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대응하는 커뮤니티 연결망, 어떻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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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대응하는 커뮤니티 연결망, 어떻게 가능할까
  • 이혜경
  • 승인 2020.10.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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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정책, 듣다]
이혜경 /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장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은 이미 일상에서 공포와 갑갑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화 ‘감기’를 보았을 때 만해도 영화의 내용이 현실 같아 가슴을 쓸어내리며 극장을 나섰었다. 이후, 까마득히 잊은 채 일상생활을 해왔고 지금은 2단계의 심각한 코로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 상황이 얼마간 더 길어진다면 경제상황과 아울러 사람 만나기를 꺼려하는 등 여러모로 회복 불가능의 상태로 무너지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삶은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을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든다. ‘큰 정부’가 필요하다는 말들이 학자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우리는 과연 몇 년 뒤에 또다시 올 감염병에 대해서 정부의 방침에만 기대어 고립감 속에서 살아갈 것인가. 위기에 대응한 지역사회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인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역사회와 지자체의 방향이 빨리 잡혀야 하는 것은 아닌가. 지금처럼 정부의 통제에만 의존하는 형태를 뛰어 넘어 일상의 커뮤니티를 더 강화하고 보다 촘촘한 네트워크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사회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빈곤층의 보건의료 문제, 먹고 사는 문제, 돌봄과 교육의 문제 등을 삶터와 일터, 배움터의 재구성을 통해 어떻게 위기에 대응하는 탄탄한 지역사회와 자치단체를 만들 것인가가 고민할 대목이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 돌봄, 학교 교육, 지역보건의료, 행정의 책임 등을 논의하는 공론장이 빠르게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올 여름의 함박마을의 코로나 대응 활동은 몇 가지 시사점을 남겼다. 등록외국인 노동자가 4,500명 이상 살고 있는 함박마을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사람의 안전의 문제에 직면하자 상인회의 작은 움직임을 중간지원조직에 알렸고 센터는 인천과 전국의 마을공동체에 이 상황을 알렸다. 함박마을 마스크 후원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마을의 신속한 움직임을 보았고 민관협업의 부족함을 보았다.

‘마을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위기상황에 신속하다’

‘위기에 대응한 지역사회의 횡적 연결망과 플랫폼, 지자체 컨트롤 타워,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민관 협력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행정은 마을을 새로운 공공영역으로 빨리 인정하고 위기에 대응한 민·관 협업체계, 민·민 협업체계를 꾸리고 학습해야한다’

다음은 몇 가지 생각과 과제이다. 첫째, 위기에 대응한 지역사회 횡적 연결망과 이를 연결하는 지역사회 플랫폼이 필요하다. 마을과 마을의 연결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마을이 행정 보다 유연하고 빠르게 공공의 역할을 해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의 마을 간의 연대는 이를 연결하는 고리가 있을 때 가능하다. 함박마을의 경우, 인천마을센터가 마을을 잇는 고리, 즉 플랫폼 역할을 했기 때문에 위기상황에 마을 간의 연대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인천마을센터는 위기상황에서의 마을공동체는 보다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촘촘한 지역사회 연결망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고, 이를 잇는 지역사회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함을 인식했다. 그 고리가 지역사회에서 혹은 민간단위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위기 상황에서의 민관, 민민 협업체계가 갖추어져야한다. 함박마을의 경우 행정에서도 역할은 했지만 민관이 연결되어 움직이는 협업체계가 없었다. 이후에는 마을간의 연대, 지역사회 네트워크와 함께 행정이 어떻게 위기에 대비한 협업체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남았다.

셋째, 주목해야할 지점이 있다. 행정은 마을을 사업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공공영역으로써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함박마을에서 보듯이 위기상황에서 마을은 지자체보다 더 신속하게 지역사회를 지원하는데 앞장섰다. 이는 다른 도시에서도 잘 나타난다. 대구의 코로나 상황에서도 전국의 마을공동체와 개인, 시민사회 단체의 연대는 중앙정부나 지자체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신속하고 유연했다. 1차 코로나 상황에 민간인이 70만 이상이 움직였다는 사실은 이를 적실히 보여준다. 때문에 행정은 마을의 횡적 연대망을 위한 지역사회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대한 지원정책과 제도를 갖추어야한다. 

 

 

[사회적돌봄을 위한 지역사회 안전망]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과 고립감이 개인에게 모두 책임이 지워진 상황이다. 전 국민에게 참담함과 깊은 슬픔을 안겨준 미추홀구의 어린이 화재사건은 지역사회 돌봄을 핵심으로 한 지역사회 안전망을 기필코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위기상황에 더욱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다. 학교는 문을 닫고 원격교육은 교육격차를 더 심화시키고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과 아이들은 속수무책으로 내동댕이쳐지고 있다. 사회적 돌봄을 매개로한 지역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 지역에 걸쳐있는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동복지협의체, 주민자치회, 중간지원조직 등이 우선 모여 민간단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논의해야하고, 이에 따른 지원정책 인프라를 행정이 제공해야한다.

인천시에 <인천형 뉴딜>TF가 구성되어 위기상황에 대한 종합계획 수립 및 대응추진체계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4개 분과(디지털, 바이오, 그린, 휴먼)중 휴먼뉴딜정책이 어떻게 세워질지 궁금하다. ‘사람투자, 튼튼한 고용안전망,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휴먼뉴딜에는 우선 ‘사회적 돌봄’을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사회 민간단위 돌봄망에 대한 지원정책을 강화해야한다. 이를 위해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영역과 행정은 현황파악과 실태조사를 통해 정책화되기 위한 가능성 등을 만들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는 작은 TF를 만들어 위기상황에 돌봄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단위들이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민관협업으로 모델링을 해보는 것도 시급하게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사회적 돌봄 영역은 마을에 따스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병행될 것이다.

 

[골목에 작은 공유공간을 만들고, 공공 공간은 열자]

그리고 코로나 상황이 영원히 비대면일 수는 없다. 주민자치센터가 문을 닫고, 경로당이 문을 닫고, 마을회관, 주민공동이용시설이 모두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장기화 되었다. 이렇게 공공의 공간들이 폐쇄되는 상황에서 민간의 공간, 공동체공간이 안전하게 작은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인천에는 공동체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행정에서는 지역마다 공유공간을 만드는 지원정책을 마련해야한다. 특히 공공 공간은 위기상황일수록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작은 단위로 주민들이 모일 수 있도록 개방해야한다. 공공 공간의 개방의 의미는 지역사회가 안전하다는 것을 일상에서 알 수 있게 해주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 지역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할 일상의 소통공간을 동네골목마다, 아파트마다, 주민센터마다 만들고 항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할 것이다. 그 장소에서 이웃과의 삶과 관계가 두드러지는 일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위기의 상황에 혐오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고 따뜻하게 마주할 수 있는 고리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골목 의료체계를 통한 마을의 안전과 주민의 연결]

그리고 골목까지 들어와 있는 세밀한 지역 의료체계가 필요하다. 마을보건소, 골목주치의 등 예방차원의 다양한 의료체계를 상상할 수 있겠다. 특히 자치분권을 강조하는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구축’안의 밀착형 보건복지서비스 정책의 방문간호사제도 등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쿠바는 뎅기열 등의 감염병이 퍼질때는 의료대학생들이 커뮤니티에 파견이 되고 뻬스끼사(조사,탐구)라는 절차를 통해 주치의에게 알리는 작업들을 한다고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정부가 제공해준 역학경로 앱을 통해 인식을 하지만 쿠바에서는 대면활동을 통해 주민들과 직접 소통을 하면서 교감들을 일상에서 나누고 있다. 어찌보면 우리의 일상을 장악하고 있는 스마트폰 어플은 빠르지만 여전히 익명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면 쿠바의 커뮤니티에서는 사람이 직접 얼굴 있는 안전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모든 지역사회에는 동복지협의체, 주민자치회 조직이 있다.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안의 간호사제도가 지자체마다 제대로 실행이 되고 위기상황에서 지역사회 횡적연결망과 함께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면 좋겠다.

마을! 지금부터 시작하자! 작은 단위로 모여서 상호부조와 공동체망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이웃한 공동체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지금부터 공론하자. 그리고 위기상황에 사람이 배제되거나 혐오하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지역사회 안전망, 연결망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의논하자. 그리고 재난에 대비하는 학습을 하자. 주민자치회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공동체는 어떻게 움직일것인지 등의 학습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마다 간단한 수칙과 매뉴얼 등을 만드는 것도 좋겠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위기상황을 담당하는 부서를 두고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다양한 지원정책과 예산을 만들어야한다. 재난에 대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망 만드는 것에 대한 지원, 작은 단위의 공유공간, 사각지대 없는 지역사회 복지안전망을 만드는 지원정책을 아낌없이 만들기를 바란다. 우선, 동 행정과 주민자치회, 그리고 지역사회 기관과 단체가 작은 단위로 여러 번 모여서 이를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부터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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