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용 자료가 아닌, 의지를 담은 지역에너지계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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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용 자료가 아닌, 의지를 담은 지역에너지계획을
  • 지영일
  • 승인 2019.11.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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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지영일 /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세계가 기후변화를 지나 기후위기로 달려가고 있다. 그런 만큼 전 세계가 위기에 선 인류 자신의 운명, 멈출 줄 모르는 지구온난화로 더욱 들썩이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유엔 기후행동정상회담에서 ”당신들이 얘기하고 있는 것은 오직 돈과 경제발전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라는 옛날 이야기뿐이다. 부끄럽지 않은가요!”라며 각국 정상들을 향해 일갈한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에서 위기감은 절정을 이룬 듯 보인다. 우리는, 정확히 표현하자면 기성세대는 그레타 툰베리의 통렬함에 더해 결석시위에 참가한 우리의 청소년 활동가의 “10년 후 미래를 저희 청소년들은 그릴 수가 없어요"라는 말에 가슴을 쳐야만 한다. 그리고 움직여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1.5℃ 상승을 막는데 필요한 시간이 8년 2개월 밖에 남질 않았다는 비관적 예측을 내놓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작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제48회 IPCC 총회(국제 기후 변동에 관한 정부 인사 간 총회,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채택되었다. 보고서는 2018년 기준 66%의 확률로 1.5도로 온난화를 제한할 수 있는 탄소 배출 총량이 420기가톤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가 지금 초당 1,331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2019년 10월 기준 남은 탄소 배출 총량은 345기가 톤이다. 지금처럼 탄소를 배출한다면 8년 2개월 후 모두 소진되는 것이다.

 

작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회 IPCC 총회
 

위의 두 사정을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깊이 헤아린 처사였기를 바란다. 최근 그는 환경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국회 차원의 의지를 담은 기후변화결의안과 정부의 기후위기 선언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앞서 정의당과 소속 이정미 의원은 지난달 25일 '기후위기 대응·탄소 순배출 제로 목표 설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결의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최소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넷제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조 장관이 ‘넷제로 선언’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발생 온실가스는 87%가 에너지부문에서 기인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시민의 일상 활동이나 기업의 생산과정 중 에너지 소비 절감과 원료, 생산방식을 달리한 에너지 전환 없이는 온실가스 감축이 요원하다. 그렇다면 지역적으로는 어떤가? 대규모 화력발전소와 지역난방시설, 정유사 등 10개의 대형 발전·난방시설이 우리 인천에 집중돼 있다. 전국 발전량의 약 15%, 수도권 발전량의 약 55%를 인천이 감당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총괄 에너지계획은 물론 인천의 상황을 고려한 지역에너지계획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 이제 지역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방정부(인천시)와 시민 개개인은 기존 에너지체계에서 비롯된 온실가스 발생과 기후위기 촉진의 순환과정을 끊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의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지구온난화 1.5℃ 상승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제5차 지역에너지계획 수립 요구에 나섰다. 형식적인 계획서가 아닌 기후변화 위기대응을 담은 지역에너지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매우 필요하고 타당한 요청이자, 명령으로 읽힌다. 그간 정부든 인천시든 에너지계획은 내둥 팽개쳐 두다가 개학 임박해서 급조해 내던 껍데기뿐인 방학숙제와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더 이상 그러한 보관용 문서, 자료용 보고서는 말고 의지를 담은 실행계획서를 내놓으라는 지적이다.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야 하고 더욱 커져야 한다.

실질적으로 인천시는 ‘온실가스 2040년까지 2010년 대비 70% 감축’, ‘최종에너지 소비 2040년까지 2010년 대비 35% 절감’, ‘전력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2040년까지 50%로 확대’, 그리고 ‘2035년까지 인천 소재 석탄화력발전 가동 중지’ 등 이들의 제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함께 노력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 노력은 계획의 수립, 추진 과정에 시민참여와 민·관 협치를 전제할 것이다. 인천시의 제5차 지역에너지계획은 2040년까지의 장기 비전 수립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단기(2025년까지) 실행계획으로 2020년 2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돼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인천시가 당면한 기후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여 청소년들이 10년 후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 온실가스 감축 그 실행과정과 성과평가에 깨어있고 조직된 시민들을 협력자이자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복잡하고 험난한 과정에서 인천시는 협치를 통해 필요한 지혜와 힘을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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