달의 풀뿌리 민주주의 현장을 시민과 공익의 영역에서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기회다.
 
물론 '결과물'을 낳아야 하는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느냐보다는 그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지역의 시민활동가 A(40)씨는 "꼭 결과가 있어야 하지는 않지만, 과정 속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목적의식은 필요하다"며 "15년여 만에 지역 시민사회영역이 하나된 모습으로 집중된 정책을 제시하고 후보를 내 오는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힘을 보여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같지만 다른 색깔을 띠었던 그동안의 과정을 되풀이하지 말고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의 힘이 하나로 결집된 모습을 반드시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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