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사진기록을 통해 우리를 재발견하고 내 삶도 조망할 수 있다.
기록이 될 때 역사적 실재가 창출된다. 우리의 개인사도 마찬가지이다. 휴대폰 시대에 기록은 편리하다. 그저 휴대폰을 꺼내 사진으로 찍어 남겨두면 된다. 그리고 휴대폰 메모리가 벅차다 싶으면 휴대폰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고 삭제하면 된다.
어제 약 만장에 가까운 사진을 옮긴 후, 그 동안의 일을 사진으로 리뷰해 본다. 옮겨진 컴퓨터 사진은 휴대폰과 달리 확대가 가능하여 좀 더 선명하게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그 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행간도 확대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뒤 늦게 제대로 알아차리기도 한다.
사진마다 달과 날 들이 기록되어 있어 지내온 삶을 다시금 재구성하여 점검할 수 있다. 시시때때 순간순간, 그 때는 감동의 일상사로 남겨놓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현장을 떠난 지금에 와서 보면 그 때처럼 감동이 되살아나지 않는다. 별로이다. 이에 반해 어떤 기록은 그 때보다 훨씬 맛이 우러나는 경우도 있다. 요모조모 시간을 들여 재음미 해 본다.
그러면서 생각해 본다. 왜 그 땐 그 정도였을까? 왜 그 땐 그토록 감동적이었을까!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절감되기도 한다. 그 때 그토록 내 마음을 빼앗아 남겨놓은 어떤 사진에는 멋 적어 지기도 한다. 그래도 당시에는 아름답고 의미 있게 여겨 감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 흐뭇하다. 이처럼 사진 기록은 자신의 삶을 음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더 나아가 사진을 계속 저장하는 이유는 나중 더 나이 들어 내 인생을 정리하고 평가해 보려 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이를 깨닫게 되었다. 사실은 4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는 나의 일상을 써 오고 있는 잡지 글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나의 서사의 연결이 불충분하거나 단절한 지점에서 그 날 그 때 찍어 둔 사진을 확인해 보면 당시의 상황이 다행히 복기된다. 그 때마다 기억은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불과 4~5년 감동적인 순간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도 어찌 그리 까맣게 잊어 버렸는지? 당시에는 평생 잊지 못할 사람처럼, 일처럼 생각되었는데! 당시에는 그토록 나를 사로잡았던 사랑과 감동 그리고 아름다움과 낭만이었는데! 스스로를 생각해 보며 참으로 놀란다. 그래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인가! 그럴 경우 사진 기록을 통해 기억을 더듬어 보고 삶을 재구성해 본다.
휴대폰 사진은 내 인생을 다시금 성찰하고 반성해 보게 하는 좋은 기억의 소재이다. 과거 사진 기록을 통해 나를 재발견하고 내 삶을 조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