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야구단과 인천 야구의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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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야구단과 인천 야구의 신세계
  • 최문영
  • 승인 2021.02.03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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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최문영 / 인천YMCA 사무처장
영화 YMCA 야구단
영화 'YMCA야구단'

1903년 한국 땅에도 YMCA가 설립되었다. 1844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YMCA운동은 유럽과 북미를 거쳐 아시아로 전파되었고 우리나라 최초로 황성기독교청년회(지금의 서울YMCA)가 창립됐다. 기독교를 바탕에 두고 교육과 사회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세계적인 청년운동단체의 첫 번째 책임자는 미국에서 온 필립 질레트 선교사다.

그는 청년들에게 기독교는 물론이고 국민보건, 체육 교육 등을 통해 사회운동을 전파했다. 한국을 사랑해서 이름도 길예태(吉禮泰)로 바꾸었다. 질레트는 1905년 태화관에서 서양인들이 야구공을 던지며 노는 것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우리나라 청년들을 모아 야구를 가르쳤고, 우리나라 최초의 야구팀 황성YMCA야구단을 창설했다.

이후 야구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고 질레트가 1913년 6월 일제에 의해 강제로 추방되기까지 우리나라에는 관립한성고등학교(경기고 전신), 경신학교(경신고 전신), 휘문의숙(현 휘문고 전신)에 야구팀이 조직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인천에서도 1905년 창단된 인천고등학교의 전신인 인천공립상업학교가 일본 고시엔 고교야구 전국대회에도 출전했을 정도로 일제강점기에 한국 야구를 선도했던 팀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이러한 인천고가 지난해 11월 제48회 봉황대기야구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대통령기, 청룡기, 황금사자기 및 봉황대기 등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우리나라 열한번째, 인천에서는 동산고에 이은 두 번째 학교가 됐다. 학교의 자랑이자 인천의 자랑이다. 인천은 이렇듯 ‘야구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82년 개막된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40년에 이르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도시를 프랜차이즈로 하는 프로야구에서 인천을 연고로 한 팀은 타시도와 비교했을 때 적잖은 변천사를 갖고 있다.

삼미 슈퍼스타즈로 출발한 인천 연고팀은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 SK 와이번스로 옮겨 탔고 지난 1월 26일 신세계그룹이 SK텔레콤과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 또 한 번 연고팀이 바뀌게 됐다. 올 시즌에는 SK 와이번스가 아닌 신세계이마트를 모기업으로 하는 새로운 야구팀이 인천을 연고로 시민과 만나게 된다.

 

신세계이마트의 프로야구 진입을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신세계는 여자프로농구 원년부터 리그에 참여했지만 팀 성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15년간 이끌던 팀을 단 번에 해체한 경력이 있다. 신세계의 프로야구 입성을 우려의 시각으로 보는 이유다. 신세계는 프로야구팀 인수를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로만 접근하면 인천시민의 마음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인천은 류현진을 배출한 동산고와 인천야구의 원조 인천고 등 야구 명문고를 지니고 있는 자부심 있는 도시이다. 프로야구에서는 기업 매각이 반복되면서 주인이 가장 많이 바뀐 도시가 됐지만 야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만큼은 그 어느 도시보다 높다.

1905년 황성YMCA야구단의 계보를 있는 YMCA야구단이 전국에 여럿 있다. 인천YMCA에도 야구단이 있다. 순수한 아마추어들의 모임이다. 사회인야구의 생태계는 생각보다 매우 방대하고 야구 동호인의 저변은 넓다. 그에 반해 야구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신세계가 돔구장을 짓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사실 요원한 얘기다. 오히려 신세계 특유의 기업 이미지를 활용해 시민 밀착형 전략을 세우는 건 어떨까 싶다. 인천의 유수한 중고등학교 야구부를 지원한다든가 사회인 야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야구장 면수를 확보하여 제공한다든가 하는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계획도 포함되었으면 한다.

신세계야구단의 홈구장은 문학야구장이다. 2018년 롯데에 매각된 신세계백화점이 있던 구월동 인근이다. 신세계백화점 간판을 내린 후 2년여 만에 문학경기장에 새 간판을 내건다. 기업의 생리는 이윤추구이지만 시민과의 소통과 친밀감도 중요하다.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달려있다. 신세계이마트가 인천 야구의 신세계를 열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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