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바다,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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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다, 인천
  • 박상희
  • 승인 2020.08.18 09: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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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읽는 도시, 인천]
(8) 십리포 해수욕장에서

어김없이 피서객들의 계절 여름이 찾아왔지만 이번 해에는 뜻하지 않은 긴 장마로 바닷가에서 누리는 호사가 짧아졌다. 비오는 날의 해수욕장의 운치도 나름 특별하지만 쨍한 여름철 더위로 뜨끈해진 모래 사장을 밟는 촉감이 유독 그리워 지는 시기이다.

인천 바닷가 십리포 해수욕장_ 종이 위에 수채_2020
인천 바닷가 십리포해수욕장_ 종이 위에 수채_2020

 

지금은 인천에 멋진 해변들이 많이 보이지만 인천시민들에게 해수욕장의 추억하면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했던 송도 해수욕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인천에서 자란 사람들은 어릴 적 학교에서 단체로 소풍을 가거나 유원지내에서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텐트를 치고 야영하고 새까맣게 타버린 얼굴과 허물로 얼룩진 등판에도 흰 이를 드러내며 뙤약볕에서 물놀이하던 추억은 하나쯤 갖고 있을 것이다.

송도유원지는 그 안에 해수욕장 뿐 아니라 낚시터, 동물원, 보트장, 수영장, 썰매장과 바이킹 등이 있어 해수욕장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위락시설을 갖춘 테마파크와 같은 곳으로 송도유원지라고 불리었다. 송도유원지는 특이하게도 바닷가 모래사장이 바다를 향해 펼쳐진 해수욕장이 아니라 나무들로 둘러싸여 그 담장 너머로는 아암도가 보여 뭔가 아늑한 호수의 느낌이 강했고 실제로 해수를 유입해 수질을 개선했던 수문개폐식 인공 해수욕장이었다. 송도유원지는 서울 경기권에서도 유명해 심심치 않게 뉴스에도 나올 만큼 유명했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매립되어 낡은 아치형 입구만 남긴 채 자동차 매매단지로 바뀌었다.

영흥도_ 종이 위에 수채_2020
영흥도_ 종이 위에 수채_2020

 

송도유원지 이전 1920년대에는 월미도에 오늘날의 수영장과 찜질방을 겸비한 최초의 해수탕 '조탕'이 존재 했었다는데 이 곳은 인천역에서 셔틀을 운행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즐기던 당대 최고의 휴양지였다.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곳이라 인천시민들에게는 요원한 곳이었지만 그 당시 대거 유입된 근대문물들이 실현된 서구식 유원지로 막막했던 어촌 인천에 새롭게 들어선 최고의 상징적 해양문물로 손꼽힌다.

선녀바위 해수욕장_ 종이 위에 수채_2020
선녀바위 해수욕장_ 종이 위에 수채_2020

최근에는 인천대교와 영종대교가 생겨난 이후로 을왕리 해수욕장을 비롯한 영종도 해수욕장들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인천 앞바다 섬들에 들어서는 여러 연육교들 덕분에 제부도나 무의도 영흥도 등 SNS에 핫한 해수욕장들이 인천의 바다 풍경을 새롭게 그리고 있다. 뜨거운 태양과 흰 모래사장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인천의 푸른 물결은 오늘도 생활에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장마 뒤 폭염이 짜증나고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바닷가 햇빛 나들이가 더욱 기대되는 요즘, 인천에 여름바다가 있어 무척이나 행복할 따름이다.

 

                                                                             글 그림 박상희 2020.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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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20-09-09 15:55:09
오래전에 송도유원지로 여러사람들과 회식을 갔었는데 계절이 여름이 아니라서 해수욕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바다로 연결된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걸어다녔던 가을날이 생각납니다.
이제는 거기에 해수욕장을?...그래도 예전에는 모래사장이 있었어요. 그리고 아암도는 한참이나 걸어서 갔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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