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이 일깨우는 것 - 사랑과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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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이 일깨우는 것 - 사랑과 평등
  • 안태엽 시민기자
  • 승인 2021.10.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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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안태엽 / 시민기자

                                                                                                                               

투자에 귀재인 워렌 버핏은 그에게 투자의 조건을 듣고 그의 ‘기’를 받기 위해 한 시간 정도의 점심 한 끼 하는데 경매 가격이 35만 달러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삼억 오천만 원을 주고 예약을 하고 기다린다. 식사는 뉴욕에 있는 레스토랑에 스테이크 한 사라와 위스키 한 잔으로 간단하다. 지금까지 경매 입찰 예약 가격이 10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서 듣는 것은 무엇인지? 듣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유익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나는 조금 늦은 시간에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허술한 옷차림에 초라한 노인이 혼자 국밥을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벽에는 “경제가 얼어붙은 소 상공인들과 어르신들 힘내세요.”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식사를 하던 노인이 다 먹고 난 후 돈을 내려니까 주인은 “계산이 다 되었다”고 말했다. 노인은“아니 돈 계산을 누가 했느냐 식사하는 사람이 없는데”라고 하자 주인은 ”손님 누군가가 계산을 하고 갔다“고 말했다. 노인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는 주변에 혼자 사는 청소부 노인이었다. 주인은 “앞으로 배가 고프고 추울 때는 언제든지 찾아와 식사를 하시라고”권하며 말했다. “세상에 이런 고마운 일이 어디 또 있겠냐”며 말했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주인에게 물었다. “진짜 계산이 되었냐? 누가 계산을 했느냐”고 물었다. 주인은 “손님들이 계산을 한 후 거스름돈이나 미리 낸 한 그릇의 음식값을 무기명으로 금액만 기록하고 간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가게를 삼켜 버렸고 흉년으로 더 추워진 소외계층 사람들. 주변 독거노인이나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작은 금액도 내기 어려운 미취업 청년들에게 불어닥친 겨울 추위를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의 온도로 녹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며 마음에 온기가 밀려왔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천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헐벗은 사람과 나누는 식사가 진정한 성찬이었다.

‘미리 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분식집은 주로 학생들이 많았다. 배고픈 학생들은 라면과 김밥을 맛있게 먹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미리 내고 나갔다. 이 학생들도 처음에는 매일 찾아와 공짜로 먹고 갔다. 얼마 후 주인이 학생들에게 ‘미리 내’의 취지를 설명한 뒤로는 이들도 동참하는 마음으로 찾는다. 이렇게 공짜로 먹은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다른 어려운 누군가를 위해 조그마한 돈을 내고 가는 풍경이 흐뭇한 사랑의 바이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 보다 더 강하게 전파되었다.

세상은 부자와 가난한 자, 많이 배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공존한다. 중요한 것은 행복한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좀 더 베풀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경제 여파로 위축된 가난한 이웃들과 소상공인들은 가족을 부양해야 할 기력조차 잃고 거리에 내몰려 울고 싶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삶에 무거운 짐을 이기지 못하고 살아내는 것조차 힘겨워 하는 사람들. 캄캄한 긴 터널을 끝없이 가도 앞이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싶을 때 미리 낸 국밥 한 끼 값이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위로와 힘을 준다.

손해 보지 않으려고 내 것만을 챙기는 각박한 시대에 살고 있는 나는, 가진 것이 풍족해야 남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을 보면서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때 해야지’라는 생각에 나눔에 대한 생각을 차후로 미루었다.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기부나 나눔은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함께할 때 작은 금액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따뜻함을 전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숙한 사람의 표시는 풍부한 지식이나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도 보는 이가 없어도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으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깨달은 것은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벌어서 생계를 유지하는 돈 없고 신분이 낮은 사람뿐 아니라 돈 많은 재력가도, 권력이 있는 장관과 수상, 대통령도 코로나에 걸린다. 펜데믹은 우리 모두가 인간이며 평등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이번 재난을 통해 인간의 한계와 본질을 깨달으며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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