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구제역" … 망연자실한 강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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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구제역" … 망연자실한 강화군
  • 이병기
  • 승인 2010.12.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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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군 전체 초비상 … 가축농가는 한숨만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 옆에 살처분된 소가 묻히고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심정이야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지요. 어제 통화할 때는 500m 정도만 살처분한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정확히는 몰라도 우리 농장은 3km 안에 거의 들어가 있을 거예요. 소 29마리 키우고 있는데, 아직 이상징후는 없어요. 불안해서 잠도 못 자고. 축산농가들에게는 연평도 포사격보다 더 중요한 문제예요.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 이동천(54, 강화군 양도면)

올해 4월에 이어 24일 새벽 강화군 양도면의 한 축산농가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또 다시 축산업 종사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이동천씨는 "정부는 구제역이 발생해야지만 난리를 친다"면서 "미리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자치단체에서 약품을 지원해야 하는데, 일이 터진 이후에만 움직인다"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24일 최초 발생지인 강화군 양도면 조삼리의 축산농가는 이미 살처분을 모두 끝낸 상태. 사람이 없는 을씨년스러운 축산농가는 구덩이를 파기 위해 동원됐던 포크레인 두 대만이 구제역이 발생한 장소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오전 11시께 최초 구제역 발생농가 인근에 집결한 방역당국 직원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500m 안에 있는 축산농가의 소와 돼지들을 살처분하기 위해 복장과 물품을 정비했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강화군은 500m 이내만 살처분하고 3km 이내는 두고볼 예정이었으나, 논의 끝에 모두 살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방역당국이 주요도로에 방역초소를 가동하고 있지만 영하의 날씨에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강화군은 24일 새벽 돼지 890마리의 살처분을 완료하고, 500m 이내 가축농가의 소 111마리(한우92, 육우 19)와 돼지 5414마리, 기타 5마리를 살처분할 계획이다. 현재 강화군에는 704농가에서 가축 4만9573마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살처분 대상은 진행된 것까지 합쳐 6304마리다.

김지현 강화한우영농조합 대표이사는 "지난 4월 강화 구제역 발생 이후 두 달이 지나 겨우 입식을 시작했는데, 또 다시 구제역 발생으로 정부에서 입식을 묶고 이동을 막고 있다"면서 "전업 농가들은 살아가기가 막막한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이사는 "정부에서는 6개월 동안 한 달에 생계안정비 230만원을 지원한 것밖에 없다"면서 "4~5인 가정이 한 달 생활하는데 애들한테 나가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지급한 소, 돼지 값은 우리가 공판장에 나가서도 팔 수 있었고, 농가별로 자기 자본비율이 다르겠지만 50%가 넘는 농가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1억원을 보상 받았더라도 사료값이나 대출자금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농가에 들어오는 돈은 별로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경제적인 어려움 뿐만 아니라 축산농가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불안감도 심각해지고 있다.

김지현 대표이사는 "얼마 전 이웃 농가의 시민이 수로에 빠져 익사한 사고가 있었다"면서 "100% 구제역 때문은 아니겠지만, 소 잃고 나서 열흘 있다가 일이 발생했고 분명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아무리 소독을 열심히 하고 관리를 잘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이웃 농가가 구제역에 걸리면 주변이 초토화한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농가 스스로 예방을 잘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법제화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하수 옆에 살처분 소 묻는다고?


방역당국의 안이한 태도도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역당국에 예방적 차원에서 실시하는 살처분 장소가 주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수 바로 옆에 위치해 식수와 토양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민경진(67, 양도면)씨는 "살처분 구덩이가 식수로 이용하는 지하수와 1m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 있다"면서 "상식적으로 봐도 가축이 썩으면 물이 오염되는 건 당연한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방역 관계자는 "규정 상 지하수 위치와 살처분 장소는 관계가 없다"라며 취재진이 사진을 찍는 것을 말리기도 했다.

최인수 건국대학교 수의과학대 교수는 "많은 소들을 땅에 묻게 될 경우, 가축이 부패하면서 토양이 산성화한다"면서 "이것이 지하수로 흘러가면 수질오염이 발생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강화군 전역에 설치한 방역초소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오전까지만 해도 방역초소에서 분무되는 소독액이 얼어 구제역이 발생한 위험지역을 지나는 차량들까지 아무런 조치 없이 통과하고 있었다. 오후가 돼서야 조금씩 녹기 시작했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방역초소는 거의 없었다.

이와 관련해 강화군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날씨 때문에 구제역 방역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서 "소독액이 뿌려지면 도로가 미끄러워 교통사고도 유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살처분을 앞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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