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편안하고 그리운 시간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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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편안하고 그리운 시간과의 만남
  • 박상희
  • 승인 2020.11.16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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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읽는 도시, 인천]
(11) 월미 바다열차를 타고 / 박상희
월미도 _ Acrylic on canvas sheet cutting _ 150x55cm _ 2011
월미도 _ Acrylic on canvas sheet cutting _ 150x55cm _ 2011

 

요즘 TV와 유튜브에서 많이 보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복고 콘텐츠다. 이전 세대에서 인기 끌던 연예인이나 음악이 이처럼 다시 환영받고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을까? 젊은이들은 힙한 레트로로, 중장년층은 돌아오지 못할 과거에의 향수로 너무 빨라지는 현재를 포기하고 지난날의 화려했던 순간에 머무르고 싶은 맘이 가득해 보인다.

인천은 서울과 한 시간 남짓 떨어져 있지만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금세 과거로 우리를 데려다주는 특별한 도시이다. 서울의 강남과 멀어질수록 더 느리고 구차한 삶을 사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시장경제사회에서는 수많은 유사 서울들이 생겨나고 인천과 같은 위성도시들은 제한된 조건에서 살아남으려 꽤 애쓰고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B급 영화의 문화 자생력,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힘과 상당 부분 겹쳐져 보인다.

 

월미 밤 골목 _ Digital print _ 2015
월미 밤 골목 _ Digital print _ 2015

 

인천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 파이란(송해성 감독 2001)’,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 감독 2001)’,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이명세 감독 1999)’ 등에서 보인 도시의 상처들은 소시민들의 삶이 포장되어 있지 않은 채 날 것 같지만 B급이라 칭하기 어려운 독특한 취향과 미적 감성이 배어난다.

제작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관객에게 최상의 상품으로 마무리 작업을 하는 메이저 영화와는 다르게 때로는 마이너라는 불명예를 얻는 한이 있더라도 낯설고, 세련되지는 않지만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생생한 캐릭터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쩌면 인천이 가진 힘이자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에버랜드_ Acrylic on canvas sheet cutting_ 116.7x91cm_ 2011
에버랜드_ Acrylic on canvas sheet cutting_ 116.7x91cm_ 2011

 

내 작품 월미도(2011)’에서는 다른 유명 테마파크들과는 다르게 정리되지 않은 풍경을 그려 넣었다. 하늘에는 폭죽이 날리고 주차장과 건물들, 바이킹 등이 섞여 있고 플라스틱 간판들과 가림막 등이 그려져 있다. 어수선 한 듯 하지만 그 안에서는 누구나 흥겹고, 월미도 놀이공원에는 입구가 따로 없어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즐길 수 있는 현대판 마당놀이가 시끄럽게 벌어진다. 유명 놀이공원의 안내원들이 보여주는 과장된 친절이 아니라 관객의 약점을 대놓고 놀려대는 (디스코 팡팡) 소통이 오히려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이다. 결점 없이 결백한 진공 상태의 완벽은 아이러니하게도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며, 이끼 낀 자연에서의 자생력은 삶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한다.

 

월미 놀이기구 _ Acrylic on canvas sheet cutting _ 150x55cm _ 2007
월미 놀이기구 _ Acrylic on canvas sheet cutting _ 162x130cm _ 2007

 

늘 변함없이 인천시민들의 활기찬 유원지로 자리매김했던 월미도는 월미테마파크로 새롭게 정비되었고 최근 운행이 재개된 월미 바다열차는 월미도 주변을 크게 돌아보는 모노레일로 서해바다를 한눈에 담아볼 수 있어 인천의 명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월미 바다열차에서 바라본 붉은 낙조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보았던 다정했던 노을 그대로다. 미래로 향하는 내게 가끔 과거와 조우하며 살라고 하는 것 같다. 마침 테마파크 확성기에서는 디스코 풍의 아이돌 음악이 경쾌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편안하고 그리운 시간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20201115일 글, 그림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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