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이 된 돌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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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이 된 돌돌이
  • 장현정
  • 승인 2020.01.0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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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장

 

 

오늘부터 7살이 된 돌돌이는 아침부터 신나게 놀고 있었다. 로봇 장난감, 나무블럭, 레고를 이용해서 온갖 놀이를 하는 중이었다. 요즘 돌돌이가 좋아하는 놀이는 주로 우주 악당과 로봇이 싸우는 이야기이다. 로봇이 우주악당들을 압도적으로 승리하고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이야기를 반복하다가 아침을 먹었다.

 

작년에 빨리 6살이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아이였기 때문에 올해는 더욱 좋아할 것 같아서 축하의 말을 건넸는데 아이가 뜻밖의 대답을 했다.

 

“7살이 되어서 기분이 안 좋아. 치과도 가야하고 오래 살 수도 없으니까

의외의 대답이 재미있었다. 7살의 돌돌이도 나름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저 입장에서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나보다.

 

아이와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럼 7살이 되어 좋은 점은 무엇이야?”

, 코동(천체망원경)이 생기는 것

 

또 뭐가 있어?”

.. 친구들과 제주도 가는 것

 

유치원에서 형님반 되는 것은 어때? 좋지 않아? 제일 형님인데?”

아니, 발표회할 때 어려우니까 안 좋아.”

 

아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참 재미있었다. 돌돌이도 해야 할 것, 나이답게 하라고 요구되는 것들이 부담스러웠나보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나이에 맞게 행동할 것을 자주 주문한다. “네가 지금 몇 살인데 이것도 못해?”라는 말은 우리 아이들 입장에게 참 듣기 싫은 말일 것 같다.

 

상담 과정에서 만나는 초등학생들도 고학년이 되면 해야 할 것도 많고 배우는 것들이 어려워져서 싫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이번 학기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과 인생 파노라마를 그림으로 그려보았는데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다가 피가 터지는 모습, 공부에 짓눌리는 모습을 그렸다. 전 학기에 만난 중학생들은 고등학교에 가서 대입과 취업 앞에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곤 했다.

 

7살 아이들에게는 곧 학교가겠네라는 반응이 따라온다. 그리고 그 반응은 재미있는 학교생활이 다가올거야라는 느낌은 아니다. 아이들은 무언가 어렵고 두려운 미지의 세계로 입문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다가올 미래는 우리가 알 수 없지만, 그 미래가 늘 두렵고 많은 의무감으로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미래를 그렇게 알려주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올해는 아이들에게 다른 인사말을 찾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오랜만에 동생들과 만나 놀았는데 한 살 차이 나는 동생들을 보니 새삼 우리 돌돌이가 많이 커져 있었다. 작년 이맘때까지 돌돌이는 낯을 많이 가려서 새로운 곳에 가면 엄마아빠 옆에 딱 붙어있었다. 키즈카페에 가서도 딱붙어 있어야 했었다. 그런데 요즘 돌돌이는 친구들과 함께 뮤지컬이나 공연도 척척 보고나온다. 내가 잘 느끼지 못하는 사이,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내가 잘 모르는 아이의 모습도, 어제와 다른 아이의 모습도 늘어나고 있다.

 

돌돌이의 2020년이 행복하기를.

돌돌이의 작은 성장을 감사하며 바라보는 부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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